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리조트 개발사업인 ‘더 매리어트 앳 드루 라스베가스(The Marriot at Drew Las Vegas)’의 국내 투자자들이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고 알려졌습니다. 호텔 건설을 위한 중순위 대출(메자닌) 3000억원이 전액 손실로 확정되면서 투자자들이 나서게 됐습니다.

지난 2019년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등 국내 증권사들은 이 개발사업에 브릿지론으로 3000억원대의 대출을 진행했습니다. 신한금융투자는 하나금융투자의 매리어트 앳 드루 라스베가스 선순위 메자닌 대출채권 물량을 받아 '매리어트 인 라스베가스 DLS'를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900억원 판매했습니다. 유경PSG자산운용도 매리어트 인 라스베가스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사모펀드를 설정했고, 해당 펀드는 신한은행을 통해 100억원 가량 판매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5월 코로나19 여파로 시행사가 자금난에 빠지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가 됐습니다. JP모간과 도이치뱅크 등 선순위 투자자들은 담보권을 처분하기 위해 지난해 국내 투자자들을 상대로 호텔 자산 인수를 문의했습니다.

추가 자금이 나가게 되지만 선순위 투자자의 자금을 인수해 담보권을 가져오지 않으면 대출금을 전부 날려버릴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주관한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와 판매사인 신한금융투자가 기한 내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담보권을 인수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선순위 투자자들은 이 자산을 제 3자인 부동산 개발업체 코흐 리얼에스테이트 인더스트리와 퐁텐블로 디벨롭먼트 컨소시엄에 매각했습니다.

전액 손실이 확정이 되자 투자자들은 증권사가 제시한 투자제안서 등에 DIL(부동산 소유권 양도제도)에 대한 위험고지가 없었다며 불완전 판매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DIL이 발효되면 자산 자체가 선순위자에게 양도되고, 중순위와 후순위자는 투자금 전체를 잃게되는 만큼 리스크가 컸다는 겁니다.

IB(투자은행)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탐욕과 무지가 만난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메자닌에 대해 제대로 분석하지 않은 채 높은 금리를 보고 들어갔기 때문에 타격을 받았다는 겁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해외 호텔, 개발사업, 메자닌이라는 위험 요인 세가지가 모두 들어간 위험한 상품"이라며 "리스크 헷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품에 투자하고 심지어 개인투자자들에게 셀다운까지 해 파장이 커졌다"고 쓴소리를 했습니다.

비록 개발사업은 디폴트가 났지만, 담보권을 가져오는게 괜찮은 투자였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미국의 코로나19 영향이 줄어들고 있고, 호텔 객실 점유율이 회복되고 있어 추후 좋은 가격에 팔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코로나19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좋은 자산을 저렴한 가격에 인수할 수 있는 기회라며 적극적으로 투자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한경 ASK포럼에 참석한 스티브 오부흐 스컵터캐피탈 대표는 "최근 유럽에서 일시적 유동성 문제가 생긴 호텔 관련 채권을 시세 대비 40% 할인된 가격으로 매입했다"면서 "뉴욕 시카고 시애틀 등 대도시의 오피스빌딩, 고층 주상복합 등도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어 좋은 투자기회들이 많다"고 강조했습니다. 그가 호텔 채권을 투자한 것도 메자닌이었습니다.
[한경 CFO insight]위기 후 투자 기회가 온다
메자닌이 리스크도 높지만, 잘 활용한다면 좋은 투자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최소한 담보권을 가져올 수 있도록 사전 합의도 이루지 못한 채 원금을 다 날리고 말았습니다. 증권사를 통해 자금을 투자한 연기금들 입장에서는 부실이 난 자산에 추가 자금 투입이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국내 연기금 중 자금 추가 투입이라는 공격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건 국민연금, KIC 외엔 없다"면서 "미래의 가능성을 보더라도 현재의 리스크를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