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거리'였던 HMM이 한국 해운업 장기침체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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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동안 1조 원 영업이익 '어닝 서프라이즈'
장밋빛 전망 경계 목소리도…"물 들어올 때 투자 가속해야"
국내 최대 원양 컨테이너 선사인 HMM(구 현대상선)이 올해 1분기 1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며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HMM의 호실적은 긴 침체에 빠졌던 한국 해운업의 부활을 알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사이클 산업인 해운 특성을 고려해 어렵게 온 호황기에 초대형선 발주 등의 투자를 게을리해선 안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 HMM, 1조원 영업익으로 한국 해운 침체기 끝내
HMM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한 1조193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85% 증가한 2조4천280억 원이었다.
이는 HMM의 전신인 현대상선이 1976년 창립된 이래 최대 분기 실적으로, 특히 영업익은 지난해 전체(9천808억원)를 뛰어넘었다.
국내 선사들이 최근 10여 년간 적자에 허덕였던 것을 고려하면 HMM의 '어닝 서프라이즈'는 놀랍다는 것이 대체적 반응이다.
HMM이 국내 해운업계를 장기 침체의 늪에서 끌어올렸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해운업 '불운'의 시작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머스크·MSC 등 주요 해운업체들은 불황이 닥치자 선박 규모를 키우는 방식으로 '운임 치킨게임'에 돌입했다.
하지만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국내 선사들은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특히 국내 1위이자 세계 7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유동성 문제로 2016년 말 파산하면서 위기는 더 심각해졌다.
세계시장 점유율이 3%에 달했던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2016년 초 105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에 달했던 한국 선복량은 2016년 말 46만TEU로 떨어졌고, 해운 순위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현대상선도 현대그룹에서 산업은행으로 경영권이 넘어가며 살아남았지만, 적자의 늪을 탈출하기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몰락 직전의 한국 해운산업을 살리기 위해 2018년부터 투자를 하면서 반전의 기미가 나타났다.
정부는 2018년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세워 현대상선의 초대형 선박 20척(2만4천TEU 12척·1만6천TEU 8척) 발주를 지원했다.
초대형선은 단위당 원가를 크게 줄일 수 있어 선사의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현대상선도 HMM으로 새출발하며 지난해 세계 3대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HMM은 동맹 내에서 세계 최대 2만4천TEU 컨테이너선 12척을 내세워 운항 효율성을 높였다.
여기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선사들이 선복량을 조정하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물동량이 폭증하면서 운임이 예년의 2~3배 수준으로 급등했다.
결국 정부의 투자, 선사의 운항 효율성 개선에 물동량 증가, 운임 급등까지 맞물리면서 국내 해운업계가 살아날 수 있었다는 평가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운임이 오르고, 물동량이 증가하는 해운 호황기를 맞아 정부가 지원한 초대형선들이 투입되면서 국내 해운산업이 저비용 고효율 체제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 향후 전망은 일단 '장밋빛'…"장기체력 갖춰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해운 호황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성수기인 2·3분기를 맞아 물동량 증가와 선박 부족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이러한 호황이 계속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불시에 닥칠 불황에 대비 장기 체력 비축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최근 컨테이너선 발주가 크게 느는 상황에서 선박들이 인도되는 2~3년 후에는 공급 과잉으로 10년 전과 같은 치킨게임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국내 해운업계가 지난 10년간 극심한 불황을 겪게 된 이유는 잘 나갈 때 투자를 게을리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기가 다시 안 오리라는 법은 없다"면서 "특히 선박 환경 규제가 강력해지는 상황에서 시황과 관계없이 타국과 경쟁할 수 있는 선대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HMM은 정부와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의 협의로 1만3천TEU급 네오파나막스급 컨테이너선 12척 추가 발주를 준비하고 있다.
