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장 줄게" 인싸 심리 자극 40억달러 클럽하우스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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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데이비슨 알파익스플로레이션 CEO
"연결은 인간의 본능"
관계 갈망하는 심리 활용한 앱 '히트'
첫 회사 매각 후 구글 개발자 만나
유명인과 직접 대화하는 SNS 구상
"연결은 인간의 본능"
관계 갈망하는 심리 활용한 앱 '히트'
첫 회사 매각 후 구글 개발자 만나
유명인과 직접 대화하는 SNS 구상
"애플 아이폰에서만 쓸 수 있었던 클럽하우스가 마침내 안드로이드 앱을 출시한다."
오디오(음성) 기반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를 운영하는 알파익스플로레이션은 지난 9일 자사 블로그를 통해 안드로이드 앱 시험판을 미국에서 먼저 내놓은 뒤 글로벌 시장에 확대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클럽하우스는 이른바 ‘인싸(인사이더·인기가 많고 활발한 사람) 앱’으로 불린다.
올해 초부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이 이용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폭증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2월부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김봉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의장,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 등 유명인들이 잇따라 ‘클럽’에 합류했다.
클럽하우스는 순식간에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앱으로 떠올랐지만 기존 가입자로부터 초대를 받아야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배타적 정책 등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이용자도 적지 않다. 하지만 폴 데이비슨 CEO는 “목소리를 통해 실제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가장 인간적인 소셜미디어 경험을 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클럽하우스는 철저한 ‘물 관리’로도 유명하다. 주고받는 실시간 대화는 녹음할 수 없고, 복제와 공유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참여자들이 더욱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이유다. 반면 어떤 사람이 규칙을 어겨 계정이 정지되면 그를 초대한 사람도 제재를 받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서로 행동을 조심하게 된다.
나만 정보에 소외된다는 두려움, 이른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를 자극했다는 분석도 있다. 유명인들이 매일같이 클럽하우스에서 여는 대화방에 참여하지 못하면 스스로 뒤처진다는 불안감을 느끼게 돼 어떻게든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려는 심리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중고 거래 장터에서 클럽하우스 초대권을 사고파는 현상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이라이트는 스마트폰을 활용해 서로 관심사가 비슷한 주변 사람들이 만날 수 있도록 도왔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리는 북미 최대 콘텐츠·음악 축제인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2012년 행사에서 주목받으며 급성장했다.
하지만 생각지 못한 문제에 부닥쳤다. 주변 친구들을 찾기 위해 스마트폰의 위치 추적 기능 등을 켜두면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닳아버렸다. 결국 하이라이트는 2015년 서비스가 중단됐고, 데이비슨 CEO는 이듬해 회사를 핀터레스트에 매각했다.
그는 또 다른 사업을 구상하던 중 구글 개발자 출신인 로한 세스와 의기투합했다. 세스는 자신의 딸 리디아가 희귀병을 안고 태어나자 전문가와 일반인이 토론하면서 해결책을 찾는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구상했다. 결국 이 아이디어가 클럽하우스로 발전했다.
클럽하우스 가치는 올해 들어 엄청난 속도로 불어났다. 올초만 해도 10억달러 수준이었던 기업가치가 지난달 말 추가 투자 유치를 통해 40억달러까지 치솟았다. 불과 3개월 만에 네 배로 폭증했다는 뜻이다.
클럽하우스는 안드로이드용 앱 출시로 새로운 가입자 유입을 기대하고 있지만 이전만큼 폭발적 성장은 힘들다는 관측도 있다. 대형 정보기술(IT) 회사들이 잇따라 ‘카피캣(복사판)’을 출시하는 것도 클럽하우스에는 악재다. 트위터는 지난 4일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 스페이스를 내놨다. 페이스북도 최근 자사 앱에 오디오 기능을 추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 아마존 등도 팟캐스트 구독 서비스 출시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데이비슨 CEO는 클럽하우스의 미래에 자신감을 보이며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옛날에는 단 네 개의 TV 채널만 있었고, 모든 사람이 오후 7시가 되면 똑같은 것을 시청했습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수백 개 24시간 채널이 있고, 유튜브도 있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것입니다. 클럽하우스에서도 뉴스 콘퍼런스, 스포츠 토론, 대기업 주주총회까지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람들의 상상력은 놀랍기 때문이죠.”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오디오(음성) 기반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를 운영하는 알파익스플로레이션은 지난 9일 자사 블로그를 통해 안드로이드 앱 시험판을 미국에서 먼저 내놓은 뒤 글로벌 시장에 확대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클럽하우스는 이른바 ‘인싸(인사이더·인기가 많고 활발한 사람) 앱’으로 불린다.
