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분위 배율이 크게 개선됐다”며 포용정책 덕분이라고 또 자화자찬을 늘어놨다. 1년 전에 6.89배였던 소득 5분위 배율이 올 1분기에 6.30배로 낮아졌다는 통계청의 ‘1분기 가계동향 조사’를 인용하며 내놓은 해석이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 가구 소득이 하위 20% 가구 소득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소득격차 지표다. 1년 만에 5분위 배율이 이 정도로 낮아진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통계청 조사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 실패와 코로나19 악재가 겹쳐 소득 격차가 심화됐다는 그간의 컨센서스와 정반대여서 더 눈길을 끈다. 걸핏하면 경제지표를 과장하고 왜곡해온 정부조차 ‘불평등 심화’를 인정해왔던 터여서 의외의 결과다. 문재인 대통령도 10여 일 전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 확산으로 소득불평등이 악화됐다”고 아쉬워했다. 상식적으로도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코로나 충격으로 많은 저소득 가구가 생활고에 시달린 올 1분기의 소득격차가 코로나가 막 유행한 작년 1분기보다 줄었다는 건 이해하기 힘든 결과다.

이런 의구심은 ‘통계 분식’ 의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통계청은 두어 해 전부터 관련 연구자들도 좇아가기 힘들 정도로 표본과 조사방식을 수차례에 걸쳐 대폭 변경해 왔다. 현 정부 출범 초 소득불평등이 심해진 통계가 나오자 “좋은 통계로 보답하겠다”는 인사를 통계청장에 앉힌 뒤 본격화한 일이다.

이번 5분위 배율 발표는 양극화가 심해지자 ‘비교 가능성’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로 무리하게 개편한 것이라는 야당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다. 실제로 작년 1분기 5분위 배율만 봐도 △6.08배(개편 이전 기준) △5.41배(2019년 개편 기준) △6.89배(2020년 개편 기준) 등 3가지 숫자가 제시돼 있다. 차이가 너무 큰 탓에 전문가들조차 시계열 비교를 포기해야 했고, 양극화의 수준을 가늠하는 것도 어려워지고 말았다.

정부가 이런 정황을 무시하고 입맛에 맞는 결과를 골라 홍보하는 행태는 지양해야 마땅하다. 설사 소득격차가 개선된 게 사실이라고 해도 근로·사업·재산·비경상 소득이 동시에 쪼그라든 ‘쿼드러플(4중) 감소’ 속에 일어난 소득 하향평준화의 결과로 보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일부 계층에 정부 지원금이 투입돼 나타난 일시적 현상을 정책성과로 포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이젠 한국의 통계지표도 중국 통계처럼 이리저리 뜯어보고 뒤집어봐야 하는 것인지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