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가르침 덕에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뜨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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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인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일성여자고등학교 1학년 1반 교실에 모인 학생들은 자신들보다 훨씬 젊은 선생님을 모시고 "감사합니다"를 외쳤다.
일성여중·고는 제때 학업을 마치지 못한 40∼80대 여성 만학도들이 중·고교 과정을 공부하는 2년제 학력인정 평생학교다.
이날 사은회를 한 1학년 1반 학생들은 주로 60∼70대다.
희끗희끗한 머리와 돋보기안경을 낀 학생들은 교단에 선 선생님을 경건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스승의 은혜'를 불렀다.
학생들과 선생님의 얼굴에는 마스크로도 가릴 수 없는 미소가 번졌다.
학생들은 "헌신적 사랑으로 이끌어주신 선생님, 참으로 감사합니다"라며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더 열심히 학교생활 성실히 하고 말씀 따라 훌륭하게 성장하겠습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15년째 이 학교에서 만학도들을 가르쳐 온 고형구(47) 선생님은 학생들이 달아준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여러분 만나는 게 재미있어서 학교생활이 힘든 줄 모르겠다"며 "초심 잃지 않고 학생들을 1순위로 생각할 테니 여러분도 잘 따라주시길 바란다"며 웃었다.
고 선생님은 사은회를 마치고 "우리 따님들 감사하다", "건강하고 행복하자"면서 학생들에게 '교장 선생님의 선물'이라며 초콜릿을 나눠줬다.
학생들은 "선생님이 우리 아버지"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일성여고 1학년 1반 '급장'을 맡은 한명숙(63) 씨는 "공부는 평생의 꿈이자 인생의 과제였다"며 "항상 마음속에 학교에 못 간 서러움이 많았는데 꿈을 찾게 해 준 선생님들께 정말 감사드린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권병순(74) 씨도 "꽃 장사를 30년 가까이 하다가 그만두고 '내가 필요한 곳이 없으니 이제 죽어도 되겠구나' 생각하던 순간 TV에서 학교 광고를 보고 그 길로 학교에 등록했다"며 "공부하는 이 순간이 너무 좋다"고 했다.
이날 일성여중고는 스승의 날을 맞아 사은회를 열면서 졸업한 선배들을 초청해 졸업생 특강도 마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