수출기업들이 선복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주노선의 선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신영증권 엄경아 연구원은 "해양수산부는 1만3천TEU급 12척 추가 발주에 이어 시장 대비 2배 정도 선대 투자를 늘려 세계점유율 1%포인트 확대를 노리고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 도움 되는 투자"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장밋빛 전망 경계 목소리도…"물 들어올 때 투자 가속해야"
국내 최대 원양 컨테이너 선사인 HMM(구 현대상선)이 올해 1분기 1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며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HMM의 호실적은 긴 침체에 빠졌던 한국 해운업의 부활을 알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사이클 산업인 해운 특성을 고려해 어렵게 온 호황기에 초대형선 발주 등의 투자를 게을리해선 안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 HMM, 1조원 영업익으로 한국 해운 침체기 끝내
HMM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한 1조193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85% 증가한 2조4천280억 원이었다.
이는 HMM의 전신인 현대상선이 1976년 창립된 이래 최대 분기 실적으로, 특히 영업익은 지난해 전체(9천808억원)를 뛰어넘었다.
국내 선사들이 최근 10여 년간 적자에 허덕였던 것을 고려하면 HMM의 '어닝 서프라이즈'는 놀랍다는 것이 대체적 반응이다.
HMM이 국내 해운업계를 장기 침체의 늪에서 끌어올렸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해운업 '불운'의 시작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머스크·MSC 등 주요 해운업체들은 불황이 닥치자 선박 규모를 키우는 방식으로 '운임 치킨게임'에 돌입했다.
하지만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국내 선사들은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특히 국내 1위이자 세계 7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유동성 문제로 2016년 말 파산하면서 위기는 더 심각해졌다.
세계시장 점유율이 3%에 달했던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2016년 초 105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에 달했던 한국 선복량은 2016년 말 46만TEU로 떨어졌고, 해운 순위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현대상선도 현대그룹에서 산업은행으로 경영권이 넘어가며 살아남았지만, 적자의 늪을 탈출하기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몰락 직전의 한국 해운산업을 살리기 위해 2018년부터 투자를 하면서 반전의 기미가 나타났다.
정부는 2018년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세워 현대상선의 초대형 선박 20척(2만4천TEU 12척·1만6천TEU 8척) 발주를 지원했다.
초대형선은 단위당 원가를 크게 줄일 수 있어 선사의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현대상선도 HMM으로 새출발하며 지난해 세계 3대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HMM은 동맹 내에서 세계 최대 2만4천TEU 컨테이너선 12척을 내세워 운항 효율성을 높였다.
여기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선사들이 선복량을 조정하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물동량이 폭증하면서 운임이 예년의 2~3배 수준으로 급등했다.
결국 정부의 투자, 선사의 운항 효율성 개선에 물동량 증가, 운임 급등까지 맞물리면서 국내 해운업계가 살아날 수 있었다는 평가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운임이 오르고, 물동량이 증가하는 해운 호황기를 맞아 정부가 지원한 초대형선들이 투입되면서 국내 해운산업이 저비용 고효율 체제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 향후 전망은 일단 '장밋빛'…"장기체력 갖춰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해운 호황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성수기인 2·3분기를 맞아 물동량 증가와 선박 부족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이러한 호황이 계속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불시에 닥칠 불황에 대비 장기 체력 비축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최근 컨테이너선 발주가 크게 느는 상황에서 선박들이 인도되는 2~3년 후에는 공급 과잉으로 10년 전과 같은 치킨게임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국내 해운업계가 지난 10년간 극심한 불황을 겪게 된 이유는 잘 나갈 때 투자를 게을리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기가 다시 안 오리라는 법은 없다"면서 "특히 선박 환경 규제가 강력해지는 상황에서 시황과 관계없이 타국과 경쟁할 수 있는 선대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HMM은 정부와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의 협의로 1만3천TEU급 네오파나막스급 컨테이너선 12척 추가 발주를 준비하고 있다.
수출기업들이 선복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주노선의 선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신영증권 엄경아 연구원은 "해양수산부는 1만3천TEU급 12척 추가 발주에 이어 시장 대비 2배 정도 선대 투자를 늘려 세계점유율 1%포인트 확대를 노리고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 도움 되는 투자"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