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더릭 켐프 애틀랜틱카운슬 회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중국이 미국을 대체하는 초강대국이 될 가능성을 일축했다. 켐프 회장은 “사람들이 미국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미국이 민주주의와 경제 및 혁신 역량, 동맹 강화를 해낸다면 지금의 위상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DB
프레더릭 켐프 애틀랜틱카운슬 회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중국이 미국을 대체하는 초강대국이 될 가능성을 일축했다. 켐프 회장은 “사람들이 미국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미국이 민주주의와 경제 및 혁신 역량, 동맹 강화를 해낸다면 지금의 위상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DB
미국 유명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프레더릭 켐프 회장은 중국이 21세기에 미국을 대체하는 초강대국이 될 가능성에 대해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미국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다. 켐프 회장은 한국에 대해선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협의체) 가입보다 한·일 관계 개선이 중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오는 21일 백악관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켐프 회장을 화상으로 만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중 경쟁을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틀로 보는데.

“지금 시기는 ‘1·2차 세계대전 이후’만큼이나 중요한 역사적 변곡점이다. 향후 수십 년을 지배할 시스템과 표준, 관행이 만들어지는 새로운 시기다. 이전 두 시기는 권위주의 국가와 민주주의 국가 간 경쟁이었고 그 프레임은 지금도 유용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시간과 상황은 중국 편”이라고 했다. 중국이 21세기에 미국을 대체하는 초강대국이 될까.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현재 미국의 정치적 분열과 미국 민주주의의 취약성이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 확대에 유리하게 작용할 순 있지만 그것이 운명은 아니다. 사람들은 미국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미국 민주주의와 경제 및 혁신 역량, 동맹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이 이 세 가지를 해낸다면 앞으로도 지금의 위상을 유지할 기회가 있다.”

▷중국의 경제 규모가 10년 뒤쯤엔 미국을 능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이 국제규범을 준수한다면 경제 규모가 얼마나 커지든 문제 될 게 없다. 하지만 ‘국제규범을 따르지 않는 중국’은 (미국보다 경제 규모가 작은) 지금도 문제다.”

▷최근 기고에서 '중국은 바이든이 짖기만할뿐 물지 않는다는데 베팅하고 있다'고 썼던데.

“중국은 지금 홍콩·대만·위구르 문제에서 미국뿐 아니라 국제사회를 시험하고 있다. 여기에 성공적으로 대응하느냐, 못하느냐는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 및 협력국을 얼마나 잘 결속시킬 수 있느냐에 달렸다. 이것이 (바이든 대통령이 직면한)진짜 시험이다.”

▷지난 1월 말 애틀랜틱카운슬을 통해 공개된 익명 저자의 보고서 ‘더 긴 전문(The Longer Telegram)’이 워싱턴에서 주목받았다.

“보고서가 이전에 누구도 제기하지 않은 접근법, 즉 중국 공산당보다 시진핑 주석(의 리더십 교체)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시 주석이 국제적으로는 너무 위압적이고 국내에선 너무 억압적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중국 공산당 내에 있는지 고려하는 건 흥미로운 접근이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관심이 많았다. 수많은 (정부 당국의) 파트너들이 보고서를 보내달라고 했고 우리가 브리핑을 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중국을 무찌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번영할 수 있도록 중국을 포용하는게 우리의 목표라고 주장한다. 즉, 1945년 이후 형성됐고 중국의 발전에도 유리했던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따르는게 중국의 이해관계에도 부합한다고 중국 지도부가 결론을 내리도록 하는데 중국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한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에 대한 공급망을 재검토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기업에 원하는 건 뭘까.

“(공급망 검토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목표는 세 가지다. 첫째 국가 안보와 경쟁력 강화, 둘째 국내 제조업 육성, 셋째 핵심 전략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 줄이기다. 중국에 공급망을 과도하게 의존하는 데 대한 불신이 커진 지금이 한국이 대미(對美) 무역과 투자를 확대할 좋은 기회다.”

▷대만해협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대만에 군사행동을 하게 되면 중국은 지역 및 국제 관계에서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다. 중국 지도부도 그 점을 잘 알 것이다. (미국과 국제사회도)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행동은 무모한 일이란걸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인권 문제에서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대만과 군사·외교적 관계를 확대하는건 긍정적이다다.“

▷미·일 정상이 지난달 공동성명에서 52년 만에 대만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했다. 미국이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한국에 같은 입장을 요구할까.

