休…코로나 블루 날려 버리고 그린 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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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도심형 수목원
국립세종수목원
축구장 90개 규모 사계절 온실 속엔
어린왕자의 바오밥나무·샤넬 향수 꽃…
열대부터 지중해까지 식물나라 여행
국립세종수목원
축구장 90개 규모 사계절 온실 속엔
어린왕자의 바오밥나무·샤넬 향수 꽃…
열대부터 지중해까지 식물나라 여행
코로나19 시대, 지치고 힘든 일상이 계속되다 보니 사람들이 코로나 블루에 감염됐다고 합니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죠. 의사들은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기 위해 취미생활에 몰두하거나 마음의 안정을 주는 숲에서 휴식을 취할 것을 권고하는데요. 방역에 각별히 유의하면서 푸른 화초와 나무가 지천으로 심어져 있는 수목원에서 휴식을 취하면 어떨까요. 세종시의 국립세종수목원은 지난해 10월 문을 열었습니다. 학습과 자연 체험까지 할 수 있는 수목원에서 하루를 보내면 내 안의 우울은 말끔하게 씻겨 나가지 않을까요.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가 강소형 잠재 관광지로 선정한 국립세종수목원에서는 2453종 161만 그루의 식물을 관람할 수 있다. 그중 핵심 볼거리는 국내 최대 유리온실인 ‘사계절 전시 온실’이다. 꽃잎 세 장이 달린 붓꽃 모양으로 지어진 사계절 열대온실은 꽃잎 한 장마다 열대온실, 지중해온실, 특별전시온실이 자리한다.
동선에 따라 지중해온실로 먼저 발길을 옮겼다. 32m 높이의 전망대가 있는 지중해식물 전시원에는 물병나무, 올리브, 대추야자, 부겐빌레아 등 228종 1960그루의 식물이 심어져 있다.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소설 《어린왕자》에 나오는 바오밥나무. 아프리카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 봤던 것처럼 우람하지 않고 작고 연약한 모습이 어린 왕자 속 바오밥나무와 더 가까운 것 같다. 관람객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빨간색 부겐빌레아도 지중해온실에서 꼭 봐야 할 수목이다. 빨갛게 물든 건 꽃이 아니라 잎이다. 작고 수수한 꽃 대신 화려한 잎으로 벌과 나비를 유인하도록 진화한 것이다.
지중해온실 한쪽에 있는 올레미소나무도 이채롭다. 올레미소나무는 중생대 백악기 때까지 살다가 멸종된 줄 알았으나 1994년 호주에서 발견돼 세상을 놀라게 했다. 공룡시대부터 살았던 올레미소나무에서 최근 화사한 꽃이 피었다. 꽃을 보니 수억 년 전의 시간과 조우한 느낌이다. 지중해온실 한가운데는 스페인 알람브라궁전 모양을 한 정원이 인증샷 명소로 자리잡았다.
열대온실에 들어서니 후끈한 열기가 느껴진다. 5.5m 높이의 관람자 데크 길을 따라 나무고사리, 알스토니아, 보리수나무 등 437종 6724그루의 열대 식물을 감상하노라면 마치 아마존 열대우림을 산책하는 듯한 기분이다.
열대온실을 둘러보며 알게 된 것은 우리가 즐겨 먹는 열대과일이 흔히 알고 있는 상식과 다르다는 사실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재배되는 과일 중 하나인 바나나는 나무에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여러해살이풀에서 자라는 열매다.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받는 아보카도는 인간이 아니었으면 멸종했을지도 모르는 식물이라고 한다. 아보카도 열매를 통째로 삼켜 씨를 퍼뜨려주던 매머드 같은 대형 초식동물이 멸종하면서 아보카도 역시 멸종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우연히 아보카도를 먹은 인간이 그 맛에 매료돼 대량 재배하면서 멸종을 면하게 된 것이다.
