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술과 바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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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자들 ·미스 조
▲ 술과 바닐라 = 대학생이던 2005년에 등단한 정한아의 세 번째 소설집.
아이를 낳아 기르는 여성의 삶과 모성의 본질을 고민하고 조명한다.
결혼과 출산이라는 삶의 과정을 겪어내는 여성의 마음을 작가는 실제 사십 대 기혼 여성이자 두 아이의 어머니로서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모성, 결혼, 가정 등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최근 국내 소설 경향과는 결이 다소 다르다.
정한아는 이 책에 실린 대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싸움을 계속한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최근에 '엄마됨'에 대해 긍정적으로 그리는 서사가 거의 없는데 나부터도 그게 달갑지는 않았어요.
엄마로서의 나는 이렇게 소모되고 착취당하고 있어, 라는 뉘앙스들이 굳어진 정서가 돼버릴까봐 두렵기도 하거든요.
엄마가 됨으로써 얻어지는 새로운 감각-관계 맺음을 통한 시야의 확장, 유연함이라는 무기, 물리적 삶의 극복이라는 측면이 분명히 있으니까요.
이 소설집에서 그것이 제대로 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계속 해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
젊은 여성들이 행복이나 결혼에 대해 갖는 이분법적 환상이나 단편적 기대감에 대해서도 작가는 성숙한 사유를 제시한다.
그는 "행복이라는 것이 꼭 쾌감, 불쾌감의 두 가지 감각만으로 가늠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아주 복합적이고, 세밀하고, 또 매 순간 새로운 것이죠. 삶도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김승옥문학상 우수상 수상작인 '바다와 캥거루와 낙원의 밤'을 비롯해 7편의 단편이 실렸다.
정한아는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소설집 '나를 위해 웃다', '애니', 장편 '달의 바다', '리틀 시카고', '친밀한 이방인'이 있다.
문학동네작가상, 김용익소설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등을 받았다.
문학동네. 280쪽. 1만3천500원. ▲ 침략자들 = 평소 우리가 본 과학소설(SF)과 영화에서 외계인 침략자의 모습은 매우 폭력적이다.
이들 외계인의 대부분은 지구를 통째로 접수하거나 자원을 모두 약탈해가고, 지구에 사는 생명체는 절멸시키려는 모습으로 묘사됐다.
하지만 루크 라인하트가 쓴 이 소설에서 외계인 침략자들의 모습은 전혀 다르다.
이들은 은행을 해킹하거나 테러리스트 명단을 삭제하고 기업인과 정치인을 협박한다.
예술과 스포츠 활동을 하고 지구인과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이들 외계인이 이런 행동을 하는 건 "그저 재미로"가 이유다.
이들이 재미를 위해 벌이는 장난은 점점 수위가 높아져 외설적인 연극을 상연하고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한다.
미국 정부는 외계인들을 추방하려 음모를 꾸미지만 그럴 때마다 오히려 정부의 실기와 부조리만 드러나면서 사람들은 외계 생명체에 더 많은 호감을 느끼게 된다.
결국 폭탄으로 이들을 몰살하려 시도하지만, 민간인 사상자가 대거 발생하자 사태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SF의 외피를 빌렸지만, 사실은 정치적 풍자 소설에 가깝다.
작가는 뉴요커답게 국경, 환경 문제 등에서 리버럴한 사고를 뚜렷이 드러낸다.
김승욱 옮김.
비채. 504쪽. 1만4천800원. ▲ 미스 조 = 1980년대를 배경으로 가짜 족보를 파는 회사에 다니는 여성과 공장 노동자인 남성의 삶을 그린 장편소설이다.
두 사람은 당시 학생 운동권처럼 화려한 영웅적 삶을 지향한 게 아니라 평범하고 쪼들리며 생계를 이어갔고, 때로는 이들의 존재조차 인지하기 어려운 밑바닥 삶을 살았다.
그래서 이들의 행보는 지금의 시각에서도 사실성과 현재성을 담보할 수 있다.
2001년 전태일 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홍명진의 신작 소설. 그의 기존 작품으로는 장편 '숨비소리', '우주비행', 소설집 '터틀넥 스웨터', '당신의 비밀' 등이 있다.
