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 3社 VS CJ ENM '콘텐츠값 갈등' 폭발
지난해 각 인터넷TV(IPTV) 플랫폼에서 ‘대박’을 터뜨린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사진)은 얼마짜리 콘텐츠로 봐야 할까. 플랫폼과 콘텐츠 사업자가 이익을 나눌 때 시청률이 낮은 다른 채널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할까.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국내 3대 IPTV기업과 국내 최대 콘텐츠기업 CJ ENM이 정면으로 격돌했다. 방송콘텐츠업계의 고질적 논쟁거리인 ‘콘텐츠 제값 받기’를 놓고서다. 갈등이 격화하면 시청자들이 각 플랫폼에서 주요 콘텐츠를 보지 못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IPTV 3사·CJ ENM, “양보해!” 설전

IPTV 3社 VS CJ ENM '콘텐츠값 갈등' 폭발
20일 IPTV 3사 모임인 한국IPTV방송협회는 ‘대형 콘텐츠 사업자는 불합리한 사용료 인상, 불공정 거래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타깃’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CJ ENM을 겨냥해 비난의 칼날을 세웠다. CJ ENM은 IPTV 3사와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률 협의를 벌여왔다. CJ ENM은 IPTV에서 tvn, 올리브 등 채널을 운영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업계에선 IPTV를 운영하는 이들 통신사와 라이벌 관계이기도 하다. 자체 OTT ‘티빙’을 운영하고 있어서다.

협회는 성명에서 “최근 대형 콘텐츠 사업자가 공급 대가를 전년 대비 25% 이상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며 “비상식적 수준으로 인상하려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CJ ENM을 맹비난했다. 이어 “이 사업자는 자사 OTT엔 같은 콘텐츠를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한다”며 “유료방송 사업자에 대한 차별 행위를 멈추라”고 요구했다.

CJ ENM은 즉각 입장문을 내 맞불을 놨다. IPTV 3사가 그간 콘텐츠 이용료를 너무 저가로 책정했기 때문에 올해 인상을 요구하는 게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양측 수년째 ‘평행선’

양측은 관련 사안 전반에 대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CJ ENM은 국내 IPTV가 넷플릭스나 디즈니 등엔 ‘모시기 경쟁’을 하면서 국내 콘텐츠는 푸대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요 IPTV와 넷플릭스 간 수익 배분 비율은 1 대 9로 알려져 있다. 반면 IPTV협회 관계자는 “둘은 전혀 다른 서비스 형태라 단순 비교할 수 없다”며 “IPTV는 넷플릭스를 ‘플랫폼 안 플랫폼(PIP)’ 형태로 판매 대행을 하는 수수료 구조이고, CJ ENM은 채널 콘텐츠를 받아 송출하고 있어 이익 배분율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사용료 비중에 대해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CJ ENM은 “국내외 음원·웹툰 플랫폼과 극장 등은 콘텐츠 제공사에 매출의 약 50~70%를 배분한다”며 “이에 비하면 지금껏 IPTV가 챙겨간 몫이 과도하다”고 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IPTV협회 관계자는 “IPTV의 매출 구조는 음원·웹툰 플랫폼보다 훨씬 다양하다”며 “전체 매출 대비 프로그램 사용료 비중으로만 따질 수 없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콘텐츠 재투자 구조를 놓고도 양측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CJ ENM은 “제값을 받아야 더 좋은 콘텐츠 제작에 투자할 수 있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IPTV도 할 말은 있다. CJ ENM의 모든 채널을 통틀어 계약하는데, 이들 채널이 모두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보증이 없다는 얘기다. IPTV협회 관계자는 “일부 채널은 사실상 기존 콘텐츠 재방송 용도로 운영되고 있는 판에 전부 25%를 올리기는 부담”이라고 말했다.

태블릿에 IPTV 서비스를 얹은 ‘이동식 IPTV’도 논란거리다. IPTV협회 소속사인 KT는 ‘올레tv탭’을, LG유플러스는 ‘U플러스tv프리’를 최근 출시했다. IPTV를 셋톱박스 없이 무선 이동통신 기기로 볼 수 있게 한 건 기존엔 없던 형식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이동식 IPTV도 기존 IPTV와 같은 콘텐츠 사용료를 내면 된다고 보고 있다. 반면 CJ ENM 등은 “새로운 시청 형태의 플랫폼이니 새로 협상해야 한다”고 맞선다.

이 와중에 정부는 갈팡질팡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이동형 IPTV에 대한 업계 문의가 들어와 일단 기술적으로 IPTV라고 인정했지만, 콘텐츠 사용료를 같이 받아야 한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다”며 “전반적인 사용료 갈등과도 엮여 있어 정부가 물밑에서 조정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한결/서민준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