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장' 이기석, '황제테란' 임요환, '폭풍저그' 홍진호, '몽상가' 강민에 '천재테란' 이윤열까지…

'스타' 프로 게이머들을 발굴해 내며 E스포츠 산업의 산실(産室)이 된 세계 최초 게임 전문 케이블 채널 OGN(온게임넷)이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OGN을 보유 중인 모회사 CJ ENM은 삼정KPMG를 주관사로 선임해 회사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채널 운영권과 자산 등을 이전하는 자산양수도 형태로 거래가 진행 중이다. 예상 가격은 100억원 미만으로, 현재 복수의 미디어업체 등 인수 후보와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CJ ENM은 "여러 방안을 검토중이지만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2007년 부산 광안리에서 열린 '신한은행 프로리그 2007 전기리그 결승전'에 모인 인파들
2007년 부산 광안리에서 열린 '신한은행 프로리그 2007 전기리그 결승전'에 모인 인파들
OGN은 2000년 개국한 세계 최초 E스포츠 전문 방송국이다. 당시 온미디어의 최대주주인 동양제과(오리온)가 63%의 지분을 출자하고 한국통신하이텔(21%) 로커스(14%) 위즈게이트(2%)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스타크래프트, 피파2000, 레인보우식스 등 당시 인기를 끌던 게임 중계방송을 시작해 팬층을 쌓았다. 이후 2009년 CJ그룹이 오리온그룹으로부터 온미디어 전체를 약 4300억원에 인수하면서 CJ그룹 산하 채널로 자리잡았다.

ONG은 국내 방송 중 처음으로 자체 게임 프로 리그를 운영하면서 프로게이머들을 처음 발굴해 냈다. 2000년 '하나로통신배 투니버스 스타리그'를 시작으로 2016년까지 매년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운영하면서 대중에 알려졌다. 전성기였던 2004년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열린 프로리그 결승전 현장에는 10만 관중이 몰리면서 '광안리 10만대첩'이란 신조어를 유행시키기도 했다. 인기 게이머였던 임요환과 홍진호의 경기는 각 선수의 이름을 딴 '임진록'으로, 통상 가을 경 리그 결승전이 열린 점을 일컬어 '가을의 전설'이라 부르는 등 2000년대 대표 문화 현상으로도 자리잡았다.
하지만 일부 조작 경기 파동 등으로 스타크래프트의 인기가 시들어지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PC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 리그를 운영하며 명맥을 이어왔지만 이전같은 위상을 찾진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LOL 개발사인 라이엇 게임즈에서 게임 리그를 직접 주관할 계획을 발표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점차 유튜브·아프리카TV 등 인터넷 방송 기반 대안 채널이 확산하면서 입지도 줄었다. 지난해 이후엔 코로나 집단 감염증 여파까지 겹치며 수익성도 큰 폭으로 줄었다. 케이블 특성상 특정 채널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공개되지 않지만, 지난해에도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CJ ENM은 지난해 말 미취학 아동 대상 영어 교육 채널 잉글리시젬을 멀티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 미디어캔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CJ ENM은 OGN과 잉글리시젬을 포함 tvN·Mnet·OCN 등 16개 채널을 운영해왔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이 기사는 05월21일(13:3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