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징역" 듣자 정인이 양모 오열…양부 "딸 생각 좀" 읍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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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사건 1심 재판 현장
1심 재판부, 정인이 양모 살인죄 인정
"확정적 고의는 아니더라도 미필적 고의 있었다"
양부, 법정구속에 "혼자 남을 딸 생각해달라"
1심 재판부, 정인이 양모 살인죄 인정
"확정적 고의는 아니더라도 미필적 고의 있었다"
양부, 법정구속에 "혼자 남을 딸 생각해달라"
"피해자가 입양된 후 피고인의 냉대와 무관심 속에서 가늠할 수 없는 극심한 고통을 겪었음을 알 수 있다."
재판부의 선고에 연신 울먹이던 정인이의 양모 장 모(35) 씨는 끝내 울음을 터트렸고, 양부 안 모(38) 는 무표정한 표정으로 한숨만 내쉬었다.
생후 16개월 입양아를 학대 끝에 숨지게 한 이른바 '정인이 사건' 가해자인 양부모의 1심 재판 결과가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이상주 부장판사)는 14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장 씨에게 무기징역을,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씨에게 징역 5년을 각각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온 안 씨는 이날 법정구속됐다. 안 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혼자 남을 딸(정인양 언니)을 생각해 2심까지는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현장에서 재판을 지켜보던 방청객 중 일부는 이 같은 안 씨의 요청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 정인이 양부모들은 정인이를 학대하면서도 친딸은 제대로 양육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코로나19가 걱정돼 정인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았다고 주장한 양부모들은 친딸은 어린이집에 보내온 것으로 밝혀졌다.
안 씨는 이날 재판이 시작되기 전 먼저 피고인석에 들어와 앉았다. 체념한 듯 무표정한 표정으로 허공만 바라봤다.
장 씨는 선고 공판이 시작되자 교도관과 함께 법정에 들어왔다. 긴 머리를 질끈 묶고 고개를 푹 숙인 채였다. 그동안 장 씨는 재판 때마다 긴머리를 풀어헤치고 고개를 푹 숙여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이날은 표정까지 생생하게 확인이 됐다. 재판 초반엔 남편과 비교해 비교적 덤덤한 표정이었다.
재판부는 곧 판결문을 읽어내려갔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상태가 (아동학대 사례 중)유례가 없을 정도로 신체 손상이 심했다"며 "피해자가 입양된 후 피고인의 냉대와 무관심 속에서 가늠할 수 없는 극심한 고통을 겪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양모 측은 정인이를 떨어뜨려 췌장 절단이 발생했다고 주장하지만) 등쪽에 충격이 가해져 췌장이 절단되려면 척추뼈가 골절되어야 한다. 피해자와 유사한 인형을 성인 여성 겨드랑이 높이에서 떨어뜨리는 실험을 해본 결과 5번 모두 다리가 먼저 떨어졌다. 등 부위가 먼저 떨어지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췌장 절단 및 장간막 손상이 발생했다는 양모 측 주장에 대해서는 "성인들의 경우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갈비뼈 골절이 생기는 경우가 있으나 소아들은 뼈 탄력성이 좋아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는 자문을 받았다"며 "췌장은 간과 폐보다 더 밑에 있는 장기"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양모가)가슴 수술을 받아 손으로 복부에 둔력 가하기 어려웠던 상황이라 당시 피해자 복부를 발로 밟은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살해할 확정적 고의는 없었더라도 미필적 고의는 있었다"고 살인죄를 인정했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은 입양 후 한 달여가 지난 후부터 피해자를 상습 학대하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만행으로 사망하게 했다"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무참히 짓밟은 비인간적 범행인 만큼 사회로부터 무기한 격리해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도록 하는 게 타당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 순간 듣고 있던 장 씨의 얼굴이 잔뜩 찡그려 졌고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양부는 선고 내내 땅만 바라봤다.
양부모는 판사가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는 약 40분 동안 거의 미동조차 하지 않으며 조용히 서 있었다.
그러나 재판부가 무기징역을 선고하자 장 씨는 흐느끼며 울기 시작했다. 나란히 앉은 양부 안씨도 굳은 표정이었다.
두 사람은 재판이 끝난 후 법정 경위에 의해 끌려나갔다. 법원 앞에 모여 있던 시위대는 떠나는 호송차를 향해 '사형' 등을 외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일부 시민들은 "정인이를 지켜주지 못한 경찰이 왜 시위대만 막느냐"며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장 씨는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입양한 딸 정인양을 상습 폭행·학대하고 10월 13일 복부에 강한 충격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 등)를 받고 있다.
장 씨 측은 정인양을 상습 폭행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망에 이를만한 강한 충격을 가한 사실은 없다며 살인 혐의를 부인해왔다. 검찰은 장 씨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가 살인 혐의를 주위적 공소사실(주된 범죄사실)로 정했다. 사망에 이른 외력의 형태와 정도뿐 아니라 장 씨의 통합심리분석 결과, 학대의 전체적 경위, 사망의 결과 발생 가능성 정도 등 범행 전후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정인양을 학대하고, 아내의 폭행·학대를 방조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 등)로 함께 기소된 안 씨에 대해서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양부로서 아내의 양육 태도와 피해자의 상태를 누구보다 알기 쉬운 위치에 있었는데도 학대 사실을 몰랐다는 변명만을 하고 있다"며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오랜 기간 학대를 방관해 비난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장 씨에게는 사형을, 안 씨에게는 징역 7년 6개월을 구형했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재판부의 선고에 연신 울먹이던 정인이의 양모 장 모(35) 씨는 끝내 울음을 터트렸고, 양부 안 모(38) 는 무표정한 표정으로 한숨만 내쉬었다.
