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크만이 건네는 위로…장편 '불안한 사람들'

인구 1천만 명도 안 되는 북유럽 강소국 스웨덴에서 칼럼니스트로 일하던 프레드릭 베크만은 어느 날 블로그에 연재한 이야기를 소설로 출간하라는 주변의 권유를 듣는다.

그래서 한번 펴내본 소설 '오베라는 남자'는 뜻밖의 대성공을 거뒀다.

스웨덴을 넘어 세계 44개국에 판권이 팔렸고, 출판 경쟁력의 척도인 미국에서 한때 가장 많이 팔린 소설로도 기록되며 베크만은 세계적인 스타 작가로 급부상했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도 2015년 소설 판매 1위를 기록하며 크게 주목받았다.

그의 데뷔작이 이렇게 선풍을 일으킨 이유는 따뜻한 정서와 캐릭터, 유머가 일반 독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공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독자들은 이런 '위로형' 소설을 사랑한다.

이후에 출간한 '베어타운'과 '우리와 당신들'도 비슷한 반응을 얻으며 베크만은 '희망 전도사' 같은 소설가로 입지를 굳힌다.

그랬던 베크만이 적절한 시점에 신작 장편소설 '불안한 사람들'(다산책방)로 돌아왔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으로 불안하고 우울하며 고독한 우리들을 치유하는 이야기다.

"불안 금지! 과거의 실수가 당신을 규정할 수 없어"
새해를 이틀 앞둔 연말의 조용하고 안전한 한 도시. 어설퍼 보이는 은행에 권총 강도가 침입해 우리 돈으로 100만원도 안 되는 돈을 달라고 요구한다.

그런데 은행원이 '현금 없는 은행'이라고 하자 당황하더니 경찰이 오는 소리에 인근 아파트로 달아난다.

그가 들어간 곳은 아파트 매매를 위해 집을 보여주는 '오픈하우스'.
순간 강도는 인질범이, 아파트를 사려고 구경하러 온 여덟 명은 인질이 된다.

은퇴 후 아파트를 사서 리모델링해 되파는 일을 하는 부부, 출산을 앞두고 의견이 자주 충돌하는 신혼부부, 콧대 높은 은행 고위 간부, 겁 많고 시끄러운 부동산 중개업자, 말할 때마다 소설을 인용하는 아흔 살 노파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이 인질로 잡혔다.

이들 '불안한 사람들'은 끊임없이 바보 같은 모습을 보이며 상황을 악화시킨다.

이들은 나이만 들었을 뿐 어른이 되지 못했다고 스스로 느끼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많은 가면을 쓰고 살아가느라 상처받고 거짓말도 자주 한다.

소설은 이들의 거짓말과 바보 같은 실수들이 사실은 어떻게든 더 잘살아 보려고, 조금이라도 사랑하는 이들을 행복하게 해주려고 한 일들이었음을 드러내면서 이들의 가슴 속 깊이 오랫동안 새겨진 상처를 어루만진다.

무엇보다 누구나 실수를 저지르며, 과거의 실수가 현재의 우리 모습을 규정할 수도, 미래를 좌우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베크만은 우리가 언제나 자책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존재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슬그머니 등을 토닥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