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KPMG - 개성공단 사례로 본 북한 진출 전략(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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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삼정KPMG 대북비즈니스지원센터장 부대표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2월 개성공단 입주기업 111곳을 대상으로 ‘개성공단 가동 중단 5주년 입주기업 조사’를 한 결과 응답기업의 91.9%가 재입주를 희망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중 38.7%는 우리 정부와 북측의 재개 조건에 상관없이 즉시 입주하겠다고 응답했다.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된 지 5년이 흘렀고 지난해 6월 북한 측에서 개성공단의 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시킨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대다수가 희망을 버리고 있지 않다는 설문 결과가 놀랍다.
일반적으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높은 회계지식과 현금흐름에 대한 이해, 각 분야의 업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비용과 손익을 관리해 최고경영자(CEO)의 사업 목표를 계획대로 추진하고 달성하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렇다면 북한에 대한 투자를 한다면 어떤 관점이 필요할까.
CFO 입장에서의 북한 투자 고려사항은 진출가능한 업종, 노동력의 질과 생산성, 원가절감, 물류의 장점 등이 기본적인 체크포인트가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북한 투자에 대한 안정성이 보장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북한도 ESG? 환경 오염 문제가 없는 모든 업종에 북한 진출 열려 있어
개성공단은 당초 3단계에 걸쳐 2000만평(약 6611만㎡) 규모로 공업지구 및 배후도시를 건설하는 신도시 계획이었다. 계획이 실현됐다면 거의 모든 업종 기업이 진출 가능했을 것이나, 실제 개성공단은 1단계 100만평(약 330만㎡)만 완성돼 가동됐다.
1단계는 정부 시책에 따라서 주로 경공업을 하는 중소기업들이 입주했다. 섬유·봉제 기업이 가장 많았고 기계금속, 전기전자, 화학, 기타 업종 순으로 입주해 생산활동을 했다.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산업을 제외하면 북한 측이 특별히 입주를 제한하는 업종은 없었기 때문에 환경오염 발생이 현저한 업종이 아니라면 입주가 가능하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위배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 개성공단에서 경험을 쌓은 북한이 ‘단순 노동’만 제공하는 데 대해 지속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점 등은 추후 진출 시 고려해야 할 중요한 변수다.
임금은 저렴하나 노동력은 저렴하지 않다
개성공단 전면중단 직전인 2016년 2월 기준 월 최저임금은 약 74달러였으며, 2015년 북한 근로자 1인당 월 평균 임금은 187.6 달러였다. 여기엔 우리의 4대보험과 비슷한 북한의 사회보험료 등 제비용이 모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임금수준이 상당히 낮은 편이다.
반면 노동력 수준은 높다. 북한 근로자들이 자본주의 생산현장에 적응하고 생산성이 향상되는데 걸린 시간은 예상보다 짧았다. 의류생산업체인 A사는 자사의 최고가 라인 물량의 90% 이상을 개성공단에서 생산했으며 타 섬유·봉제 기업들도 최고가 백화점 납품 브랜드 생산을 하면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도자기 제품을 생산하는 B사는 품질과 생산성에 매우 만족해 타지역에 있는 공장들을 모두 처분하고 개성공단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고, C사의 경우 개성에서의 생산성에 힘입어 우리나라에 새로운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개성공단에서 협력을 위해 노력한 우리 기업들과 북한 근로자들의 잠재력이 원동력이 돼 생산성 향상을 이뤘다. 북한은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수준인 고급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며 수학과 과학 과목의 학습 역량도 매우 높다. 평양과 일부 도시들을 제외하면 스마트 폰이나 컴퓨터의 보급률이 극히 낮아서 암기하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 이러한 환경으로 북한 근로자들의 암기력과 이해력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개성공단 가동 초기에 컴퓨터를 제대로 켜지도 못했던 북한 근로자들에게 컴퓨터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교육한 결과, 불과 수 개월 후 업무 관련 프로그램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북한 근로자들을 채용해 사무 업무를 맡기는 기업도 많아지게 됐다.
