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안보가 되다] ③메이드 인 민주주의 vs 중국…강요되는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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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첨단기술 확보 견제하며 '가치 공유' 동맹에 동참 종용
"편 가르기로 접근할 사안 아냐…국내산업기반 약화 최소화 필요" 미국이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의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는 목적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임과 동시에 중국의 추격을 견제하는 데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를 위해 미국은 공급망을 '가치'의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민주주의와 열린사회를 지향하는 국가들이 이런 가치를 위협하는 중국, 러시아로부터 안전한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프레임을 설정한다.
인공지능(AI)과 5G 등 첨단기술은 국가가 개인을 감시·통제하는 데 악용될 수 있는 만큼 믿을 수 없는 정부가 주도하도록 둬서는 안 된다는 게 미국의 주장이다.
한국을 비롯한 민주주의 국가들에 사실상 선택을 요구하는 것인데 미국 정부의 그간 메시지에서 이런 의도가 역력히 드러난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급망 검토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서 "우리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 파트너와 공급망 강화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는 것은 집단 경제안보와 국가안보를 발전시키고 국제적 재난과 비상사태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반도체 산업의 주요국인 일본과 대만 등 미국의 전통적 동맹들은 여기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 4월 16일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반도체 등 주요 부문의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으며, 대만의 반도체기업 TSMC는 미국 내 설비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 4개국으로 구성된 협력체인 '쿼드'(Quad)는 지난 3월 12일 첫 정상회의를 하고 백신, 기후변화, 신기술 등 3개 분야의 워킹그룹을 만들었는데 여기에는 공급망 협력도 포함된다.
이에 대한 백악관 설명자료를 보면 쿼드 국가들은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포용적이고 회복력 있는 인도·태평양에는 핵심 신흥기술을 공통된 이해관계와 가치에 따라 통제·운영하는 게 필요하다"는 인식으로 기술 설계·개발·사용에 대한 원칙 수립, 기술표준 개발 조율, 공급망 대화에 나서기로 했다.
한국은 오는 21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 대기업들이 대미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신기술 협력에 대한 정부의 뚜렷한 입장 표명은 아직 없다.
다만 정부는 신기술과 관련해서는 미국과 협력이 어떤 형태로든 불가피하다고 보고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아직 신기술 분야를 주도하는 데다 제재 등을 이용해 중국과 협력을 저지할 힘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회사의 기술을 활용한 반도체의 화웨이 수출을 막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화웨이와 거래할 수 없게 된 게 대표적이다.
외교 소식통은 "우리도 미국의 제재에 귀속될 수밖에 없다"면서 "첨단기술에서는 이미 미국 편에 선 것과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미국 주도의 공급망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향후 신기술의 판도를 좌우할 기술 표준·규범 설정에서 한국이 배제되면서 일본과 대만 등에 기회를 뺏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 7일 최종현학술원 토론에서 "쿼드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한국은 코로나19, 핵심기술, 기후변화, 공급망, 사이버공간, 인프라 구축 등 중요한 사안에서 발전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공급망 문제를 미국 아니면 중국 편으로 가르는 것은 복잡한 산업 현실을 너무 단순화한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기업을 포함한 이미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미중 양국에 공급망을 걸쳐 두고 있으며, 세계 최대 시장인 미중 어느 한쪽과 관계를 끊는 것은 기업에 큰 손실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중국과 완전한 탈동조화(디커플링)가 불가능하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 기술협력을 과도하게 차단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미국 재계에서도 나오는 이유다.
미국상공회의소는 지난 2월 발간한 '미중 탈동조화 이해하기' 제목의 보고서에서 전면적인 탈동조화가 발생하면 반도체 산업에서만 매출이 830억달러 줄고 일자리 12만4천개가 사라질 수 있다며 막대한 비용에 대해 경고했다.
또 미국이 원하는 대로 한국 기업들이 대미투자를 확대하면 국내에 양질의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할 기회가 사라질 우려도 있다.