열대온실은 특히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화려한 식물이 많기도 하지만 벌레를 잡아먹는 식충식물을 볼 수 있어서다. 파리지옥을 비롯해 끈끈이주걱, 사라세니아 등 여러 종의 식충식물이 전시돼 있다.
열대온실엔 국내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식물도 자란다. 강렬한 노란색 꽃이 아름다운 황금연꽃바나나와 하와이무궁화 종이 모여 있는 곳엔 빨간 산호히비스커스 꽃이 피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향수 샤넬 넘버5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일랑일랑도 꼭 찾아봐야 할 식물이다. 일랑일랑은 필리핀 고유 언어인 타갈로그어로 ‘꽃 중의 꽃’을 의미한다. 특별전시온실에서는 가정의 달을 겨냥한 ‘이상한 꽃나라의 앨리스’ 전이 열려 어린이 관람객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해서 체크보드판으로 전시장 바닥을 연출하고 트럼프 병사와 체스, 토끼, 대형 컵 등 캐릭터와 소품을 배치했다.
후계목정원도 이채롭다. 정이품송 2대 자손목을 비롯해 역사적으로 유명한 나무의 자식이나 손자뻘 나무들을 옮겨 놓은 곳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뉴턴의 사과나무 후계목이다. 1665년 아이작 뉴턴은 영국 켄싱턴의 집 뜰에 앉아 있다가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을 발견했다. 뉴턴의 사후 전 세계 대학과 식물원 연구센터의 요청에 따라 이 사과나무의 후손이 만들어졌고 여러 나라에 퍼져나갔다. 국립세종수목원에 있는 뉴턴의 사과나무는 3대손이다. 뉴턴 사과나무의 증손자인 셈이다.
▷이것만은 알아두세요
수목원 관람 시간은 매주 화~일요일 오전 9시~오후 6시, 입장 마감 시간은 오후 5시다. 코로나19 안전 조치로 동시 관람 입장객 수를 5000명으로 제한했다. 사계절 전시 온실은 국립세종수목원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해야 하며 동시간대 입장객은 300명으로 제한했다.
세종=글·사진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바오밥나무 등 이색 수목 가득
국립세종수목원은 국내 최초의 도심형 수목원이다. 축구장 90개 규모(65㏊)에 사계절 온실을 비롯해 한국적 전통과 현대적 정원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20개의 다양한 주제 전시원으로 조성됐다.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가 강소형 잠재 관광지로 선정한 국립세종수목원에서는 2453종 161만 그루의 식물을 관람할 수 있다. 그중 핵심 볼거리는 국내 최대 유리온실인 ‘사계절 전시 온실’이다. 꽃잎 세 장이 달린 붓꽃 모양으로 지어진 사계절 열대온실은 꽃잎 한 장마다 열대온실, 지중해온실, 특별전시온실이 자리한다.
동선에 따라 지중해온실로 먼저 발길을 옮겼다. 32m 높이의 전망대가 있는 지중해식물 전시원에는 물병나무, 올리브, 대추야자, 부겐빌레아 등 228종 1960그루의 식물이 심어져 있다.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소설 《어린왕자》에 나오는 바오밥나무. 아프리카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 봤던 것처럼 우람하지 않고 작고 연약한 모습이 어린 왕자 속 바오밥나무와 더 가까운 것 같다. 관람객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빨간색 부겐빌레아도 지중해온실에서 꼭 봐야 할 수목이다. 빨갛게 물든 건 꽃이 아니라 잎이다. 작고 수수한 꽃 대신 화려한 잎으로 벌과 나비를 유인하도록 진화한 것이다.
지중해온실 한쪽에 있는 올레미소나무도 이채롭다. 올레미소나무는 중생대 백악기 때까지 살다가 멸종된 줄 알았으나 1994년 호주에서 발견돼 세상을 놀라게 했다. 공룡시대부터 살았던 올레미소나무에서 최근 화사한 꽃이 피었다. 꽃을 보니 수억 년 전의 시간과 조우한 느낌이다. 지중해온실 한가운데는 스페인 알람브라궁전 모양을 한 정원이 인증샷 명소로 자리잡았다.
