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잉꼬부부와 '쇼윈도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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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잉꼬부부와 '쇼윈도 부부'](https://img.hankyung.com/photo/202105/AA.26394797.1.jpg)
함민복 시인이 노총각 시절, 장가가는 후배를 위해 쓴 시 ‘부부’다. 결혼이란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하고, 서로의 높낮이와 걸음의 속도까지 맞춰야 하는 ‘긴 상(床)’과 같다. 발을 맞추고 보폭을 조절하는 과정에 평생 반려의 지혜가 다 응축돼 있다.
반면에 남을 의식해서 행복을 가장하는 ‘쇼윈도 부부’에게는 수많은 불행의 핑계가 쌓여 있다. 최근 이혼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도 그랬다. 모범적인 부부의 전형으로 보였던 것과 달리 그는 “애정 없는 결혼이었고, 끝난 지 상당 기간이 됐으며, 별거 중이었다”고 친구들에게 털어놨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남녀가 일생을 함께 살아가는 일이 쉬운 건 아니다. 남녀의 언어습관과 사고방식, 공간지능은 다르다. 공통점은 동일한 종(種)에 속한다는 것뿐이라는 말도 있다. 이혼 사유 1위는 늘 ‘성격 차이’다. ‘경제 문제’와 ‘배우자 부정’보다 훨씬 높다.
내일은 부부의 날. 서로 눈을 반쯤 감아주는 배려와 함께 지나온 길의 여독을 풀어주는 사랑의 손길이 절실한 날이다. 시 한 편을 읽어주는 것도 큰 힘이 된다. 함민복의 ‘부부’에 이어 조명의 시 ‘세족’을 함께 음미하면 더욱 좋다. ‘바다가 섬의 발을 씻어 준다/돌발톱 밑/무좀 든 발가락 사이사이/불 꺼진 등대까지 씻어 준다/잘 살았다고/당신 있어 살았다고/지상의 마지막 부부처럼/섬이 바다의 발을 씻어 준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