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포드자동차의 전기차 공장을 찾아 “전기차 경쟁에서 중국이 이기도록 놔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반도체 웨이퍼를 직접 손에 들고 미국 내 반도체 제조 확대를 촉구한 데 이어 이번엔 중국과의 전기차 경쟁에서 승리를 다짐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시간주 디어본에 있는 포드 공장에서 연설을 통해 “자동차산업의 미래는 전기차”라며 “지금은 중국이 이 레이스에서 앞서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최대 규모 전기차 시장이고 전기차의 핵심은 배터리”라며 “중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제조 규모가 크고 자신들이 이길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레이스에서 이기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이 끝난 뒤 포드가 19일 선보일 신형 전기차 F-150 라이트닝 픽업트럭을 시승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전기차 공장 방문은 2조30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법안 처리 필요성을 부각하기 위해 마련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프라 투자계획 중 전기차산업 육성을 위해 1740억달러를 배정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앞서 포드 공장으로 가는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현재 미국 전기차 시장은 중국의 3분의 1 규모”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이것이 바뀌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21일 백악관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기차 공장을 찾은 점도 주목된다. 전기차와 전기차 배터리는 반도체와 함께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가 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바이든 행정부가 공급망 재검토의 핵심으로 꼽는 분야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한·미 정상회담 후 조지아주에 있는 SK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찾을 예정이다.

한편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내년 2월 열리는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선수단만 참여하고 공식 사절단은 보내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지지하고 나섰다. 18일 하원 산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청문회에서다. 펠로시 의장은 홍콩, 신장위구르 등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이 같은 방안을 제안했다. 그동안 미국에선 일부 의원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을 요구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미 권력 서열 3위이자 집권 민주당 실세인 펠로시 의장이 사절단 파견에 반대하는 외교적 보이콧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파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공화당 밋 롬니, 민주당 팀 케인 상원의원도 인권 탄압을 문제삼으며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공식 사절단을 보내는 데 필요한 예산 지원을 금지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미국은 옛 소련과 냉전시절인 1980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이유로 모스크바올림픽에 불참한 적이 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