열대온실에 들어서니 후끈한 열기가 느껴진다. 5.5m 높이의 관람자 데크 길을 따라 나무고사리, 알스토니아, 보리수나무 등 437종 6724그루의 열대 식물을 감상하노라면 마치 아마존 열대우림을 산책하는 듯한 기분이다.
열대온실을 둘러보며 알게 된 것은 우리가 즐겨 먹는 열대과일이 흔히 알고 있는 상식과 다르다는 사실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재배되는 과일 중 하나인 바나나는 나무에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여러해살이풀에서 자라는 열매다.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받는 아보카도는 인간이 아니었으면 멸종했을지도 모르는 식물이라고 한다. 아보카도 열매를 통째로 삼켜 씨를 퍼뜨려주던 매머드 같은 대형 초식동물이 멸종하면서 아보카도 역시 멸종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우연히 아보카도를 먹은 인간이 그 맛에 매료돼 대량 재배하면서 멸종을 면하게 된 것이다.
열대온실은 특히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화려한 식물이 많기도 하지만 벌레를 잡아먹는 식충식물을 볼 수 있어서다. 파리지옥을 비롯해 끈끈이주걱, 사라세니아 등 여러 종의 식충식물이 전시돼 있다.
○샤넬 넘버5 만드는 꽃 ‘일랑일랑’
열대지방의 휴양지마다 피어 있는 야자수도 종류가 다양하다. 베트남, 중국의 우거진 숲에 자생하는 생선꼬리야자는 마치 물고기 꼬리처럼 가지가 갈라지고 뾰족한 것이 특징이다. 인도네시아 전통주택 재료로 사용되는 락카야자는 줄기와 잎자루가 립스틱처럼 붉은색을 띠고 있어 ‘립스틱 야자’라는 별명이 붙었다.열대온실엔 국내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식물도 자란다. 강렬한 노란색 꽃이 아름다운 황금연꽃바나나와 하와이무궁화 종이 모여 있는 곳엔 빨간 산호히비스커스 꽃이 피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향수 샤넬 넘버5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일랑일랑도 꼭 찾아봐야 할 식물이다. 일랑일랑은 필리핀 고유 언어인 타갈로그어로 ‘꽃 중의 꽃’을 의미한다. 특별전시온실에서는 가정의 달을 겨냥한 ‘이상한 꽃나라의 앨리스’ 전이 열려 어린이 관람객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해서 체크보드판으로 전시장 바닥을 연출하고 트럼프 병사와 체스, 토끼, 대형 컵 등 캐릭터와 소품을 배치했다.
후계목정원도 이채롭다. 정이품송 2대 자손목을 비롯해 역사적으로 유명한 나무의 자식이나 손자뻘 나무들을 옮겨 놓은 곳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뉴턴의 사과나무 후계목이다. 1665년 아이작 뉴턴은 영국 켄싱턴의 집 뜰에 앉아 있다가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을 발견했다. 뉴턴의 사후 전 세계 대학과 식물원 연구센터의 요청에 따라 이 사과나무의 후손이 만들어졌고 여러 나라에 퍼져나갔다. 국립세종수목원에 있는 뉴턴의 사과나무는 3대손이다. 뉴턴 사과나무의 증손자인 셈이다.
▷이것만은 알아두세요
수목원 관람 시간은 매주 화~일요일 오전 9시~오후 6시, 입장 마감 시간은 오후 5시다. 코로나19 안전 조치로 동시 관람 입장객 수를 5000명으로 제한했다. 사계절 전시 온실은 국립세종수목원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해야 하며 동시간대 입장객은 300명으로 제한했다.
세종=글·사진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