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서 마약류 유통·투약한 10대 42명 검거
본인 확인 미흡, 처방 기록 파악 제도 미비…"제도 개선 필요"
10대 청소년들이 병·의원에서 버젓이 마약류 진통제를 처방받아 투약·유통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본인 확인과 처방 기록 파악 등의 한계로 마약류 관리 사각지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당시 미성년자인 A(19)씨는 부산·경남에 있는 병·의원, 약국 등에서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기 시작했다.

A군을 포함해 총 14명이 자신 또는 타인 명의로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고 일부가 이를 다시 유통했다.

펜타닐 패치를 손에 넣은 10대들은 공원과 상가 화장실, 심지어 학교 내에서 투약했다.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가 마약류 투약·매매·수수 혐의로 검거한 10대는 A군을 포함해 총 42명이다.

이들은 '펜타닐 패치를 투약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소문이나 권유를 듣고 마약류에 손을 댄 것으로 확인됐다.

통증이 심해 펜타닐 패치를 처방해달라고 요청하면 일부 병원에서 손쉽게 처방을 받을 수 있었다.

어느 병원이 처방을 잘해준다는 이른바 '성지'가 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적발된 10대에게 펜타닐 패치를 처방한 부산·경남지역 병원 25곳 중 고의성 등이 확인된 곳은 없었다.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마약류 처방 시 병원과 약국에서 관리하지만, 오·남용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의 진단을 토대로 하더라도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면 약을 처방할 수밖에 없고, 약을 잃어버렸다고 하면 다시 처방하는 등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다"고 덧붙였다.
의약품 처방 시 병·의원에서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기본적인 본인 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는 허점이 있다.

실제로 이번에 적발된 10대 중 일부는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펜타닐 패치를 구매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도입한 DUR(의약품 처방 조제 시스템)을 활용하면 중복 처방 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시스템 사용이 의무는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측은 "DUR을 확인하고 약품을 처방·제조하면 중복 처방을 예방할 수 있지만, 현재 병·의원에서 이 시스템을 사용해야 하는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의사회·약사회 등에 청소년 상대로 마약성 의약품을 처방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하는 공문을 보냈다.

또 식품의약안전처에 마약성 의약품을 처방할 때 본인 여부와 과거 병력 확인 의무화, 특정 연령대에 처방을 금지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경남도는 이와 관련해 제도적 허점을 보완할 수 있는 조례를 제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규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장은 "마약류 불법 처방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추가적인 청소년 마약류 유통 사례가 있는지 확인해 수사할 예정"이라며 "학교 및 가정에서도 마약류 오·남용 방지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