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완 아라리오 제주 대표 "주민과 함께 만들어야 진정한 도시재생이죠"
김지완 아라리오 제주 대표(사진)는 “동네 마실 가듯 미술관에 가고, 식사하면서 그림을 감상하고,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는 지역 상품을 구입하는 등 일상이 주민 생활에 깊숙이 자리잡을 때 도시재생의 가치가 발한다”고 말했다. 제주 탑동은 탑동항을 중심으로 어선이 드나들던 곳이다. 어부들이 경제활동을 하며 자연스럽게 시장과 상권이 형성됐다. 아라리오 제주는 이곳이 오랜 역사와 이야기를 지녔다는 점에서 예술을 통해 새로운 지역 문화를 다시 꽃피울 수 있는 가능성을 엿봤다. 김 대표가 원도심인 제주 탑동에 자리잡은 이유다.

탑동시네마는 1999년 제주에서 처음 문을 연 복합영화상영관이었다. 2000년 들어 멀티플렉스 극장이 생기면서 2005년 문을 닫았다. 김창일 아라리오 회장이 9년간 방치된 건물을 2014년 ‘보존과 창조’라는 주제로 아라리오 뮤지엄으로 탈바꿈시켰다. 같은 해 동문모텔Ⅰ과 이듬해 동문모텔Ⅱ를 현대미술관으로 만들었다. 아라리오 뮤지엄은 기존 건물의 흔적을 보존하면서 현대적인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제주 도시재생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아라리오 창업자인 김창일 회장에게 제주는 ‘꿈의 미술관’으로 가는 공간입니다. 제주 올레길을 따라 생겨난 작지만 새로운 장소들이 아라리오 뮤지엄 탄생의 시초가 됐습니다. 기존 건물이 지닌 스토리를 예술에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오래된 건물을 개조해 만든 미술관과 주변 상점은 원도심에 새로운 길을 만들었고, 이는 예술을 통한 도시재생의 밑그림이 됐습니다.”

▷구도심 건물을 미술관으로 꾸민 이유가 궁금합니다.

“오래된 건물은 그 지역을 담고 있는 하나의 콘텐츠입니다. 최대한 원형의 모습을 보존해 개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영국 런던 남부 빈곤 지역의 발전소를 예술과 접목한 ‘테이트 모던’ 미술관은 관광명소가 돼 낙후된 지역을 부흥시켰습니다. 일본 나오시마섬 역시 환경오염으로 버려진 동네를 예술을 통해 되살렸습니다. 모두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이야기를 찾아 새롭게 예술을 불어넣은 사례입니다. 아라리오 뮤지엄 탑동시네마도 옛 지명을 그대로 사용했고 그때 사용했던 타일까지 그대로 남겼습니다. 이 또한 하나의 콘텐츠가 됩니다.”

▷도시재생을 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처음엔 미술관이 있다고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카페, 레스토랑, 빵집을 직접 운영해 봤지만 제주다움이 부족했습니다. 좋은 파트너와 함께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디앤디파트먼트와 제주 매장을 열고, 파도식물과 프라이탁이 함께 참여해 도시재생의 밑그림을 함께 그렸습니다.”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주민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2014년부터 뮤지엄 세 곳을 동시에 오픈했을 때는 중국 자본이 제주의 부동산을 대거 매입했던 시기였습니다. 미술관이 빨간색이어서 눈에 잘 띄어 부동산 투기라는 오해를 많이 받았습니다. 원도심이 점점 변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주민들도 오해를 접었습니다. 아라리오의 근간은 예술이고 미술관은 아라리오의 영혼과도 같습니다.”

▷원도심이 가진 문제와 해결방안은 무엇인가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는 지역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자연스러움은 지역이 갖고 있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때 찾을 수 있습니다. 탑동시네마는 상영관을 4개나 가진 극장으로 많은 사람이 찾았던 곳입니다. 이런 기억을 지닌 건물은 저에게 많은 영감을 줬습니다. 부서지고 망가진 것조차 자연스러움이라고 느꼈습니다. 자연스러움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느냐가 도시재생의 핵심입니다. 기획자가 사업이 끝나도 지역 주민과 함께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어가야 진정한 도시재생을 이룰 수 있습니다.”

▷제주 탑동을 어떤 곳으로 만들고 싶나요.

“새롭게 들어설 상권이 아라리오 뮤지엄과 조화롭게 연결되도록 하는 게 남겨진 과제입니다. 인근 해수사우나 건물을 건식 핀란드 사우나나 암벽 타기 체험이 가능한 스포츠 공간으로 꾸밀 계획입니다. 폐업한 호텔을 스타트업을 위한 공유 오피스로 만드는 사업도 구상 중입니다. 방문객이 아닌 주민을 골목으로 끌어모을 것입니다. 제주다움이 느껴지는 지속가능한 동네로 만들겠습니다.”

제주=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