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기업들 1분기 '역대급' 실적...회계 업계의 조금 다른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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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게 모두 코로나19 때문"이라며 묵은 손실, 비용 떨어낸 기저효과
한국 주요 기업들이 올 1분기에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기업 안팎에선 백신 보급 등으로 글로벌 경제가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을 벗어나 본격적인 회복에 접어든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보복 소비'의 수혜를 입은 삼성전자는 65조원이 넘는 역대 최고 매출 올렸고, LG전자 역시 같은 기간에 작년보다 27% 늘어난 18조809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회계업계에선 기업들의 매출에 비해 훨씬 큰 폭으로 늘어난 영업이익과 순이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놀라운 실적 개선의 이면에는 지난해 기업들이 코로나19를 기회 삼아 적극적으로 손실을 떨어내고 비용을 반영하는 등 '빅 배스(big bath)'를 감행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매출 9% 늘어나는 동안 순이익 360% 급증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593개 기업(금융업 등 제외)의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기업들의 1분기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평균 9.08% 늘어났다. 영업이익은 131.73% 증가했고 순이익이 361.04%나 급증했다.
회계감사 업계에선 기업들의 수익성이 좋아진 데는 일종의 착시효과도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자산 손상 반영을 했다. LG전자는 2018년 인수한 오스트리아 차량부품제조 계열사 ZKW의 영업권 손상차손 2371억원을 지난해 반영하는 등 무형자산 부문에서 총 4322억원가량을 손상 처리했다. 삼성전자도 전장 계열사인 하만의 영업권 3640억원을 손상 처리했다. 기아 역시 중국 합작법인 둥펑위에다기아에서 2080억의 손상을 반영했다. 손상차손 반영은 자산의 수익성과 시장가치가 떨어져 회수가능금액이 장부가보다 낮아졌을 때 이를 재무제표상 손실로 처리하는 것이다.
한 회계법인 감사본부 관계자는 "5~10년에 나눠서 할 수도 있는 손상 반영이나 비용 처리를 한 번에 하면 당해 실적엔 큰 악영향을 미치나 미래 실적엔 그만큼 플러스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많은 기업들이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각종 비용과 숨은 부실 등을 재무제표에 대거 반영했다.
기업들이 앞다퉈 과감한 손상처리를 한 것은 코로나19 사태 덕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통상 이같은 빅 배스(big bath)는 회사의 주인이 바뀌거나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될 때 많이 이뤄진다. 전임자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엔 기업들이 대규모 손실이나 부진한 실적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부진 여파' 등의 탓으로 돌릴 수 있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기업 회계팀 입장에서도 기회가 있을 때 손실 등을 처리하고 넘어가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라 분식회계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적극적으로 비용과 손실 등을 반영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장래 위험요소, 손실요인도 적극적으로 제거
코로나19 사태로 정부의 지원을 받는 기업이 적극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드러내는 동시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윌셔그랜드센터를 운영하는 자회사 한진인터내셔널코퍼레이션에서 7342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2019까지 7561억원으로 반영된 이 회사 가치를 218억원으로 감액했다. 매년 적자를 기록해 부채만 쌓이고 가치를 되찾을 가망이 없다는 뜻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놀랍게도 108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이 같은 손실이 쌓여 연결기준 211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대한항공은 올해 1분기엔 유상증자 등 재무개선 노력 덕분에 당기순손실(개별기준)이 288억원으로 적자 폭이 전년 6920억원 대비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1조749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4% 감소하는 악조건 속에서 선방했다는 뜻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매출 9% 늘어나는 동안 순이익 360% 급증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593개 기업(금융업 등 제외)의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기업들의 1분기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평균 9.08% 늘어났다. 영업이익은 131.73% 증가했고 순이익이 361.04%나 급증했다.
회계감사 업계에선 기업들의 수익성이 좋아진 데는 일종의 착시효과도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자산 손상 반영을 했다. LG전자는 2018년 인수한 오스트리아 차량부품제조 계열사 ZKW의 영업권 손상차손 2371억원을 지난해 반영하는 등 무형자산 부문에서 총 4322억원가량을 손상 처리했다. 삼성전자도 전장 계열사인 하만의 영업권 3640억원을 손상 처리했다. 기아 역시 중국 합작법인 둥펑위에다기아에서 2080억의 손상을 반영했다. 손상차손 반영은 자산의 수익성과 시장가치가 떨어져 회수가능금액이 장부가보다 낮아졌을 때 이를 재무제표상 손실로 처리하는 것이다.
한 회계법인 감사본부 관계자는 "5~10년에 나눠서 할 수도 있는 손상 반영이나 비용 처리를 한 번에 하면 당해 실적엔 큰 악영향을 미치나 미래 실적엔 그만큼 플러스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많은 기업들이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각종 비용과 숨은 부실 등을 재무제표에 대거 반영했다.
기업들이 앞다퉈 과감한 손상처리를 한 것은 코로나19 사태 덕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통상 이같은 빅 배스(big bath)는 회사의 주인이 바뀌거나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될 때 많이 이뤄진다. 전임자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엔 기업들이 대규모 손실이나 부진한 실적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부진 여파' 등의 탓으로 돌릴 수 있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기업 회계팀 입장에서도 기회가 있을 때 손실 등을 처리하고 넘어가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라 분식회계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적극적으로 비용과 손실 등을 반영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장래 위험요소, 손실요인도 적극적으로 제거
코로나19 사태로 정부의 지원을 받는 기업이 적극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드러내는 동시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윌셔그랜드센터를 운영하는 자회사 한진인터내셔널코퍼레이션에서 7342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2019까지 7561억원으로 반영된 이 회사 가치를 218억원으로 감액했다. 매년 적자를 기록해 부채만 쌓이고 가치를 되찾을 가망이 없다는 뜻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놀랍게도 108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이 같은 손실이 쌓여 연결기준 211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대한항공은 올해 1분기엔 유상증자 등 재무개선 노력 덕분에 당기순손실(개별기준)이 288억원으로 적자 폭이 전년 6920억원 대비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1조749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4% 감소하는 악조건 속에서 선방했다는 뜻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