생후 16개월 입양아를 학대 끝에 숨지게 한 이른바 '정인이 사건' 가해자인 양부모의 1심 재판 결과가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이상주 부장판사)는 14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장 씨에게 무기징역을,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씨에게 징역 5년을 각각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온 안 씨는 이날 법정구속됐다. 안 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혼자 남을 딸(정인양 언니)을 생각해 2심까지는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현장에서 재판을 지켜보던 방청객 중 일부는 이 같은 안 씨의 요청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 정인이 양부모들은 정인이를 학대하면서도 친딸은 제대로 양육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코로나19가 걱정돼 정인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았다고 주장한 양부모들은 친딸은 어린이집에 보내온 것으로 밝혀졌다.
안 씨는 이날 재판이 시작되기 전 먼저 피고인석에 들어와 앉았다. 체념한 듯 무표정한 표정으로 허공만 바라봤다.
장 씨는 선고 공판이 시작되자 교도관과 함께 법정에 들어왔다. 긴 머리를 질끈 묶고 고개를 푹 숙인 채였다. 그동안 장 씨는 재판 때마다 긴머리를 풀어헤치고 고개를 푹 숙여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이날은 표정까지 생생하게 확인이 됐다. 재판 초반엔 남편과 비교해 비교적 덤덤한 표정이었다.
재판부는 곧 판결문을 읽어내려갔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상태가 (아동학대 사례 중)유례가 없을 정도로 신체 손상이 심했다"며 "피해자가 입양된 후 피고인의 냉대와 무관심 속에서 가늠할 수 없는 극심한 고통을 겪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양모 측은 정인이를 떨어뜨려 췌장 절단이 발생했다고 주장하지만) 등쪽에 충격이 가해져 췌장이 절단되려면 척추뼈가 골절되어야 한다. 피해자와 유사한 인형을 성인 여성 겨드랑이 높이에서 떨어뜨리는 실험을 해본 결과 5번 모두 다리가 먼저 떨어졌다. 등 부위가 먼저 떨어지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췌장 절단 및 장간막 손상이 발생했다는 양모 측 주장에 대해서는 "성인들의 경우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갈비뼈 골절이 생기는 경우가 있으나 소아들은 뼈 탄력성이 좋아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는 자문을 받았다"며 "췌장은 간과 폐보다 더 밑에 있는 장기"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양모가)가슴 수술을 받아 손으로 복부에 둔력 가하기 어려웠던 상황이라 당시 피해자 복부를 발로 밟은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살해할 확정적 고의는 없었더라도 미필적 고의는 있었다"고 살인죄를 인정했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은 입양 후 한 달여가 지난 후부터 피해자를 상습 학대하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만행으로 사망하게 했다"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무참히 짓밟은 비인간적 범행인 만큼 사회로부터 무기한 격리해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도록 하는 게 타당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 순간 듣고 있던 장 씨의 얼굴이 잔뜩 찡그려 졌고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양부는 선고 내내 땅만 바라봤다.
양부모는 판사가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는 약 40분 동안 거의 미동조차 하지 않으며 조용히 서 있었다.
그러나 재판부가 무기징역을 선고하자 장 씨는 흐느끼며 울기 시작했다. 나란히 앉은 양부 안씨도 굳은 표정이었다.
두 사람은 재판이 끝난 후 법정 경위에 의해 끌려나갔다. 법원 앞에 모여 있던 시위대는 떠나는 호송차를 향해 '사형' 등을 외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일부 시민들은 "정인이를 지켜주지 못한 경찰이 왜 시위대만 막느냐"며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장 씨는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입양한 딸 정인양을 상습 폭행·학대하고 10월 13일 복부에 강한 충격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 등)를 받고 있다.
장 씨 측은 정인양을 상습 폭행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망에 이를만한 강한 충격을 가한 사실은 없다며 살인 혐의를 부인해왔다. 검찰은 장 씨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가 살인 혐의를 주위적 공소사실(주된 범죄사실)로 정했다. 사망에 이른 외력의 형태와 정도뿐 아니라 장 씨의 통합심리분석 결과, 학대의 전체적 경위, 사망의 결과 발생 가능성 정도 등 범행 전후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정인양을 학대하고, 아내의 폭행·학대를 방조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 등)로 함께 기소된 안 씨에 대해서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양부로서 아내의 양육 태도와 피해자의 상태를 누구보다 알기 쉬운 위치에 있었는데도 학대 사실을 몰랐다는 변명만을 하고 있다"며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오랜 기간 학대를 방관해 비난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장 씨에게는 사형을, 안 씨에게는 징역 7년 6개월을 구형했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