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번째 영화…베를린영화제 각본상 수상작
뻔한거나 새롭거나 홍상수의 변주…영화 '인트로덕션'
영호(신석호)는 아버지(김영호)의 전화를 받고 오랜만에 아버지의 한의원으로 찾아가지만, 바쁜 아버지 대신 어릴 적부터 봐 온 간호사(예지원)와 잠시 이야기를 나눈다.

주원(박미소)은 의상 공부를 하러 독일에 왔고, 엄마(서영화)는 그곳에 사는 옛 친구(김민희)의 집에 딸을 부탁하러 함께 왔다.

한국을 떠난 지 하루도 안 돼 남자친구 영호가 연락도 없이 찾아온다.

영호는 어머니(조윤희)의 전화를 받고 친구(하성국)와 함께 동해안의 횟집으로 간다.

어머니는 중년 배우(기주봉)와 함께 술을 마시고 있고, 그는 예전에 아버지의 한의원에서 잠시 만났던 사람이다.

홍상수 감독의 25번째 영화 '인트로덕션'은 전작 '도망친 여자'의 구조를 그대로 가져와 변주한다.

'도망친 여자'의 감희(김민희)는 친구 세 사람을 찾아가거나 우연히 만나고, '인트로덕션'의 영호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불러 찾아가거나, 여자 친구를 불쑥 찾아간다.

만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주로 듣고 있지만 감희에게 집중할 수 있었던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주인공이 조연으로 물러나기도 하고, 조연인 캐릭터의 목소리가 커졌다가, 영화 밖 인물의 시선이 등장인물의 대사에 실리기도 한다.

뻔한거나 새롭거나 홍상수의 변주…영화 '인트로덕션'
등장인물들의 인연과 시간은 이렇게 저렇게 이어지지만 언제나 그랬듯 이야기가 촘촘히 이어지는 건 아니다.

되살아난 난데없는 술주정 장면이나 뜬금없는 대화들도 여전하고, 그 속에서 재미와 의미를 찾아 이어붙이는 것도 여전히 관객 몫이다.

홍 감독의 전작 25편 중 처음으로 영어 제목을 붙인 영화다.

감독은 이에 대해 "영어의 인트로덕션(INTRODUCTION)에 하나의 단어로 대응하는 한국말이 없다"며 "소개, 입문, 서문, 도입 등의 뜻을 다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영어를 그대로 썼다"고 예고편에서 밝혔다.

그러면서 '한 사람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다', '무언가를 처음으로 경험하다', '어떤 것의 처음 부분', '새로운 것을 세상에 가져오다'라는 단어의 풀이들을 덧붙였다.

뻔한거나 새롭거나 홍상수의 변주…영화 '인트로덕션'
두 주연 배우의 얼굴은 낯설다.

신석호, 박미소 두 사람 모두 홍 감독의 건국대 영화학과 제자들이다.

홍 감독 영화의 스태프로 일하며 '풀잎들'(2017) 이후 배우로도 참여했던 신석호가 영호 역으로 첫 주연을 맡았다.

홍 감독은 이번 영화의 각본과 감독은 물론 촬영과 음악, 편집도 직접 맡았다.

2부에 잠시 출연하는 김민희는 스틸·스크립터·제작조수를 맡아 제작진에도 이름을 올렸다.

'인트로덕션'은 지난 3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각본상을 받았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 여우주연상), '도망친 여자'(2020, 감독상)에 이어 세 번째 은곰상이다.

27일 개봉.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