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사태로 자동차 기업들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지만 차 업계에 칩을 우선 공급하는 등의 특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몬도 장관은 이날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 자동차 기업들과 삼성전자, 대만 TSMC, 인텔, 구글, 아마존 등 기술기업 등과 회의를 열고 반도체 공급망 안정에 대해 논의했다.

러몬도 장관은 자동차 기업들이 반도체를 구하지 못해 생산라인을 멈추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다른 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했다. 러몬도 장관은 자동차 업계를 도울 방법을 찾고 있다면서도, 다른 분야의 반도체 사용자들보다 자동차 업계를 우선시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사태는 자동차 분야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며 세계적인 문제로 부각됐지만 지금은 자동차업계뿐만 아니라 칩이 필요한 전 영역에서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기술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은 코로나19 사태에서 전자제품 판매가 급증한 이후 심해진 칩 부족 현상으로 판매 부진을 겪었다.

러몬도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미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반도체 로비단체'가 꾸려지는 등 차 업계로의 특혜를 막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과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인텔, 엔비디아, 퀄컴 등 칩 제조업체와 아마존웹서비스, 애플, AT&T,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버라이즌 등 기술기업들은 차 업계로의 반도체 쏠림 현상을 막고 정부 예산 집행을 촉구하기 위해 미국반도체연합(SAC·Semiconductors in America Coalition)을 결성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를 두고 "정부의 반도체 지원 예산이 자동차용 반도체에만 집중되지 않도록 견제하는 것이 이 '로비그룹'의 목적"이라고 했다.

미국반도체연합은 모임을 결성하며 "현재 반도체 부족에 따른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산업계가 해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정부는 특정 산업에 대한 개입을 삼가라"고 주장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