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회식 문화가 있었다. ‘달려라~’ 하면 달려야 했던 직장인의 회식은 퇴근 후 또 다른 업무의 연장선에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이런 문화를 바꿨다. 이제 직장인들도 집에 가서 가볍게 한잔하는 홈술을 선호한다. 그렇다면 홈술 시장은 어디까지 성장할까. 코로나가 끝나도 계속될까.
코로나 발생 전 일본 아사히홀딩스에서는 흥미로운 설문조사를 했다. 홈술을 좋아하는 이유에 관한 설문(복수응답 가능)이었다. △1위 복장이나 주변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48.8%) △2위 편히 쉴 수 있어 마음이 놓인다(48.3%) △3위 귀갓길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34.6%) △4위 내 취향대로 마실 수 있다(34.0%) △5위 가격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27.1%) △6위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다(26.4%) △7위 집에서는 적당량만 마신다(16.2%) △8위 좋아하는 안주를 만들 수 있다(16%) △9위 취기를 부려 창피할 일이 없다(12.9%) △10위 밖에서는 외롭지만 집에서는 편안하다(12.6%) 등으로 나타났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자신의 취향대로 마실 수 있다는 것. 개인의 자유와 의지를 존중하는 시류와 잘 맞는다. 인간관계로 늘 피곤한 현대사회에서 주변을 신경쓰지 않고 마실 수 있어 좋다는 부분도 공감된다.
이런 트렌드는 술병 디자인도 바꿔놨다. 한국 맥주 1위 카스가 최근 30년 가까이 사용하던 갈색병 맥주를 버리고 투명한 병을 썼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존 갈색병 카스는 ‘회식’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 근무의 연속인 회식 자리의 술을 휴식처인 집까지 들고 가고 싶어하지 않는 심리를 반영했다. 소주도 초록색병 일색에서 벗어나 투명한 페트병 등 다양한 제품이 나오고 있다.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술을 즐길 수 있는 ‘굿즈 시장’도 성장 중이다.
편의점까지 가세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있다. 대기업과 협업한 수제맥주, 프리미엄 막걸리 등 전통주, 5000원 이하의 초저가 와인부터 편의점 스마트오더를 통해 구입할 수 있는 100만원 넘는 초고가 와인까지 우리는 정말 다양한 제품 속에 살고 있다. 술을 즐기는 방식이 다양해졌다.
홈술 트렌드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집에서는 과음하지 않는다. 음주 운전 사고도 상당히 줄었다.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전통주는 윈도 쇼핑이 가능하다. 취향을 중시하는 트렌드와 맞는 홈술 시장은 코로나 시대가 끝나도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홈술이 뜬다고 해서 외식 시장의 미래가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전문가의 큐레이팅을 통해 맞춤형 술을 추천해주는 매장엔 사람들이 몰린다. 이 시대에 전문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사례 가운데 하나다.
명욱 < 숙명여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주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