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남 김천 어모中 교사 "나도 보육원 출신…원아들 사회가 함께 키워야"
“‘나는 보육원 출신입니다’라고 학생들이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고아’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키우는 아이여야죠.”

경북 김천의 산골에 있는 자그마한 학교인 어모중학교. 이곳에서 체육교사로 근무하는 이성남 교사(사진)는 보육원을 나와 사회에 갓 진입한 보호종료청소년들의 ‘형님’으로 통한다. 그 역시 네 살 무렵부터 보육원에서 자랐다. 교직에 들어선 뒤 남몰래 보육원 아이들을 챙겨왔고, 지난해부터는 ‘한국고아사랑협회’를 꾸려 보육원 출신 청년 지원 활동에 나섰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스승의 날인 지난 15일 교육부로부터 옥조근정훈장을 받았다.

15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이 교사는 “같은 아픔을 지녔고, 인생 선배로서 아이들을 보듬어주고 싶었다”며 “우리 사회가 여전히 보육원 출신에게 가진 사회적 편견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1981년 경북 김천의 한 보육원에 맡겨졌다. 부모가 누군지도 몰랐다. 무시당하기 싫어 학창시절 내내 남들보다 두 배 더 노력했고, 스물다섯 살이 되던 2002년 고생 끝에 공립교사로 채용됐다.

이 교사는 “‘보육원 출신’이란 점은 오랜기간 콤플렉스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교직 생활을 시작한 뒤 9년 만에 고향인 김천의 한 중학교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에서 보육원 아동의 담임을 맡으면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한다.

“평소 주눅 든 아이의 표정에서 예전 내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독하게 살았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을 보니 내가 돕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부터 들었어요. 그때부터는 부임한 학교마다 시설 출신 아이들을 보면 밥 한 끼라도 더 사주고 상담도 해주기로 했죠.”

그는 보육원 퇴소자 권익단체인 고아권익연대에 참여하면서 스스로 보육원 출신임을 공개했다. 지난해엔 《나는 행복한 고아입니다》라는 책을 펴내면서 대중에게도 이런 사실을 알렸다. 또 한국고아사랑협회를 설립해 30~40명 규모의 보호종료청소년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이 교사는 “보육원을 퇴소한 청년들에겐 서로가 기댈 수 있는 네트워크는 물론 주거·취업 모두가 불안정해 도움을 줄 수 있는 협회를 창립하게 됐다”며 “20년 전 내가 겪었던 고민인 만큼 조금이라도 도움을 더 주고 싶었다”고 했다.

봉사활동만이 아니고 본업인 교사로서도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싶다는 게 그의 목표다. 그가 개발에 참여한 신개념 스포츠인 ‘투투볼’은 경기와 제주 지역 학교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줄넘기와 야구를 접목해 비교적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평가다. 이 교사는 “당분간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꾸준히 지속·발전하는 것이 목표”라며 “보호종료청소년들을 위한 제도 개선에도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했다.

김천=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