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하게 일광욕을 즐기는 여인들의 모습에서 익숙한 작풍이 느껴진다. 목욕과 휴가라는 주제에서는 조르주 쇠라가, 인물의 얼굴을 구성한 방식에서는 파블로 피카소가 떠오른다. 색채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수영장 그림을 닮았고, 공간감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을 연상케 한다. 이 모든 요소가 한데 모여 친숙함과 낯섦을 오가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미국의 젊은 화가 조너선 가드너(39)의 ‘Sunbathers’(2019)다.

가드너는 주로 미술사 거장들의 작풍을 조화롭게 녹여낸 구상 회화를 그린다. 정교하게 구성된 화면이 감각적이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준다. 물감에 흰색을 가미해 만든 몽환적이고 부드러운 색채가 여유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미술계 일각에서는 가드너의 성공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시선도 있다고 한다. 다른 젊은 작가들처럼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지 않고 알기 쉬운 구상 회화를 그린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다르다. 수억원에 달하는 그의 작품은 나오기 무섭게 팔려나가 구경조차 하기 쉽지 않다. 그의 그림 다섯 점이 한국에 처음으로 왔다. 6월 15일까지 서울 성북동 갤러리 제이슨함에서 만날 수 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