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한 의사들" 말기암 보아 오빠 비판에 전 의협회장의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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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상태 정확히 알리지 않으면 소송 시달려"
"올바른 선택의 기회 앗아가" 현 의료제도 맹비판
"올바른 선택의 기회 앗아가" 현 의료제도 맹비판
가수 보아의 친오빠 권순욱 뮤직비디오 감독이 지난 12일 복막암 투병 심경을 전했다. 권순욱 감독은 "치료의 고통은 심하지만 이 기운으로 최대한 열심히 버텨보겠다"면서도 "의사들은 왜 그렇게 싸늘하신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권 감독은 "이 병이 나을 거라고 생각하냐? 이 병은 낫는 병이 아니다", "항암은 그냥 안 좋아지는 증상을 늦추는 것뿐", "바꾼 항암 약에 내성이 생기면 슬슬 마음의 준비를 해야 될 것" 등 의사들에게 들은 말을 전하며 "제 가슴에 못 박는 이야기를 제 면전에서 저리 편하게 하시니 제정신으로 살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권 감독의 사연이 알려진 후 의사들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최근 SNS를 통해 나름의 해명을 내놨다.
노 전 회장은 "얼마나 섭섭했을까. 그 심정 백분 이해가 된다"면서도 "그런데 그가 만난 의사들이 왜 그렇게도 한결같이 싸늘하게 대했을까. 한 마디로 '자기방어'"라고 설명했다.
그는 "권순욱씨가 공개한 의무기록지를 보자. '복막으로 전이된 상태로 완치나 (근본)수술이 안되고 앞으로 평균적으로 남은 시간은 3개월~6개월이고 항암치료를 하면 기대여명이 조금 더 늘어날 뿐' '평균여명은 3개월~6개월이나 (복막염) 수술을 하지 않으면 수일 내 사망할 수 있음' 의사가 무덤덤하게 이런 얘기들을 환자 앞에서 늘어놓는다면 환자 입장에서는 의사가 지나치게 냉정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당연하다"고 동의했다.
그러나 노 전 회장은 "만일 의사들이 이런 '싸늘하고 냉정한 경고'를 하지 않았다고 하자. 그러면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족은 조기사망에 대한 책임을 의사에게 돌릴 수 있고 결국 의사는 법정소송으로 시달리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불충분한 설명'을 이유로 의사는 실제로 법적인 책임을 지는 상황까지 몰릴 수도 있다. 국가는, 이 사회는, 의사들에게 '싸늘하고 냉정한 경고'에 대한 주문을 해왔고 이제 그 주문은 의사들에게 필수적인 의무사항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노 전 회장은 "섭섭한 만이 문제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때로는 이 '싸늘하고 냉정한 경고'가 지나치게 걱정이 많은 환자들에게는 올바른 선택의 기회를 앗아가기도 한다는 점"이라며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부작용에 대한 빠짐없는 설명의무가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법적 책임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희박한 부작용'마저도 의사들은 일일이 설명해야 하고 그 설명을 들은 환자가 겁을 먹고 그에게 꼭 필요한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현 의료제도를 비판했다.
이어 "'싸늘하고 냉정한 경고'에 대해 섭섭해하지 마시라. 죄송하지만, 이런 싸늘한 환경은 환자분들 스스로 만든 것"이라며 "안타깝게도 환경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악화될 것이다. 의사는 '존중과 보호'를 받을 때 최선을 다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의사들이 받는 것은 '존중과 보호'가 아니라 '의심과 책임요구'다. 이런 상황에 놓인 의사들의 따뜻한 심장들이 매일 조금씩 싸늘하게 식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권 감독은 "이 병이 나을 거라고 생각하냐? 이 병은 낫는 병이 아니다", "항암은 그냥 안 좋아지는 증상을 늦추는 것뿐", "바꾼 항암 약에 내성이 생기면 슬슬 마음의 준비를 해야 될 것" 등 의사들에게 들은 말을 전하며 "제 가슴에 못 박는 이야기를 제 면전에서 저리 편하게 하시니 제정신으로 살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권 감독의 사연이 알려진 후 의사들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최근 SNS를 통해 나름의 해명을 내놨다.
노 전 회장은 "얼마나 섭섭했을까. 그 심정 백분 이해가 된다"면서도 "그런데 그가 만난 의사들이 왜 그렇게도 한결같이 싸늘하게 대했을까. 한 마디로 '자기방어'"라고 설명했다.
그는 "권순욱씨가 공개한 의무기록지를 보자. '복막으로 전이된 상태로 완치나 (근본)수술이 안되고 앞으로 평균적으로 남은 시간은 3개월~6개월이고 항암치료를 하면 기대여명이 조금 더 늘어날 뿐' '평균여명은 3개월~6개월이나 (복막염) 수술을 하지 않으면 수일 내 사망할 수 있음' 의사가 무덤덤하게 이런 얘기들을 환자 앞에서 늘어놓는다면 환자 입장에서는 의사가 지나치게 냉정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당연하다"고 동의했다.
그러나 노 전 회장은 "만일 의사들이 이런 '싸늘하고 냉정한 경고'를 하지 않았다고 하자. 그러면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족은 조기사망에 대한 책임을 의사에게 돌릴 수 있고 결국 의사는 법정소송으로 시달리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불충분한 설명'을 이유로 의사는 실제로 법적인 책임을 지는 상황까지 몰릴 수도 있다. 국가는, 이 사회는, 의사들에게 '싸늘하고 냉정한 경고'에 대한 주문을 해왔고 이제 그 주문은 의사들에게 필수적인 의무사항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노 전 회장은 "섭섭한 만이 문제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때로는 이 '싸늘하고 냉정한 경고'가 지나치게 걱정이 많은 환자들에게는 올바른 선택의 기회를 앗아가기도 한다는 점"이라며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부작용에 대한 빠짐없는 설명의무가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법적 책임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희박한 부작용'마저도 의사들은 일일이 설명해야 하고 그 설명을 들은 환자가 겁을 먹고 그에게 꼭 필요한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현 의료제도를 비판했다.
이어 "'싸늘하고 냉정한 경고'에 대해 섭섭해하지 마시라. 죄송하지만, 이런 싸늘한 환경은 환자분들 스스로 만든 것"이라며 "안타깝게도 환경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악화될 것이다. 의사는 '존중과 보호'를 받을 때 최선을 다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의사들이 받는 것은 '존중과 보호'가 아니라 '의심과 책임요구'다. 이런 상황에 놓인 의사들의 따뜻한 심장들이 매일 조금씩 싸늘하게 식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