“바이든 행정부는 외교 무대에서 매우 세심한 배우다. 중국, 대만 문제에 대해 한국과 많은 논의를 하겠지만 공동성명에서 그런 내용을 보긴 힘들 것이다. 바이든 외교팀은 문서에 적힌 말보다 실제 효율적 협력에 더 관심이 많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중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라고 요구하지 않겠다’고 해왔고 미·중 관계는 경쟁적, 협력적, 적대적 측면이 모두 있으며 이 세가지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이든, 핵심산업 中 의존도 낮출 것…한국엔 對美 무역확대 기회"
▷한국이 쿼드에 참여해야 할까.

“한·일 관계 개선이 더 중요하다. 그것이 역내에서 미국과 동맹 간 관계 강화에 다른 어떤 것보다 더 많은 걸 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이 어떤 식으로 쿼드에 참여하길 원하는지 모르겠지만 한국이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는 코로나19 백신, 기후변화, 신기술 분야에서 쿼드에 참여하는 건 보다 쉬울 것이다.”

▷중국이 참여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출범했다. 미국이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복귀해야 할까.

“바이든 행정부가 CPTPP에 복귀한다면 훌륭하겠지만 그렇게 하진 않을 것 같다. 미국인 사이에선 '무역협정에 사기를 당했다'거나 ‘무역협정이 미국의 이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 무역협정을 지지하도록 미 국민을 설득하는 건 정치적으로 용기가 필요한 일이 돼 버렸다. 그런데 우리가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국제무역이란) 경기장을 중국에 무방비로 내주는 꼴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떻게 보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전부 아니면 전무’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모두 성공하지 못한 만큼 시도해볼 만한 실용적 방법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싱가포르 선언을 기반으로 삼기로 한 건 긍정적이다. 주목할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인권을 훨씬 강조한다는 점이다. 한국은 2019년 이후 북한 인권 관련 유엔 결의에 공동서명국으로 참여하지 않았는데, 바이든 행정부 외교정책에서 인권의 역할을 한국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독일 통일이 한국에 주는 교훈은.
(켐프 회장은 기자 시절 독일 통일 과정을 취재했다.)

“두가지다. 첫째, 독일보다 한국이 훨씬 더 힘들 것이다. 동·서독에 비해 남북한의 경제 수준이 완전히 다른데다 남북한의 (영토)크기는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둘째, 통일은 언제 일어날지 예측하기 힘들다. 생각보다 빨리 올 수도 있다. 때문에 이해 당사국들을 고려한 대응 계획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한·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조언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지 미국인들이 알게 하면 좋을 것이다. 미국인들은 어떤 인물에 대해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싶어 한다. 또 수십 년간 두 나라의 우정과 두 나라가 함께한 역사, 미국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낸 한국의 투자를 포함해 양국 경제가 서로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보여주면 좋겠다.”

■ 켐프 회장은…
WSJ 기자 출신 국제관계 전문가

프레더릭 켐프 애틀랜틱카운슬 회장(66)은 기자 출신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25년 넘게 기자로 일하다 2007년 워싱턴DC에 있는 애틀랜틱카운슬 회장으로 옮겼다. 당시 유럽 전문 싱크탱크였던 애틀랜틱카운슬을 미·중 관계를 비롯해 국제안보, 에너지, 국제무역 등 다양한 이슈를 다루는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로 키웠다. 켐프 회장은 한국경제신문 인터뷰에서 "팩트를 찾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내는 기자의 재능에 더해 외교정책의 함의와 해법을 찾는게 지금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기자 시절 소련 붕괴와 독일 통일 등을 현장에서 취재했고, 2002년 유럽 전문지 유럽의 소리에서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50인’에 뽑혔다. 2011년 펴낸 《베를린 1961》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13개국 언어로 번역됐다.

△1954년생 △유타대 △컬럼비아대 언론대학원 △WSJ 초대 베를린지국장 △WSJ 유럽판 편집장 △WSJ 부편집국장 △애틀랜틱카운슬 회장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