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압구정·삼성동 일대 전경. /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압구정·삼성동 일대 전경.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값 오름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상승률은 4개월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강남권을 비롯한 재건축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를 주도하는 분위기다.

20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5월 셋째주(17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0.09%)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지난 2월 첫째주(0.10%) 이후 15주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서울 아파트값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임기를 시작한 후 오름폭을 키우는 추세다. 지난 2월 첫째 주(0.10%) 이후 이달 첫째 주(0.05%)까지 상승폭이 둔화돼다 오 시장 취임 직후인 지난주(0.07%) 10주 만에 상승폭을 키웠다. 이후에도 4월 둘째주엔 0.07%, 셋째주·넷째주 0.08%, 5월 첫째주·둘째주 0.09% 등으로 상승률이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원은 “3차 도심복합사업 후보지 발표 등 공급 방안과 보유세 부담 우려 등으로 거래량은 줄고 있으나, 가격 상승의 기대감이 있는 단지는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규제지역을 대폭 확대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각종 세금을 강화하면서 다시 집값 상승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들이 중저가 주택 여러 채보다는 세금 부담이 적은 재건축 단지나 강남권 고가 아파트 한 채로 눈을 돌리는 양상이다.

특히 재건축을 추진하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에 포함되지 않은 단지에 수요가 몰리는 중이다.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인 상계동이 있는 노원구 집값이 강세를 이어가며 이번주도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이 상승했다. 상승률은 무려 0.21%에 달한다. 노원구 아파트 가격은 2018년 9월 셋째주(0.24%) 이후 2년 8개월 만에 가장 상승세가 가파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부동산 업소에 게시된 매매 안내.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부동산 업소에 게시된 매매 안내. /연합뉴스
서초구 집값도 0.20%로 많이 뛰었다. 서초구는 반포동과 방배동의 재건축 단지와 서초동 고가 아파트가 가격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재건축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제외됐다는 점이 집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전용 220㎡)의 경우 지난 10일 35억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경신했는데, 직전 거래가와 비교하면 12억원 가까이 급등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지역도 여전히 큰 폭으로 값이 상승하며 규제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여의도가 있는 영등포구(0.12%)와 목동이 있는 양천구(0.12%)는 토지거래허가제가 실시된 후에도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는 중이다. 재건축 인기 단지가 많은 강남지역의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송파구(0.16%)는 잠실동 중대형과 풍납동 재건축 위주로 거래되며 상승폭 확대됐으며 강남구(0.13%)는 학군수요 높은 대치동과 압구정·도곡동 위주로 뛰고 있다.

수도권에서도 개발사업에 대한 기대감이나 교통호재가 있는 지역의 상승폭이 컸다. 경기도(0.32%)에선 4차 철도망 계획의 최대 수혜 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시흥시(0.86%)이 많이 뛰었다. 안산시도 0.70% 급등했으며, 의왕시도 0.69% 크게 올랐다. 오산시(0.69%)는 운암지구 내 주요 단지 위주로 상승했다. 인천 집값도 과열되는 양상이다. 이번주도 0.47% 폭등했다. 부평구(0.52%)와 미추홀구(0.51%), 연수구(0.49%) 등에 수요자가 몰렸다.

지방도 0.20%로 지난주(0.19%)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그 중 8개도(0.15→0.18%) 오름폭이 확대됐다. 다만 5대 광역시(대전·대구·광주·부산·울산)는 지난주 0.25%에서 이번주 0.23%로 줄었다. 세종시는 높은 호가로 매수세가 줄고 보유세 부담도 커지면서 0.10% 내렸다. 2019년 10월 이후 81주만에 집값 하락세를 보였다.
서울 집값 4개월만에 최대 상승…거래허가제 '풍선효과'
서울 전셋값은 0.03%를 보이며 지난주(0.03%)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전세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아파트 신축 입주 물량 감소로 전세 공급은 부족한 반면 재건축 단지의 이주가 시작되면서 수요는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6월부터 재건축을 진행중인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2120가구의 이주가 시작되면서 서초구는 지난주 0.04%에서 이번주 0.07%로 상승폭이 크게 확대됐다. 학군 수요가 많은 강남구는 0.01% 상승했으며, 송파구도 0.02%를 기록했다.

중저가 단지가 밀집한 강북 일부 외곽지역에서도 전셋값이 들썩이는 양상이다. 노원구(0.10%)와 성북구(0.06%), 강북구(0.05%) 등의 전셋값이 상승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