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을 공분케 한 생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망 사건의 피의자 양부모에 대한 1심 선고가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이상주 부장판사)는 14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양모 장 모(35)씨에게 무기징역을,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양부 안 모(38) 씨에게 징역 5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장 씨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고 살인 혐의 유죄를 인정했다.

무기징역 선고는 검찰이 당초 학대치사에서 살인 혐의를 공소장에 추가 적용하는 것으로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기에 가능했다.

더불어 안 씨에 대한 공소사실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16개월 된 입양 딸 정인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첫 재판이 열린 1월 13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양부 안 모 씨가 재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6개월 된 입양 딸 정인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첫 재판이 열린 1월 13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양부 안 모 씨가 재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판부는 안 씨에 대해 "피고인은 피해자의 양부로서 아내의 양육 태도와 피해자의 상태를 누구보다 알기 쉬운 지위에 있었음에도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학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납득할 수 없는 변명만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내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가 3회나 이뤄졌음에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아내의 기분만을 살피면서 학대를 방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질타했다.

이어 "오히려 아내의 일부 범행에 동조해 함께 피해자를 자동차 안에 유기하기도 했다"면서 "아내의 학대 행위를 제지하거나 피해자에게 치료 등 적절한 구호 조치를 했더라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비극적인 결과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안 씨가 검찰의 구형량보다 적은 5년 형을 선고받으면서 국민들은 그가 과연 단순 방조자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정인이 사망 전날에도 기운 없이 축 처져 있던 정인이를 하원 시키면서 '꼭 병원에 데려가라'는 어린이집 교사의 당부도 무시한 그였다.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1심 선고공판이 열린 5월 14일 오후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 모인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1심 선고공판이 열린 5월 14일 오후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 모인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법원에서 재판을 지켜본 국민들은 "양부에게 5년 형이 말이 되나. 정인이가 죽음으로서 겨우 고통에서 벗어났는데 그 어린 생명을 학대하고 이를 지켜본 양부에게 5년 형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울분을 토했다.

일각에서는 안 씨가 정인이 폭행을 단순 방조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돕고 폭행을 부추겼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두 사람의 "굶겨봐", "형식적으로 병원에 데려갈까" 등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양부는 양모와 같이 한집에 살면서 정인이가 양모로부터 이루 말할 수 없는 학대를 받는 것을 매일 확인했다"면서 "양부는 정인이 폭행을 단순 방임한 것이 아니다. 양모의 폭행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도왔기 때문에 죄명을 방조에서 공동정범으로 보고 공소장을 변경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학대치사로의 공소장 변경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승재현 연구위원은 "항소심은 사실심이라 공소장 변경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항소심에서도 양모에 대한 살인죄가 유지되게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승재현 연구위원은 "항소심 역시 사실심이라 사실 인정을 바꿀 수 있다. 즉 살인죄를 아동학대치사로 바꿀 수 있다는 말이다"라며 "아동학대치사가 인정되면 무기징역 선고는 불가능하다. 이것이 항소심에서도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다"라고 덧붙였다.

안 씨는 공판 과정에서 "다툼을 피하고 싶어 아내를 이해하고 감싸려고만 했던 자신의 안일함과 무책임함이 아이를 죽였다"며 에둘러 자신은 직접적인 가해자가 아님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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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