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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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외국인이 국내주식시장에서 10조원 가까이 내다 팔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폭락했던 지난해 3월 이후 최대치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위험자산인 신흥국 증시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영향이 컸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외국인 순매도 강도가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4분기처럼 외국인 수급 개선에 따른 상승 랠리를 다시 기대할 만 하다는 관측이다.

◆이달 들어 9조원 던진 외국인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외국인은 국내 증시(유가증권시장+코스닥+코넥스)에서 2055억원을 장중 순매도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의 국내 증시 순매도액은 9조5448억원이었다. 코로나19로 장이 폭락했던 지난해 3월 순매도액(12조8528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외국인은 올 들어 827억원을 순매수한 지난달을 제외하고 모두 월별 순매도를 기록하며 19조원 가까이 내다 팔았다. 지난해 총 순매도액인 24조7261억원의 80% 가까운 수준이다.

인플레이션 우려 영향이 컸다. 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기 때문이다. 순매도액은 이달 들어 신흥국 증시에 대한 펀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한국 증시에 대한 기계적 매도세가 이어졌다. 5월 한달간 순매도 상위 종목만 보더라도 이 같은 흐름이 뚜렷했다. 21일까지 삼성전자(-3조9258억원), SK하이닉스(-7503억원) 등이다.

◆외국인 언제 돌아올까

투자자들의 관심은 외국인 수급 개선 여부다. 코스피지수를 버티게 하는 힘은 개인이지만 상승장을 이끈 건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가 2300선에서 3100선까지 치솟았던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초까지의 상승 랠리도 외국인이 11월 한달간 5조8412억원을 순매수하면서 불을 당겼다. 과거 2017년 4월 2100대였던 코스피지수가 같은해 7월 2400대로 올라설 때도 외국인이 5조원 가까이 사들인 영향이 컸다.

증권업계에서는 테이퍼링(유동성 축소) 언급 가능성이 제기되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6월 정례회의가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테이퍼링이 가시화하면 미 국채 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지며 수급상 악재다.

다만 이후에는 금리 급등 우려가 주가에 반영되면서 매도세가 약화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장화탁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수급은 3~6개월씩 이어지는 흐름을 보이는데, 최근 외국인 순매도 강도를 보면 5월이나 6월 중 정점을 찍을 가능성이 있다"며 "즉각적인 순매수 전환은 어렵더라도 매도 강도가 서서히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반기로 가면서 한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진다는 점도 투자심리 개선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 신흥국 증시들이 한국 증시 내 경기민감주에 대한 비중 확대를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판 삼성전자가 3분기부터는 가파른 실적 개선세라는 점도 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3,4분기에 각각 14조원, 15조원대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보유율은 53.72%로 코로나19 전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마찬가지로 SK하이닉스의 외국인 보유율도 48.95%로, 지난해 11월 16일 이후 최저 수준이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