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난 4월 30일(현지시간) 히크마 파마슈티컬스의 클록사도(성분명 날록손 염산염) 판매를 허가했다. 클록사도 비강분무제는 오피오이드 과다복용 증상의 긴급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지금까지 날록손 비강분무제는 2mg과 4mg 용량 제품이 사용돼왔다. 클록사도는 이들보다 2배 이상 많은 8mg 제품이다.
세계 진통제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는 중증 통증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한편, 오피오이드의 중독 및 남용으로 인해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진통제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는 중증 통증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한편, 오피오이드의 중독 및 남용으로 인해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피오이드(opioid)는 마약성 진통제를 말한다. 고용량 날록손 비강분무제의 허가는 오피오이드 오· 남용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날록손은 오피오이드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낮추기 위해 긴급하게 투여하는 약물이다. 신속하게 투여할 경우 수 분 이내에 호흡곤란 등 오피오이드 과다복용의 영향을 억제한다.

고용량 날록손의 필요성은 오피오이드 오·남용 사고 증가와 함께 커졌다. 날록손 적정 용량에 대한 FDA 자문위원회 회의 자료에 따르면 날록손 4mg 비강분무제를 배포한 지역사회단체 설문 결과, 34%가 2회 이상 투여했다. 또 날록손을 여러 번 투여해야 할 정도의 과다복용 관련 응급호출이 21%로, 2013~2016년 4년간 43% 증가했다.

패트리지아 카바조니 FDA 약물평가연구센터(CDER) 소장은 “이번 결정으로 오피오이드 과다 복용을 억제하는 데 필요한 또 하나의 중요한 수요가 충족됐다”며 “오피오이드 위기에 대응하는 일은 FDA의 최우선 현안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FDA는 오피오이드 오·남용에 대한 대응책으로 수 년여 동안 날록손 제제들의 사용이 향상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들을 시행했다. 제약기업들이 일반의약품(OTC) 날록손 제제들의 허가를 취득하도록 장려하고, 날록손 비강분무제들의 유통기한을 24개월에서 36개월로 연장했다. 또 오피오이드 노출 감소를 위해 비마약성 진통제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 오피오이드로 하루 136명 사망
오피오이드는 통증 치료에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진통제다. 다양한 통증을 완화할 수 있고, 수술 후 통증과 암성 통증 등 중증 통증에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오피오이드가 세계 진통제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오피오이드의 중독 및 남용으로 인해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에서 24만7000명이 처방 오피오이드 남용으로 사망했다. 20여 년간 사망자 수가 4배 이상 증가했다. 2019년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자 7만630명 중 70.6%인 4만9860명이 처방 오피오이드에 의한 것이었다. 미국에서는 매일 136명이 오피오이드 남용으로 사망하고 있다.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오·남용을 조장한 혐의로 오피오이드 제조사들에 책임을 묻는 판결들도 이어졌다. 2019년 8월 오클라호마주 법원은 존슨앤드존슨에 5억7200만 달러의 배상을 판결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매케슨, 아메리소스버진, 카디널헬스 등 3대 제약 유통업체가 2억1500만 달러, 테바가 4500만 달러의 현금 및 치료제를 오하이오주의 2개 카운티에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대표적 오피오이드인 옥시콘틴을 생산하는 퍼듀파마는 소송 합의금으로 최대 120억 달러를 제안받고, 2019년 9월 파산을 신청했다. 작년 10월 옥시콘틴의 마케팅과 관련해 3개의 중범죄 혐의를 시인하고 83억 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미 법무부와 합의했다.

진통제 시장, 2024년 103조 원 전망
현재까지 개발된 진통제는 효과가 좋으나 중독으로 인한 과다복용 등 부작용의 폐해가 큰 오피오이드, 중독성이 없으나 경증에서 중등증에 작용하는 비마약성 진통제만 존재한다. 시장의 미충족 수요가 큰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관 퓨처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진통제 시장은 2019년 700억 달러에서 연평균 5.5% 증가해 2024년에는 916억 달러(약 10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수술 후 통증과 암성 통증, 신경병성 통증 등 중증이 시장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오피오이드에 대한 강력한 규제들이 나오면서, 이를 대체할 비마약성 진통제 개발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재 오피오이드를 대체하는 수준의 강력한 효능을 가진 비마약성 진통제는 없다. 이 때문에 효능이 오피오이드만큼 우수하고, 오남용 및 중독의 부작용이 적은 비마약성 진통제가 개발된다면 큰 성장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아세트아미노펜, 이부프로펜, 케토롤락, 멜록시캄 등 소염진통성 주사제와 수술 부위에 직접 적용하는 국소마취제 등이 오피오이드 보조제로 사용되고 있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는 중독 위험은 없지만 장기간 사용하면 위·장 출혈과 심장마 비, 신장 손상 등의 위험이 증가한다.

정신 올리패스 대표는 “장기 사용 가능한 안전한 진통제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며 “여기에 기존 진통제는 효능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소염진통제는 30~40%, 마약성 진통제는 40~50% 수준의 통증 완화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다.

진통제에 대한 미충족 수요로 인해 국내외 기업들의 신약 개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버텍스 파마슈티컬스는 지난 4월 26일 올 하반기 경구용 NaV1.8 저해제 ‘VX-548’의 임상 2상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NaV1.8은 세포막 내외의 이온을 통과시키는 막단백질로, 이온채널이라고 불린다. 중추신경계로 통증 신호를 전달하는 이온채널을 차단해 중독 부작용이 없는 급성통증 진통제를 개발하는 것이 버텍스의 목표다. 버텍스는 이에 앞서 3개의 NaV1.8 저해제의 임상개발을 중단했지만, 다시 도전에 나섰다.

말초신경에 발현하는 이온채널은 NaV1.8 외에도 NaV1.7과 NaV1.9가 있다. 대웅제약의 자회사인 아이엔테라퓨틱스는 NaV1.7 저해제 ‘iN1011-N17’에 대해 호주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전임상에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오피오이드인 트라마돌보다 우수한 효능을 확인했다.
[글로벌 시장 분석] FDA, 고용량 오피오이드 과다복용 치료제 승인]
[글로벌 시장 분석] FDA, 고용량 오피오이드 과다복용 치료제 승인]
한민수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5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