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美 인플레 압력…"코카콜라·엑슨모빌 추천"
지난주 발표된 4월 미국 소비자물가가 시장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과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번에 나온 급진적인 수치가 지난해 기저효과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올 2분기를 지나서도 추세적이며 구조적인 인플레이션이 진행될지에 대해선 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많지만, 물가 상승은 일단 경기가 회복 국면에 진입한 신호로 해석된다. 글로벌 경제가 코로나19에서 벗어나 정상화하며 물가와 금리는 점진적으로 상승 추세로 향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월가에선 인플레이션 수혜주에 주목하고 있다.

연 2~3% 인플레는 주가에 유리

커지는 美 인플레 압력…"코카콜라·엑슨모빌 추천"
지난 12일 미국 노동부가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여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통계를 공개한 이후 물가와 금리 상승 가능성은 증시에 영향을 끼치는 주요 요소로 부상했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 꼭 주식시장에 부정적이진 않다고 입을 모은다. 미래 가치에 따라 평가받는 성장주의 경우 할인율, 즉 금리 상승에 취약할 수밖에 없지만 전반적인 시장에는 오히려 긍정적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크레디트스위스(CS)의 앤드루 거스웨이트 글로벌주식전략책임자는 “인플레이션이 연 3%를 기록하는 수준까진 전반적으로 주식시장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역시 “역사적으로 S&P500지수는 인플레이션이 연 2~3%일 때 더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지적했다. 가장 최근의 물가 강세 기간이었던 2003년 11월~2006년 9월과 2010년 10월~2012년 1월 시기를 돌아보면 이 기간 S&P500지수는 연 9% 상승했다.

월가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투자자의 우려가 커지자 경기 회복 국면에서 투자 전략을 잇따라 내놓기도 했다. 종합하면 경제 정상화에 따라 수요가 증가하는 업종에 속하면서 업종 내에선 가격 결정력을 지닌 업체에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원재료 가격이 뛸 때 이에 맞춰 제품 가격을 민첩하게 올릴 수 있는 업체가 유리하다는 의미다. 주로 에너지·원자재·소비재 업종에서 선두 기업들이 추천주로 꼽힌다.

“업종 내 가격결정력 있는 종목 주목”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주요 IB 보고서를 토대로 월가에서 ‘매수’ 의견이 70% 이상이면서도 인플레이션에 강한 종목을 추려 소개했다. 향후 1년간 10% 이상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는 종목들이다. 리스트에는 캐피털원파이낸셜, 싱크로니파이낸셜, 파이어니어내추럴리소시스, 오릴리오토모티브, 코카콜라, 프리포트맥모란, 엑슨모빌 등이 포함됐다.

BoA는 석유 부문에서 엑슨모빌과 마라톤페트롤리엄, 프리포트맥모란, 리온델바젤 등을 업종 내 가격 결정력을 지닌 종목으로 분류하며 추천주로 제시했다.

UBS도 가격 결정력이 있으면서도 이익 성장동력이 있는 종목, 최근 주가가 덜 오른 종목 등을 선별했다. UBS의 리스트에는 게임회사 액티비전블리자드, 코카콜라, 자동차 부품판매 업체 오릴리오토모티브 등이 포함됐다. 이 밖에 익스피디아, 노르웨이안크루즈, 필립모리스인터내셔털, 에스티로더 등도 추천했다.

모건스탠리는 향후 5년간 기대 인플레이션을 나타내는 지표인 5년물 BER(breakeven rate: 명목국채금리-물가연동국채금리)과 주가의 상관관계가 높은 종목을 선별했다. 모건스탠리의 목록에는 에너지 분야의 슐럼버거, 파이어니어내추럴리소시스와 기술주 웨스턴디지털, 파이어아이 등이 담겨 있다. CS는 캐피털원파이낸셜, 싱크로니파이낸셜 등 금융주를 비중 있게 추천했다.

텔레다인테크놀로지스·나이키 등도 유망

이 리스트 외에 에너지 분야에선 발레로에너지, 코노코필립스도 수혜주로 지목됐다. 발레로에너지와 코노코필립스는 앞선 두 물가 상승기에 지수를 웃도는 수익을 냈다. 향후 1년간 목표주가는 발레로에너지가 14%, 코노코필립스가 19% 높게 형성돼 있다.

디지털이미징·항공우주 등 분야 기술 업체인 텔레다인테크놀로지스는 월가에서 100% 매수 의견을 받은 대표적인 추천주다. 목표주가는 15% 이상 높게 책정됐다.

나이키도 두 차례 물가 상승기에 지수를 압도한 종목으로 분류된다. 월가 목표주가는 22% 높게 형성돼 있다. 항공주 중에선 알래스카항공이 향후 12개월 동안 30%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