정부가 한미동맹을 고려하되 산업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미국과 적극적으로 협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우리를 적군 취급하지 않는 것은 다행이지만 공급망 재편이 우리에게는 핵심 산업의 국내 생산기반을 잃어버리는 문제인데 이런 논의에 정부가 낄 자리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와 신뢰를 쌓아서 미국이 우리 산업계의 기존 공급망을 바꾸지 않아도 반도체와 배터리를 미국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고 설득해야 우리 기업의 비용이 감소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편 가르기로 접근할 사안 아냐…국내산업기반 약화 최소화 필요" 미국이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의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는 목적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임과 동시에 중국의 추격을 견제하는 데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를 위해 미국은 공급망을 '가치'의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민주주의와 열린사회를 지향하는 국가들이 이런 가치를 위협하는 중국, 러시아로부터 안전한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프레임을 설정한다.
인공지능(AI)과 5G 등 첨단기술은 국가가 개인을 감시·통제하는 데 악용될 수 있는 만큼 믿을 수 없는 정부가 주도하도록 둬서는 안 된다는 게 미국의 주장이다.
한국을 비롯한 민주주의 국가들에 사실상 선택을 요구하는 것인데 미국 정부의 그간 메시지에서 이런 의도가 역력히 드러난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급망 검토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서 "우리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 파트너와 공급망 강화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는 것은 집단 경제안보와 국가안보를 발전시키고 국제적 재난과 비상사태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반도체 산업의 주요국인 일본과 대만 등 미국의 전통적 동맹들은 여기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 4월 16일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반도체 등 주요 부문의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으며, 대만의 반도체기업 TSMC는 미국 내 설비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 4개국으로 구성된 협력체인 '쿼드'(Quad)는 지난 3월 12일 첫 정상회의를 하고 백신, 기후변화, 신기술 등 3개 분야의 워킹그룹을 만들었는데 여기에는 공급망 협력도 포함된다.
이에 대한 백악관 설명자료를 보면 쿼드 국가들은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포용적이고 회복력 있는 인도·태평양에는 핵심 신흥기술을 공통된 이해관계와 가치에 따라 통제·운영하는 게 필요하다"는 인식으로 기술 설계·개발·사용에 대한 원칙 수립, 기술표준 개발 조율, 공급망 대화에 나서기로 했다.
한국은 오는 21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 대기업들이 대미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신기술 협력에 대한 정부의 뚜렷한 입장 표명은 아직 없다.
다만 정부는 신기술과 관련해서는 미국과 협력이 어떤 형태로든 불가피하다고 보고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아직 신기술 분야를 주도하는 데다 제재 등을 이용해 중국과 협력을 저지할 힘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회사의 기술을 활용한 반도체의 화웨이 수출을 막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화웨이와 거래할 수 없게 된 게 대표적이다.
외교 소식통은 "우리도 미국의 제재에 귀속될 수밖에 없다"면서 "첨단기술에서는 이미 미국 편에 선 것과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미국 주도의 공급망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향후 신기술의 판도를 좌우할 기술 표준·규범 설정에서 한국이 배제되면서 일본과 대만 등에 기회를 뺏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 7일 최종현학술원 토론에서 "쿼드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한국은 코로나19, 핵심기술, 기후변화, 공급망, 사이버공간, 인프라 구축 등 중요한 사안에서 발전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공급망 문제를 미국 아니면 중국 편으로 가르는 것은 복잡한 산업 현실을 너무 단순화한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기업을 포함한 이미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미중 양국에 공급망을 걸쳐 두고 있으며, 세계 최대 시장인 미중 어느 한쪽과 관계를 끊는 것은 기업에 큰 손실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중국과 완전한 탈동조화(디커플링)가 불가능하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 기술협력을 과도하게 차단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미국 재계에서도 나오는 이유다.
미국상공회의소는 지난 2월 발간한 '미중 탈동조화 이해하기' 제목의 보고서에서 전면적인 탈동조화가 발생하면 반도체 산업에서만 매출이 830억달러 줄고 일자리 12만4천개가 사라질 수 있다며 막대한 비용에 대해 경고했다.
또 미국이 원하는 대로 한국 기업들이 대미투자를 확대하면 국내에 양질의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할 기회가 사라질 우려도 있다.
정부가 한미동맹을 고려하되 산업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미국과 적극적으로 협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우리를 적군 취급하지 않는 것은 다행이지만 공급망 재편이 우리에게는 핵심 산업의 국내 생산기반을 잃어버리는 문제인데 이런 논의에 정부가 낄 자리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와 신뢰를 쌓아서 미국이 우리 산업계의 기존 공급망을 바꾸지 않아도 반도체와 배터리를 미국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고 설득해야 우리 기업의 비용이 감소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