입주 10년간 토지이용료 면제와 기업소득세 감면 등 제도적인 혜택 풍부
개성공단 입주 시 분양가, 각종 세금, 토지사용료 등에서도 상당히 많은 혜택이 주어졌고 남북경제협력보험과 보증 등 가동 중단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완전하지는 않으나)도 준비돼 있었다. 분양가격에 있어서도, LH와 현대아산은 당시 베트남 특구의 평균인 3.3㎡당 약 15만원보다 낮게 책정하기 위해 북한과 합의를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평당 14만9000원(4만5000원/㎡)에 개성공단 토지를 분양할 수 있었다. 입주 10년 간 토지이용료가 면제였기 때문에 개성공단에서 실제 기업들이 토지이용료를 납부한 적은 없다. 개성공단 입주 시 남한에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은 경협보험, 보증지원제도, 투자세액공제 등이 있었고 북한 현지에선 기업소득세 감면 혜택이 있다. 기업소득세는 이윤이 발생할 때까지 면제되고, 이윤 발생 이후에도 5년 간 면제되는 등의 혜택이 주어졌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따른 피해 보상의 경우, 2016년 2월 전면 중단 상황에서 정부차원에서 입주기업 피해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입주기업에 총 5500여억원의 지원금이 지급됐다. 갑자기 발생한 800여명의 실업자에 대해서도 124억원에 달하는 지원금과 취업지원 프로그램 등이 마련됐다.
The darkest hour is just before the dawn.
역사를 보면 소련의 붕괴와 독일 통일을 비롯해 한국의 1994년 '남북교류협력법' 제정과 남북교류협력의 시작, 2000년 '6·15공동선언', 금강산과 개성공단 사업 등은 힘든 시기 직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일어났다. 그리고 변혁의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은 주도적인 역할을 해 왔다.
어쩌면 지금이 동트기 직전 칠흑 같은 어둠일 지도 모른다. 우리 기업들이 개성공단 사업과 같은 남북협력사업 경험에 대해 분석하고 현실적으로 차분하게 적용해보기를 권한다. 경험이 주는 시사점을 잘 알고 적용한다면 시행착오를 최소화해 사업의 실현 가능성과 연착륙 가능성을 높여 줄 것이다.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된 지 5년이 흘렀고 지난해 6월 북한 측에서 개성공단의 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시킨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대다수가 희망을 버리고 있지 않다는 설문 결과가 놀랍다.
일반적으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높은 회계지식과 현금흐름에 대한 이해, 각 분야의 업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비용과 손익을 관리해 최고경영자(CEO)의 사업 목표를 계획대로 추진하고 달성하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렇다면 북한에 대한 투자를 한다면 어떤 관점이 필요할까.
CFO 입장에서의 북한 투자 고려사항은 진출가능한 업종, 노동력의 질과 생산성, 원가절감, 물류의 장점 등이 기본적인 체크포인트가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북한 투자에 대한 안정성이 보장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북한도 ESG? 환경 오염 문제가 없는 모든 업종에 북한 진출 열려 있어
개성공단은 당초 3단계에 걸쳐 2000만평(약 6611만㎡) 규모로 공업지구 및 배후도시를 건설하는 신도시 계획이었다. 계획이 실현됐다면 거의 모든 업종 기업이 진출 가능했을 것이나, 실제 개성공단은 1단계 100만평(약 330만㎡)만 완성돼 가동됐다.
1단계는 정부 시책에 따라서 주로 경공업을 하는 중소기업들이 입주했다. 섬유·봉제 기업이 가장 많았고 기계금속, 전기전자, 화학, 기타 업종 순으로 입주해 생산활동을 했다.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산업을 제외하면 북한 측이 특별히 입주를 제한하는 업종은 없었기 때문에 환경오염 발생이 현저한 업종이 아니라면 입주가 가능하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위배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 개성공단에서 경험을 쌓은 북한이 ‘단순 노동’만 제공하는 데 대해 지속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점 등은 추후 진출 시 고려해야 할 중요한 변수다.
