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계 증권사 CLSA가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물가 상승기로 접어들면서 코로나19 이후 유동성장세를 이끌어 온 과도한 부채가 리스크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같은 날 JP모간은 코스피지수 목표치를 종전 3200에서 3500으로 올리며 상반된 관측을 내놨다.

20일 CLSA는 '파티장을 떠난다(Leaving the party)'는 제목의 한국 리포트를 내놓으며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내렸다. 폴 최 CLSA 서울지점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 국면에서 증시 상승을 뒷받침했던 풍부한 유동성은 경제 회복기에 오히려 단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자재 값이 오르는 등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매달 증가하는 가계부채에 기댄 유동성 파티"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또 글로벌 경제가 코로나19로부터 벗어나 정상화하면 한국의 영향력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최 센터장은 "코로나로 가정용 내구제 수요가 늘고, 정보기술(IT) 관련 산업이 활황을 띤 덕에 내수 시장에서 제조업과 기술기업이 수혜를 봤다"며 "그러나 코로나 이후 원자재 가격 상승은 한국 기업에 실질적 과세 효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낮은 점도 증시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꼽았다. 접종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 하반기 경제 성장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는 얘기다.

앞서 CLSA는 지난 2017년 '코스피 4000 향하는 길을 다지는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번 정부의 임기 말인 2022년께 코스피지수가 4000에 도달할 것"이라고 관측해 시장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반면 이날 JP모간은 코스피지수 목표치를 작년 말 제시한 3200에서 3500으로 상향 조정했다. JP모간은 "올해 유가증권시장 이익이 2018년 최고치를 넘어설 것"이라며 조정 배경을 설명했다. 전체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70%, 순이익이 103%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JP모간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종전 4.1%에서 4.6%로 높였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