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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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일 주일 한국대사(사진)가 이르면 다음주 나루히토 일왕에게 신임장을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일본 여론을 의식해 “‘천황폐하께’ 신임장을 제출하겠다”며 부임한 지 넉 달 만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한·미·일 삼각공조 압박에 한·일 정부가 관계 개선을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는 분석이 연이어 흘러나오고 있다.

“천황폐하” 했지만 넉 달 지나서야 만나

18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한·일 양국 정부는 강 대사가 일왕에게 신임장을 제출하는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파견국(한국)의 국가 원수가 신임 대사에게 수여한 신임장을 주재국(일본) 국가 원수에게 전달하는 절차를 말하는 신임장 제정식은 이르면 다음주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22일 일본에 입국한 강 대사는 2주간 자가격리를 한 뒤 2월부터 신임장 사본을 제출하고 대외활동을 해왔다. 강 대사의 신임장 전달이 이례적으로 늦어진 데 대해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달 14일 “(4월 8일) 신임장 제정식이 열리기 하루 전 강 대사가 낙상을 입어 참석하지 못해 연기된 상태”라고 설명한 바 있다.

자가격리와 부상이라는 변수를 고려해도 신임장 제출까지 넉 달이 걸린 것은 얼어붙은 한·일 관계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강 대사는 일본 입국 당시 현지 여론을 의식한 듯 “먼저 천황폐하께 신임장을 제정(제출)한 후 스가 요시히데 총리,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등과 만남을 추진하겠다”며 ‘일왕’ 대신 ‘천황폐하’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강 대사는 부임 후 일왕은 물론 모테기 외무상과 스가 총리와도 면담을 하지 못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지난달 9일 전날로 예정됐던 신임장 제정식이 강 대사의 다리 통증 때문에 연기됐다는 산케이신문 보도에 대해 “연기는 한 번 결정된 것이 지연된 것을 말한다”며 “(강 대사의 경우 애당초) 시기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美 압력과 한·미·일 삼각공조”

강 대사와 일왕의 만남은 한·일 양국 관계 복원의 상징적인 장면이 될 전망이다. 양국 관계는 강제징용자 및 위안부에 대한 한국 법원의 배상 판결과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등으로 완전히 얼어붙은 상태였다. 하지만 올 들어 한·미·일 삼각공조를 강조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3월부터 3국 안보실장·합참의장·외교장관·정보기관장들이 연이어 마주 앉았다. 한·미·일 3국은 다음달 10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리는 연합공군훈련인 ‘레드플래그’에도 함께 참여한다.

전문가들은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양국 모두를 향한 것이라고 본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미국의 한·일 관계 개선 노력은 한국과 일본 양쪽 모두를 향한 것”이라며 “일본도 미국의 압력 하에 관계 개선에 진일보한 모습을 보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신임장 제정식이 조만간 열리면 이례적인 상황이 정상화되는 것”이라며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한·미·일 3자 간 정상회의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라 한·일 관계를 조금이라도 복원해야겠다는 양국의 필요성이 강 대사의 신임장 제출이라는 제스처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