올해 초부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이 이용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폭증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2월부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김봉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의장,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 등 유명인들이 잇따라 ‘클럽’에 합류했다.
클럽하우스는 순식간에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앱으로 떠올랐지만 기존 가입자로부터 초대를 받아야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배타적 정책 등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이용자도 적지 않다. 하지만 폴 데이비슨 CEO는 “목소리를 통해 실제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가장 인간적인 소셜미디어 경험을 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포모’ 자극하며 급성장
클럽하우스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될 당시 세상에 나왔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다른 소셜미디어와 달리 글이나 사진 대신 오로지 음성으로만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이었다. 평범한 사람들도 정치인, 창업가, 연예인 등 업계 유명인사들과 통화하듯 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았다.클럽하우스는 철저한 ‘물 관리’로도 유명하다. 주고받는 실시간 대화는 녹음할 수 없고, 복제와 공유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참여자들이 더욱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이유다. 반면 어떤 사람이 규칙을 어겨 계정이 정지되면 그를 초대한 사람도 제재를 받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서로 행동을 조심하게 된다.
나만 정보에 소외된다는 두려움, 이른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를 자극했다는 분석도 있다. 유명인들이 매일같이 클럽하우스에서 여는 대화방에 참여하지 못하면 스스로 뒤처진다는 불안감을 느끼게 돼 어떻게든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려는 심리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중고 거래 장터에서 클럽하우스 초대권을 사고파는 현상까지 나올 정도였다.
연쇄 창업가 데이비슨 CEO
데이비슨 CEO는 이런 심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연결이 사람의 본능”이라고 말한다. 데이비슨이 스탠퍼드대를 졸업하고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을 세워 2012년 내놓은 ‘하이라이트’라는 앱도 사람 간 연결이 목적이었다.하이라이트는 스마트폰을 활용해 서로 관심사가 비슷한 주변 사람들이 만날 수 있도록 도왔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리는 북미 최대 콘텐츠·음악 축제인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2012년 행사에서 주목받으며 급성장했다.
하지만 생각지 못한 문제에 부닥쳤다. 주변 친구들을 찾기 위해 스마트폰의 위치 추적 기능 등을 켜두면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닳아버렸다. 결국 하이라이트는 2015년 서비스가 중단됐고, 데이비슨 CEO는 이듬해 회사를 핀터레스트에 매각했다.
그는 또 다른 사업을 구상하던 중 구글 개발자 출신인 로한 세스와 의기투합했다. 세스는 자신의 딸 리디아가 희귀병을 안고 태어나자 전문가와 일반인이 토론하면서 해결책을 찾는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구상했다. 결국 이 아이디어가 클럽하우스로 발전했다.
클럽하우스 가치는 올해 들어 엄청난 속도로 불어났다. 올초만 해도 10억달러 수준이었던 기업가치가 지난달 말 추가 투자 유치를 통해 40억달러까지 치솟았다. 불과 3개월 만에 네 배로 폭증했다는 뜻이다.
신규 가입자 확대 이어질까
최근 클럽하우스의 성장세는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 스마트폰 앱 분석 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클럽하우스 앱 다운로드 수는 지난 2월 960만 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3월 270만 건, 4월 92만 건으로 급감했다. 클럽하우스가 수평식 토론 대신 기성세대의 훈계만 늘어나는 이른바 ‘꼰대하우스’로 변질됐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클럽하우스는 안드로이드용 앱 출시로 새로운 가입자 유입을 기대하고 있지만 이전만큼 폭발적 성장은 힘들다는 관측도 있다. 대형 정보기술(IT) 회사들이 잇따라 ‘카피캣(복사판)’을 출시하는 것도 클럽하우스에는 악재다. 트위터는 지난 4일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 스페이스를 내놨다. 페이스북도 최근 자사 앱에 오디오 기능을 추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 아마존 등도 팟캐스트 구독 서비스 출시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데이비슨 CEO는 클럽하우스의 미래에 자신감을 보이며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옛날에는 단 네 개의 TV 채널만 있었고, 모든 사람이 오후 7시가 되면 똑같은 것을 시청했습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수백 개 24시간 채널이 있고, 유튜브도 있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것입니다. 클럽하우스에서도 뉴스 콘퍼런스, 스포츠 토론, 대기업 주주총회까지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람들의 상상력은 놀랍기 때문이죠.”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