[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인플레 위협에도 뉴욕 증시 반등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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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소비자물가(CPI)에 이어 13일(현지시간)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예상보다 두 배 가량 높게 나왔습니다. 하지만 역시 '일시적' 요인으로 큰 것으로 해석이 됐고 사흘간 하락장을 겪은 투자자들은 '저가매수'(Buy the dip)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다우는 1.29%, S&P 500지수는 1.22% 올랐고 나스닥은 0.72% 상승했습니다. 장 초반 나스닥은 1.7%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점차 오름폭이 감소해 한 때 마이너스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대신 0.5% 상승세로 출발한 다우는 상승폭을 키웠습니다. 다우의 30개 종목 중 유가 약세 영향을 받은 셰브론(-0.64%)를 빼고 모두 올랐습니다. 기술주는 엇갈렸습니다. 애플이 1.79% 상승하는 등 거대기술주는 약진했지만 스퀘어(-4.62%) 텔라닥(-5.26%) 쇼피파이(-3.33%) 등 고평가 기술주는 반등하지 못했습니다. 테슬라도 3.09% 떨어졌습니다. 이날 투자자들의 심리는 변동성 지수(VIX)에서 확인됩니다. 전날 29까지 폭등했던 VIX는 23.13으로 마감됐습니다. UBS의 마크 헤펠 수석전략가는 "코로나 대유행 이후 회복세가 가속화됨에 따라 더 높은 인플레이션이 계속 주목을 받을 것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이 계속 변동성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리플레이션(적당한 물가 상승) 투자에 대한 입장을 유지한다. 시장 변동성은 구조적 승자를 매수할 기회로 간주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침 830분 발표된 4월 PPI는 전월 대비 0.6% 올라 예상치(0.3% 상승)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전년 대비로는 6.2% 올라 2010년 11월 자료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대 기록을 세웠습니다. 다만 3월 수치 1.0%(전월 대비) 증가보다 꺾였고, 세부 내용을 보면 철강 가격이 18% 뛰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내 철강 공장은 그동안 팬데믹으로 가동률이 30~40% 수준에 머물러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만큼 철강 재고가 모자란 상황에서 급등한 것으로 '일시적'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은 대부분의 실외나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거나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할 필요가 없다는 새 권고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곧 철강 공급은 곧 정상화될 수 있습니다. 걱정을 자아낸 원자재 가격도 상승세가 무뎌지고 있습니다. 사이버 공격을 받은 미국 최대 송유관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은 해킹을 한 '다크사이드'에 가상화폐로 500만 달러 규모의 몸값을 지불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이에 따라 파이브라인 가동 재개가 진행되면서 국제 유가는 이날 3%대 급락했습니다. 또 한 때 보드피트당 1700달러대에 육박하던 미국 목재 가격은 사흘 연속 하락하면서 1495달러로 떨어졌습니다. PPI와 같은 시간 발표된 실업급여 청구건수도 팬데믹 이후 최저로 떨어져 시장에 안도감을 줬습니다. 8일로 끝난 주의 실업급여 청구건수는 전주보다 3만4000건 줄어든 47만3000건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장 예상치 50만 건을 밑돌았습니다. 이에 전날 연 1.70%대를 '터치'했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1.66%대로 떨어졌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4월 CPI에 대해 Fed가 주장하는 '일시적'이란 주장도 어느 정도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기 회복에 따라 지난해 이맘 때 급락했던 항공권(4월 10.2% 상승), 호텔(8.8% 상승), 중고차(10% 상승) 가격 등이 일시적으로 상승한 게 CPI 상승 요인의 3분의 2 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 장기적 영향을 미치는 주거비의 경우 전달 대비 0.4% 상승에 머물렀고 임금 상승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일시적 인플레이션'이란 설명이 받아들여진 것처럼 보이면서 큰 혼란이 없었다. 트레이딩 데스크에서는 장기 기관투자자들의 사흘 연속 이어진 메가테크에 대한 수요를 계속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Fed와 채권 시장 모두 CPI를 일시적인 것으로 여기며 그 영향을 묵살했다. 전년대비 수치는 기저효과로 인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루 동안 증시에선 약간의 매도세가 나타났지만, 채권 수익률은 간신히 상승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걱정이 해소된 건 전혀 아닙니다. 월가 관계자는 "이날 증시 반등은 사흘 연속 하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 성격이 강하다"며 경계했습니다.