임금은 저렴하나 노동력은 저렴하지 않다
개성공단 전면중단 직전인 2016년 2월 기준 월 최저임금은 약 74달러였으며, 2015년 북한 근로자 1인당 월 평균 임금은 187.6 달러였다. 여기엔 우리의 4대보험과 비슷한 북한의 사회보험료 등 제비용이 모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임금수준이 상당히 낮은 편이다.
반면 노동력 수준은 높다. 북한 근로자들이 자본주의 생산현장에 적응하고 생산성이 향상되는데 걸린 시간은 예상보다 짧았다. 의류생산업체인 A사는 자사의 최고가 라인 물량의 90% 이상을 개성공단에서 생산했으며 타 섬유·봉제 기업들도 최고가 백화점 납품 브랜드 생산을 하면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도자기 제품을 생산하는 B사는 품질과 생산성에 매우 만족해 타지역에 있는 공장들을 모두 처분하고 개성공단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고, C사의 경우 개성에서의 생산성에 힘입어 우리나라에 새로운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개성공단에서 협력을 위해 노력한 우리 기업들과 북한 근로자들의 잠재력이 원동력이 돼 생산성 향상을 이뤘다. 북한은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수준인 고급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며 수학과 과학 과목의 학습 역량도 매우 높다. 평양과 일부 도시들을 제외하면 스마트 폰이나 컴퓨터의 보급률이 극히 낮아서 암기하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 이러한 환경으로 북한 근로자들의 암기력과 이해력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개성공단 가동 초기에 컴퓨터를 제대로 켜지도 못했던 북한 근로자들에게 컴퓨터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교육한 결과, 불과 수 개월 후 업무 관련 프로그램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북한 근로자들을 채용해 사무 업무를 맡기는 기업도 많아지게 됐다.
입주 10년간 토지이용료 면제와 기업소득세 감면 등 제도적인 혜택 풍부
개성공단 입주 시 분양가, 각종 세금, 토지사용료 등에서도 상당히 많은 혜택이 주어졌고 남북경제협력보험과 보증 등 가동 중단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완전하지는 않으나)도 준비돼 있었다. 분양가격에 있어서도, LH와 현대아산은 당시 베트남 특구의 평균인 3.3㎡당 약 15만원보다 낮게 책정하기 위해 북한과 합의를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평당 14만9000원(4만5000원/㎡)에 개성공단 토지를 분양할 수 있었다. 입주 10년 간 토지이용료가 면제였기 때문에 개성공단에서 실제 기업들이 토지이용료를 납부한 적은 없다. 개성공단 입주 시 남한에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은 경협보험, 보증지원제도, 투자세액공제 등이 있었고 북한 현지에선 기업소득세 감면 혜택이 있다. 기업소득세는 이윤이 발생할 때까지 면제되고, 이윤 발생 이후에도 5년 간 면제되는 등의 혜택이 주어졌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따른 피해 보상의 경우, 2016년 2월 전면 중단 상황에서 정부차원에서 입주기업 피해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입주기업에 총 5500여억원의 지원금이 지급됐다. 갑자기 발생한 800여명의 실업자에 대해서도 124억원에 달하는 지원금과 취업지원 프로그램 등이 마련됐다.
The darkest hour is just before the dawn.
역사를 보면 소련의 붕괴와 독일 통일을 비롯해 한국의 1994년 '남북교류협력법' 제정과 남북교류협력의 시작, 2000년 '6·15공동선언', 금강산과 개성공단 사업 등은 힘든 시기 직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일어났다. 그리고 변혁의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은 주도적인 역할을 해 왔다.
어쩌면 지금이 동트기 직전 칠흑 같은 어둠일 지도 모른다. 우리 기업들이 개성공단 사업과 같은 남북협력사업 경험에 대해 분석하고 현실적으로 차분하게 적용해보기를 권한다. 경험이 주는 시사점을 잘 알고 적용한다면 시행착오를 최소화해 사업의 실현 가능성과 연착륙 가능성을 높여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