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20일 학령인구 감소로 내년에 대학들이 총 6만 명의 신입생 미달사태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자 대학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허문찬 기자
교육부는 20일 학령인구 감소로 내년에 대학들이 총 6만 명의 신입생 미달사태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자 대학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허문찬 기자
부산가톨릭대는 ‘올해 정시모집 합격생 전원에게 등록금 100%를 장학금으로 지급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호남대는 신입생에게 휴대폰, 태블릿PC 등을 구입할 수 있는 50만원 상당의 현금을 지급했다. 이처럼 신입생에게 나름대로 ‘당근’을 제시했는데도 두 대학은 모두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같은 지역의 거점대학인 부산대, 전남대마저 정원 미달로 추가 모집에 나섰다.

학령인구 급감으로 생존의 위기에 내몰린 지방대학들의 현실이다. 학생이 부족하면 대학의 주수입인 등록금이 줄어든다. 재정한계에 부딪힌 대학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교육의 질마저 점점 떨어지고 있다. 교육부가 20일 대학 구조조정 카드를 빼든 것은 학령인구가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한계대학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립대도 미달 속출하자…수도권 정원 줄이고, 한계 대학 '삼진아웃'

○개선명령 이행 못 하면 폐교

작년 고등학교 3학년 학생 수는 총 47만6000명에 머물렀다. 20년 전인 2000년의 82만7000명에 비해 42.4% 급감한 것이다. 인구 감소로 이미 지방에선 초·중등학교 폐교가 도미노처럼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신입생을 100% 모집하지 못하는 대학이 속출했다. 전국 대학 충원율은 91.4%로, 신입생 4만586명이 미충원됐다. 미충원 인원의 75%인 3만458명이 비수도권에서 나왔다. 강원, 경남, 경북, 전남, 전북, 제주의 대학 신입생 평균 충원율은 아예 90% 밑으로 떨어졌다. 학령인구 감소가 계속 이어지는 만큼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교육계의 분석이다.

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은 부실 대학 폐교 명령과 정원 감축이 핵심이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대학의 결산 자료를 바탕으로 재정 위기 수준을 진단해 한계대학을 지정할 계획이다. 한계대학으로 지정되면 위험 수준에 따라 3단계 시정 조치가 내려진다. 1단계는 ‘개선 권고’다. 대학이 자구안을 수립해 시행하고 결과를 교육부에 보고하는 단계다.

여기서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2단계 ‘개선 요구’로 넘어가 정원 조정을 제시한다. 마지막 3단계는 ‘개선 명령’이다. 대학 임원은 직무가 정지되고 대학에는 구조조정 명령이 내려진다. 감정평가를 통해 대학의 자산과 부채, 청산 가치 등을 확인하는 절차도 이뤄진다. 여기서도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는 결론이 나오면 폐교 절차를 밟게 된다.

교육부는 또 지역 간 균형 등을 고려해 대학 정원을 차등적으로 줄일 계획이다. 수도권, 충청·강원권, 대경권, 호남·제주권, 동남권 등 5개 권역으로 나눠 30~50%의 대학에 인원 감축을 권고할 방침이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일반재정지원을 중단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충원율을 전국 평균으로 했을 때 지방대가 불리할 수 있기 때문에 권역별로 기준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청산 재원 어떻게 마련할까

대학 구조조정은 상당한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문을 닫는 대학들의 청산과정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교육부는 폐교 대학의 교직원 체불 임금을 우선 갚기 위해 청산대출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폐교 자산을 관리하고 매각하는 시스템도 구축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을 이겨내야 하는 것도 숙제다. 이미 지방대에서는 대학 간 통합 또는 자체 학과 통폐합이 시도되고 있지만, 학교 구성원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진통을 겪고 있다.

부산대와의 통합에 들어간 부산교대는 학생회와 총동창회가 나서 반발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도 사범대 프랑스어·독일어·중국어교육과를 외국어교육학부로 통합하고 전체 인원을 약 30% 감축하기로 했지만 학생과 동문회의 거센 반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위기 문제가 이미 몇 년 전부터 제기된 상황에서 이번 정부 대책이 만시지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런 정책은 정권 초 힘이 있을 때 추진해야 하는데 정권 말기라 흐지부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명확한 실행방안을 밝히지 않아 더 혼란스럽게 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2022학년도에 적용하는 정부 재정지원 제한 대학 18개도 발표했다. 경주대·금강대·대구예술대·서울기독대·신경대·예원예술대·제주국제대·한국국제대·한려대 등이 낙제점을 받았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