물가도 주거비 및 임금 상승이 복병이 될 것이란 우려가 있습니다. 이날 맥도널드, 아마존은 임금 상승이 발표했습니다.
맥도널드는 "앞으로 석 달 동안 모두 1만 명의 직원을 고용할 계획"이라며 "미국내 5% 수준인 자체 보유 점포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임금을 평균 10% 인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아마존도 미국과 캐나다에서 창고 및 물류 파트 전반에 걸쳐 7만5000명의 직원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발표하면서 최근의 임금 인상을 반영해 평균 시급은 17달러부터 시작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구인을 위해 일부 지역에서는 1000달러의 채용 보너스를 내걸었습니다. 최근 치폴레도 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었습니다. 구인란 속에 기업들이 잇따라 임금을 높이고 있는 겁니다. 미국에 사는 지인은 "돈 쓸데가 없는 상태로 1년 이상 지내다보니 정부 보조 수준에서 당분간 버틸 만 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는 것 같고, 제일 큰 이슈는 그동안 해고됐던 사람 중 수요가 폭증한 음식배달 등 다른 일자리로 옮겨간 이들이 있어 기존 사업체에서 다시 인력을 충원하려해도 불균형도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1년 넘게 여행을 못가다 보니, '여행부터 좀 다녀오고 일 시작하지'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주택 가격도 약 1년간 20%나 올랐습니다. 미국부동산협회(NAR)에 따르면 주택 가격의 중간값은 1년 전보다 16.2% 올라 31만9200달러에 달합니다. 특히 동북부 지역의 집값은 22.1%나 급등했습니다. 앞서 말했듯 4월 CPI에 0.4% 상승으로 잡힌 주거비가 올라갈 경우 장기적 인플레이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월가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해도 증시는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통상 높은 물가는 기업들의 이익을 줄이고 소비자들의 구매력도 떨어뜨려 주식에 부정적입니다. 하지만 경기가 회복되는 지금 같은 시기에 '적당한' 인플레이션은 오히려 기업 이익과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얘기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인플레이션이 2%에서 3% 사이일 때가 그보다 더 낮았을 때보다 S&P 500 지수의 수익률이 더 좋았다"고 밝혔습니다. 주의할 점은 그렇다하더라도 업종별로 영향이 다르다는 겁니다. 금리 상승에 민감한 성장주(기술주)와 소형주, 그리고 배당주(유틸리티 등)은 인플레가 높을 때 약세를 보였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지금 상황을 보면 Fed의 목표는 테이퍼링을 하기 전까지 최대한 시간을 끌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경기가 살아나고 있지만 Fed는 기존의 완화적 정책에서 물러설 생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Fed의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은 전날 “4월 고용과 인플레이션 지표에 놀랐다”면서도 "경제는 Fed의 목표와 거리가 멀고 '상당한 추가 진전'이 이뤄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계속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는 겁니다.
Fed는 속내는 기본적으로 막대한 유동성을 계속 공급함으로써 '고압 경제'를 만들어 경제를 빨리 회복시키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통해 고용을 완전고용수준까지 끌어올리자는 것이죠.
이런 생각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당시의 반성에서 기인합니다. 당시 인플레이션이 두려워 유동성을 천천히 투입했더니 경제 회복에 3년이 넘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죠. 특히 지난 10년을 보면 물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고압 경제' 상황을 유지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물가와 자산 가격일 겁니다.
인플레이션의 경우 Fed는 무시하고 있습니다.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 등 두 가지 미션 가운데 계속적으로 '고용'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Fed는 물가 상승이 '일시적일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예고해왔고, 시장은 아직까지는 의심을 하면서도 받아들이고 있는 형국입니다.
