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한 배우가 전원주택을 지은 뒤 시공상 하자로 크게 고통받는 장면이 방송돼 시청자들의 공분을 산 적이 있다. 시공사는 오히려 연예인의 갑질이라며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이런 상황은 중소 건축시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만 건축주가 연예인이기 때문에 이슈로 특별히 부각된 것이다.

필자 주변에도 비슷한 상황의 연예인이 짓는 건축 프로젝트가 있었다. 서울에서 리모델링을 하려던 배우 K모씨의 사례다. 신중히 검토 후 계약했다고 하지만 건축 컨설팅 회사와 시공사로부터 뒤통수만 맞고 계약금을 날렸다. 결국 리모델링을 포기하고 다른 업체와 신축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이 과정에서 계약했던 시공사로부터 연예인 갑질로 고소하겠다는 협박을 받았고, 결국 계약금을 포기하는 선에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필자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중소형 건축현장에서 놓치면 안 될 중요한 사항은 다음과 같다. 총 10가지로 △허술한 사전 준비는 건축 프로젝트 실패의 지름길이다 △제대로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잘 지을 수 있다 △‘㎥ 당 얼마에 다 지어드린다’라며 접근하는 일부 동네 시공업자들을 경계하라 △인허가용 설계도면으로 시공은 불가능하며, 한다고 해도 원하는 건축을 할 수 없다 △두께가 얇고 간략한 계약서는 건축 중에 고통과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 △건축주라면 도면과 견적서를 볼 줄 알아야 한다. 공부하고 모르는 부분이 있다면 물어보고 권리를 지켜야 한다 △건축자금 융통을 안일하게 생각하면 현장은 멈추고 돈만 허비할 것이다 △좋은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목적과 용도에 맞는 건축을 해야 한다 △건축 마감(인테리어)은 그 안에 살게 될 사람의 만족도를 결정짓는 최종 공정이며, 건물의 경제적 가치까지 좌우한다 △집도 결국 사람이 짓는다. 현장 책임자와 친밀할수록, 내 집 또는 건물을 최선을 다해 지어줄 것이다 등이다.

위 내용과 함께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건축주의 지위는 건축 과정 중에 변한다는 점이다. 계약 전까지는 ‘절대 갑’에서 공사 기간에는 ‘을’이 된다. 잔금 정산 시 거지가 돼 돌아와선 안 되고 다시 ‘갑’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러려면 정산에 대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결국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다. 모든 예비 건축주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의 정신으로 적과의 동침에서 살아남기를 기원한다.

송찬호 < 행복건축협동조합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