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부부 택배기사로 일하고 있는 정운철(오른쪽)·최은영 씨. CJ대한통운  제공
CJ대한통운 부부 택배기사로 일하고 있는 정운철(오른쪽)·최은영 씨. CJ대한통운 제공
코로나19를 계기로 시작된 e커머스(전자상거래) 열풍이 택배업에 대한 인식을 180도 바꿔놓고 있다. 한때 기피직업으로 꼽히던 택배기사의 처우가 예전과 크게 달라지면서 부부 또는 자녀까지 합류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16일 CJ대한통운에 따르면 자사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 2만여 명 중 부부 택배기사는 2692명(1346쌍)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9.9% 늘어난 규모다. 부부를 포함해 부모, 자녀, 형제, 친척 등 가족이 함께 일하고 있는 택배기사는 지난해보다 14.4% 늘어난 4002명에 달한다. CJ대한통운은 “물량이 증가하면 보통 아르바이트생을 쓰는데 최근엔 물량도 많고 수익성도 좋다 보니 부부, 가족과 함께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택배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사인 CJ대한통운과 계약을 맺고 있는 택배기사의 연평균 수입은 8000만원을 웃돈다. 수입 1억원 이상을 찍는 택배기사도 전체의 약 20%에 달한다. 차량 할부금, 보험료, 기름값 등 각종 유지비와 부대비용이 100만~150만원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배송만으로 월평균 600만원 안팎을 손에 쥔다는 얘기다.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에게 ‘꿈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수입 때문만은 아니다. 한진, 로젠택배 등 다른 택배업체에 비해 노동 여건이 상대적으로 나은 편에 속해서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물량이 늘어난 데 비해 한 집에 2~3개 전달하는 중복배송이 많고, 이동해야 하는 배송 구역도 좁아서 작업 효율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일일이 수작업을 하던 과거와 달리 택배 현장이 자동화되면서 작업 강도가 완화된 것도 인기 비결로 꼽힌다.

CJ대한통운 택배기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쿠팡맨’도 전직하려는 이들이 줄을 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맨은 주 5일 근무와 안정적인 수입을 얻는 데 비해 CJ대한통운 대리점 소속 택배 기사는 일한 만큼 더 벌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