만약 정말 인플레이션이 급등한다면 '전가의 보도'인 도구를 꺼내면 됩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여러 차례 "인플레가 예상하지 않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Fed에는 도구가 있고 사용하겠다"고 강조해왔죠. 그 도구는 기준금리 인상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에 대해 파월 의장이 책임을 지고 내년 초 임기가 끝나면 물러나면 될 겁니다. 파월 입장에선 '고압 경제'로 빠른 경제 회복에 성공하면 연임 가능성이 생기고, 아니면 예정된 대로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면 되는 것이죠.
물가보다 더 큰 장애물은 자산 시장에서의 버블일 수 있습니다. 버블이 커지다 붕괴되면 경제를 살리려던 모든 계획을 망칠 수 있습니다. 파월 의장의 계속되는 "자산 시장에 '일부 거품'이 있다"는 발언, 지난 4일 재닛 옐런 장관의 "금리가 다소 올라야 할지도 모른다"고 한 발언은 이런 버블이 커지는 걸 누르기 위한 것일 수 있습니다. Fed가 지난 6일 발표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일부 자산의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기준과 비교해서도 높은 상태"라고 지적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완화정책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시간을 끌어 '고압 경제'를 만들어야하는데 버블이 커지면 안되니까요.
지금까지는 버블을 잘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월부터 고평가 기술주 뿐 아니라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IPO 주식들 등 많은 투기적 자산의 가격이 30~50%씩 내렸습니다. 이들 주식을 대거 편입하고 있는 아크이노베이션 ETF(ARKK)는 이날 2.62% 급락해 100달러 밑인 99.48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지난 2월 초 160달러에 육박하기도 했었지요. 2월 초 600억 달러를 넘었던 아크인베스트의 운용자산(AUM)은 400억 달러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Fed와 재무부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를 늦추고 있는 것도 자산시장에 생길 수 있는 버블을 조절하기 위한 노력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막대한 유동성 공급 속에 생겨날 수밖에 없는 투기적 수요를 가상화폐 시장으로 돌렸던 게 아니냐는 분석입니다. 가상화폐 시장은 붕괴가 되어도 그 여파가 증시와는 다를 테이니까요.
이런 'Fed의 시간끌기'가 성공할 경우 미국 경제는 활황을 보일 겁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의 고삐가 풀리면서 어쩔 수 없이 금리를 빨리 높여야할 상황에 몰린다면 증시에도 큰 타격이 될 수 있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이날 뉴욕 증시에서 다우는 1.29%, S&P 500지수는 1.22% 올랐고 나스닥은 0.72% 상승했습니다. 장 초반 나스닥은 1.7%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점차 오름폭이 감소해 한 때 마이너스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대신 0.5% 상승세로 출발한 다우는 상승폭을 키웠습니다. 다우의 30개 종목 중 유가 약세 영향을 받은 셰브론(-0.64%)를 빼고 모두 올랐습니다. 기술주는 엇갈렸습니다. 애플이 1.79% 상승하는 등 거대기술주는 약진했지만 스퀘어(-4.62%) 텔라닥(-5.26%) 쇼피파이(-3.33%) 등 고평가 기술주는 반등하지 못했습니다. 테슬라도 3.09% 떨어졌습니다. 이날 투자자들의 심리는 변동성 지수(VIX)에서 확인됩니다. 전날 29까지 폭등했던 VIX는 23.13으로 마감됐습니다. UBS의 마크 헤펠 수석전략가는 "코로나 대유행 이후 회복세가 가속화됨에 따라 더 높은 인플레이션이 계속 주목을 받을 것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이 계속 변동성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리플레이션(적당한 물가 상승) 투자에 대한 입장을 유지한다. 시장 변동성은 구조적 승자를 매수할 기회로 간주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침 830분 발표된 4월 PPI는 전월 대비 0.6% 올라 예상치(0.3% 상승)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전년 대비로는 6.2% 올라 2010년 11월 자료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대 기록을 세웠습니다. 다만 3월 수치 1.0%(전월 대비) 증가보다 꺾였고, 세부 내용을 보면 철강 가격이 18% 뛰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내 철강 공장은 그동안 팬데믹으로 가동률이 30~40% 수준에 머물러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만큼 철강 재고가 모자란 상황에서 급등한 것으로 '일시적'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은 대부분의 실외나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거나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할 필요가 없다는 새 권고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곧 철강 공급은 곧 정상화될 수 있습니다. 걱정을 자아낸 원자재 가격도 상승세가 무뎌지고 있습니다. 사이버 공격을 받은 미국 최대 송유관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은 해킹을 한 '다크사이드'에 가상화폐로 500만 달러 규모의 몸값을 지불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이에 따라 파이브라인 가동 재개가 진행되면서 국제 유가는 이날 3%대 급락했습니다. 