삶창. 272쪽. 1만4천 원. /연합뉴스
▲ 술과 바닐라 = 대학생이던 2005년에 등단한 정한아의 세 번째 소설집.
아이를 낳아 기르는 여성의 삶과 모성의 본질을 고민하고 조명한다.
결혼과 출산이라는 삶의 과정을 겪어내는 여성의 마음을 작가는 실제 사십 대 기혼 여성이자 두 아이의 어머니로서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모성, 결혼, 가정 등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최근 국내 소설 경향과는 결이 다소 다르다.
정한아는 이 책에 실린 대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싸움을 계속한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최근에 '엄마됨'에 대해 긍정적으로 그리는 서사가 거의 없는데 나부터도 그게 달갑지는 않았어요.
엄마로서의 나는 이렇게 소모되고 착취당하고 있어, 라는 뉘앙스들이 굳어진 정서가 돼버릴까봐 두렵기도 하거든요.
엄마가 됨으로써 얻어지는 새로운 감각-관계 맺음을 통한 시야의 확장, 유연함이라는 무기, 물리적 삶의 극복이라는 측면이 분명히 있으니까요.
이 소설집에서 그것이 제대로 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계속 해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
젊은 여성들이 행복이나 결혼에 대해 갖는 이분법적 환상이나 단편적 기대감에 대해서도 작가는 성숙한 사유를 제시한다.
그는 "행복이라는 것이 꼭 쾌감, 불쾌감의 두 가지 감각만으로 가늠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아주 복합적이고, 세밀하고, 또 매 순간 새로운 것이죠. 삶도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김승옥문학상 우수상 수상작인 '바다와 캥거루와 낙원의 밤'을 비롯해 7편의 단편이 실렸다.
정한아는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소설집 '나를 위해 웃다', '애니', 장편 '달의 바다', '리틀 시카고', '친밀한 이방인'이 있다.
문학동네작가상, 김용익소설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등을 받았다.
문학동네. 280쪽. 1만3천500원. ▲ 침략자들 = 평소 우리가 본 과학소설(SF)과 영화에서 외계인 침략자의 모습은 매우 폭력적이다.
이들 외계인의 대부분은 지구를 통째로 접수하거나 자원을 모두 약탈해가고, 지구에 사는 생명체는 절멸시키려는 모습으로 묘사됐다.
하지만 루크 라인하트가 쓴 이 소설에서 외계인 침략자들의 모습은 전혀 다르다.
이들은 은행을 해킹하거나 테러리스트 명단을 삭제하고 기업인과 정치인을 협박한다.
예술과 스포츠 활동을 하고 지구인과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이들 외계인이 이런 행동을 하는 건 "그저 재미로"가 이유다.
이들이 재미를 위해 벌이는 장난은 점점 수위가 높아져 외설적인 연극을 상연하고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한다.
미국 정부는 외계인들을 추방하려 음모를 꾸미지만 그럴 때마다 오히려 정부의 실기와 부조리만 드러나면서 사람들은 외계 생명체에 더 많은 호감을 느끼게 된다.
결국 폭탄으로 이들을 몰살하려 시도하지만, 민간인 사상자가 대거 발생하자 사태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SF의 외피를 빌렸지만, 사실은 정치적 풍자 소설에 가깝다.
작가는 뉴요커답게 국경, 환경 문제 등에서 리버럴한 사고를 뚜렷이 드러낸다.
김승욱 옮김.
비채. 504쪽. 1만4천800원. ▲ 미스 조 = 1980년대를 배경으로 가짜 족보를 파는 회사에 다니는 여성과 공장 노동자인 남성의 삶을 그린 장편소설이다.
두 사람은 당시 학생 운동권처럼 화려한 영웅적 삶을 지향한 게 아니라 평범하고 쪼들리며 생계를 이어갔고, 때로는 이들의 존재조차 인지하기 어려운 밑바닥 삶을 살았다.
그래서 이들의 행보는 지금의 시각에서도 사실성과 현재성을 담보할 수 있다.
2001년 전태일 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홍명진의 신작 소설. 그의 기존 작품으로는 장편 '숨비소리', '우주비행', 소설집 '터틀넥 스웨터', '당신의 비밀' 등이 있다.
삶창. 272쪽. 1만4천 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