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병사들에게 지급한 활동복과 베레모 등 피복류 수십만 개가 불량품인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커지고 있다. 부실 급식 논란에 이어 군이 병사들의 기본적인 의식주 관리에 총체적 부실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가 넘고,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란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방위사업청(방사청)이 연구기관에 의뢰해 피복류 6개 품목을 표본 조사한 결과 불량 납품 활동복이 2년간 봄·가을용 19만 개와 5년간 여름용 30만 개에 달했다. 질 낮은 원단으로 만들어 땀 흡수가 잘 안돼 이른바 ‘사제 옷’을 입고 운동하는 장병들이 적지 않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방수기능이 떨어지는 베레모도 1년간 30만 개가 군에 납품됐다. 이런 불량품을 사는 데 총 182억원의 혈세를 낭비했다.

표본 조사를 전 업체로 확대하면 불량품은 이보다 훨씬 많을 개연성이 높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방사청과 군은 뭘 했나 싶다. 규모가 큰 방산 비리에만 감시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방사청이 납품업체들에 품질 보증을 맡기는 등 계약·납품 전 과정에서 불량품 납품을 사실상 방치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는 만큼, 군은 철저한 조사로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부실 급식 문제도 끊임없다. 계룡대 부대에서 코로나19 격리 병사에게 ‘쌀밥과 볶음김치, 건더기가 없는 오징어 국’ 등 부실 식사가 제공됐다는 주장이 그제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달 휴가 복귀 후 격리된 병사들에게 부실식단을 제공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뒤 서욱 국방부 장관은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달도 안 돼, 그것도 국방부 직할부대에서 같은 일이 반복돼 말문이 막힌다. 올해 국방예산 52조원 중 60만 장병 급식비가 1조6000억원에 불과하고, 병사 한 끼 급식비(2930원)가 초등(3768원)·중학생(5688원)보다 적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의식주는 기본적 인권 문제인 데다 장병의 사기와 전투력의 바탕이 되는 만큼, 군은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철저히 점검하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먹고살기 힘들던 시절이었으면 모를까, 21세기 대명천지에 병사들에게 밥상조차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고, 불량 옷을 입힌다는 말이 나와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