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산하인 관평원은 2005년 일찌감치 ‘세종시 이전 제외 기관’으로 결정됐다. 관평원은 그 결정을 몰랐다고 발뺌하지만 세종시 이전 대상 기관이 국민 관심사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납득하기 힘든 해명이다. 설사 ‘이전 제외’ 사실을 몰랐다 해도 이전 대상으로 선정되지 않은 사실은 분명히 알았을 것이다.
청사 이전 업무를 총괄한 행정안전부, 예산을 배정해준 기획재정부는 ‘적법 절차를 거친 줄 알았다’고 해명했지만 궁색하기 짝이 없다. 행안부는 ‘이전 제외’ 사실을 관보에 고시한 당사자고, 나라살림을 책임지는 기재부 역시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몰랐다니 ‘제 얼굴에 침뱉기’일 뿐이다. 감사원은 ‘청사 건립에 문제가 있다’는 행안부의 공익감사 청구를 “법적 문제가 아니라 정책적 문제”라며 반려했다. 법제처도 같은 취지의 유권해석으로 면죄부를 내줬다.
지방이전 공공기관의 1인당 업무시설 면적 상한은 56.53㎡(약 17평)지만 ‘신청사’는 63.8㎡(약 19평)의 호화 건물이다. 행복청은 여러 면에서 불법인 청사 건축용 땅 매매를 인가하고, 관평원을 특공 대상으로까지 지정했다. 관세청 역시 불법을 바로잡기는커녕 청와대, 국회, 행안부를 다니며 ‘세종시 이전 탈락’을 뒤집기 위한 로비를 벌였다. 결국 관세청 행안부 기재부 감사원 법제처 행복청 등이 합작으로 호화 유령 청사를 지은 뒤 책임은 ‘모르쇠’ 하는 기막힌 형국이다.
나랏빚 탓에 국가신용등급 강등 경고까지 나온 판국에 100억원대 예산을 탕진한 경위는 철저히 추궁해야 한다. LH 직원과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불신이 깊은 상황에서, 막대한 시세차익까지 안겨준 특공 과정의 불공정과 개선방안도 면밀히 들여다볼 문제다. 이 지경인데도 적당히 넘어가려 한다면 대통령의 고교 후배인 ‘실세’ 관세청장이 있어서 가능했을 것이란 세간의 의혹을 더 키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