또 한 때 보드피트당 1700달러대에 육박하던 미국 목재 가격은 사흘 연속 하락하면서 1495달러로 떨어졌습니다. PPI와 같은 시간 발표된 실업급여 청구건수도 팬데믹 이후 최저로 떨어져 시장에 안도감을 줬습니다. 8일로 끝난 주의 실업급여 청구건수는 전주보다 3만4000건 줄어든 47만3000건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장 예상치 50만 건을 밑돌았습니다. 이에 전날 연 1.70%대를 '터치'했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1.66%대로 떨어졌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4월 CPI에 대해 Fed가 주장하는 '일시적'이란 주장도 어느 정도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기 회복에 따라 지난해 이맘 때 급락했던 항공권(4월 10.2% 상승), 호텔(8.8% 상승), 중고차(10% 상승) 가격 등이 일시적으로 상승한 게 CPI 상승 요인의 3분의 2 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 장기적 영향을 미치는 주거비의 경우 전달 대비 0.4% 상승에 머물렀고 임금 상승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일시적 인플레이션'이란 설명이 받아들여진 것처럼 보이면서 큰 혼란이 없었다. 트레이딩 데스크에서는 장기 기관투자자들의 사흘 연속 이어진 메가테크에 대한 수요를 계속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Fed와 채권 시장 모두 CPI를 일시적인 것으로 여기며 그 영향을 묵살했다. 전년대비 수치는 기저효과로 인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루 동안 증시에선 약간의 매도세가 나타났지만, 채권 수익률은 간신히 상승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걱정이 해소된 건 전혀 아닙니다. 월가 관계자는 "이날 증시 반등은 사흘 연속 하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 성격이 강하다"며 경계했습니다.
물가도 주거비 및 임금 상승이 복병이 될 것이란 우려가 있습니다. 이날 맥도널드, 아마존은 임금 상승이 발표했습니다.
맥도널드는 "앞으로 석 달 동안 모두 1만 명의 직원을 고용할 계획"이라며 "미국내 5% 수준인 자체 보유 점포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임금을 평균 10% 인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아마존도 미국과 캐나다에서 창고 및 물류 파트 전반에 걸쳐 7만5000명의 직원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발표하면서 최근의 임금 인상을 반영해 평균 시급은 17달러부터 시작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구인을 위해 일부 지역에서는 1000달러의 채용 보너스를 내걸었습니다. 최근 치폴레도 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었습니다. 구인란 속에 기업들이 잇따라 임금을 높이고 있는 겁니다. 미국에 사는 지인은 "돈 쓸데가 없는 상태로 1년 이상 지내다보니 정부 보조 수준에서 당분간 버틸 만 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는 것 같고, 제일 큰 이슈는 그동안 해고됐던 사람 중 수요가 폭증한 음식배달 등 다른 일자리로 옮겨간 이들이 있어 기존 사업체에서 다시 인력을 충원하려해도 불균형도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1년 넘게 여행을 못가다 보니, '여행부터 좀 다녀오고 일 시작하지'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주택 가격도 약 1년간 20%나 올랐습니다. 미국부동산협회(NAR)에 따르면 주택 가격의 중간값은 1년 전보다 16.2% 올라 31만9200달러에 달합니다. 특히 동북부 지역의 집값은 22.1%나 급등했습니다. 앞서 말했듯 4월 CPI에 0.4% 상승으로 잡힌 주거비가 올라갈 경우 장기적 인플레이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월가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해도 증시는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통상 높은 물가는 기업들의 이익을 줄이고 소비자들의 구매력도 떨어뜨려 주식에 부정적입니다. 하지만 경기가 회복되는 지금 같은 시기에 '적당한' 인플레이션은 오히려 기업 이익과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얘기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인플레이션이 2%에서 3% 사이일 때가 그보다 더 낮았을 때보다 S&P 500 지수의 수익률이 더 좋았다"고 밝혔습니다. 주의할 점은 그렇다하더라도 업종별로 영향이 다르다는 겁니다. 금리 상승에 민감한 성장주(기술주)와 소형주, 그리고 배당주(유틸리티 등)은 인플레가 높을 때 약세를 보였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지금 상황을 보면 Fed의 목표는 테이퍼링을 하기 전까지 최대한 시간을 끌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경기가 살아나고 있지만 Fed는 기존의 완화적 정책에서 물러설 생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Fed의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은 전날 “4월 고용과 인플레이션 지표에 놀랐다”면서도 "경제는 Fed의 목표와 거리가 멀고 '상당한 추가 진전'이 이뤄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계속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는 겁니다.
Fed는 속내는 기본적으로 막대한 유동성을 계속 공급함으로써 '고압 경제'를 만들어 경제를 빨리 회복시키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통해 고용을 완전고용수준까지 끌어올리자는 것이죠.
이런 생각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당시의 반성에서 기인합니다. 당시 인플레이션이 두려워 유동성을 천천히 투입했더니 경제 회복에 3년이 넘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죠. 특히 지난 10년을 보면 물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고압 경제' 상황을 유지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물가와 자산 가격일 겁니다.
인플레이션의 경우 Fed는 무시하고 있습니다.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 등 두 가지 미션 가운데 계속적으로 '고용'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Fed는 물가 상승이 '일시적일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예고해왔고, 시장은 아직까지는 의심을 하면서도 받아들이고 있는 형국입니다.
만약 정말 인플레이션이 급등한다면 '전가의 보도'인 도구를 꺼내면 됩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여러 차례 "인플레가 예상하지 않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Fed에는 도구가 있고 사용하겠다"고 강조해왔죠. 그 도구는 기준금리 인상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에 대해 파월 의장이 책임을 지고 내년 초 임기가 끝나면 물러나면 될 겁니다. 파월 입장에선 '고압 경제'로 빠른 경제 회복에 성공하면 연임 가능성이 생기고, 아니면 예정된 대로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면 되는 것이죠.
물가보다 더 큰 장애물은 자산 시장에서의 버블일 수 있습니다. 버블이 커지다 붕괴되면 경제를 살리려던 모든 계획을 망칠 수 있습니다. 파월 의장의 계속되는 "자산 시장에 '일부 거품'이 있다"는 발언, 지난 4일 재닛 옐런 장관의 "금리가 다소 올라야 할지도 모른다"고 한 발언은 이런 버블이 커지는 걸 누르기 위한 것일 수 있습니다. Fed가 지난 6일 발표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일부 자산의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기준과 비교해서도 높은 상태"라고 지적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완화정책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시간을 끌어 '고압 경제'를 만들어야하는데 버블이 커지면 안되니까요.
지금까지는 버블을 잘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월부터 고평가 기술주 뿐 아니라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IPO 주식들 등 많은 투기적 자산의 가격이 30~50%씩 내렸습니다. 이들 주식을 대거 편입하고 있는 아크이노베이션 ETF(ARKK)는 이날 2.62% 급락해 100달러 밑인 99.48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지난 2월 초 160달러에 육박하기도 했었지요. 2월 초 600억 달러를 넘었던 아크인베스트의 운용자산(AUM)은 400억 달러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Fed와 재무부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를 늦추고 있는 것도 자산시장에 생길 수 있는 버블을 조절하기 위한 노력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막대한 유동성 공급 속에 생겨날 수밖에 없는 투기적 수요를 가상화폐 시장으로 돌렸던 게 아니냐는 분석입니다. 가상화폐 시장은 붕괴가 되어도 그 여파가 증시와는 다를 테이니까요.
이런 'Fed의 시간끌기'가 성공할 경우 미국 경제는 활황을 보일 겁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의 고삐가 풀리면서 어쩔 수 없이 금리를 빨리 높여야할 상황에 몰린다면 증시에도 큰 타격이 될 수 있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