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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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열풍’이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불고 있다. 그 덕분에 2018년 15조6586억원이던 세계 채식시장은 2025년 29조7170억원(시장조사기관인 그랜드뷰리서치 추정)으로 7년 만에 두 배가 될 전망이다. 한국 역시 지난 10년간 채식인구가 10배 늘었다.

하지만 채식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부정적 견해가 적지 않았다. 고기를 적절하게 섭취해야 몸의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주장을 뒤엎는 연구 결과가 최근 잇따라 나왔다. 영국 글래스고대학 연구진은 지난 10일부터 나흘간 열린 유럽비만학회(EASO)에서 “채식주의자가 일반식을 하는 사람들보다 건강 지표가 더 좋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37~73세의 건강한 성인 17만7723명을 대상으로 19개 건강 지표를 확인했다. 이 중 △심혈관 질환과 연관이 있는 총 콜레스테롤 수치와 아포지 단백질B △‘나쁜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저밀도지방단백질(LDL) △간 손상 정도를 나타내는 알라닌아미노전달효소(ALT) 등 13개 지표가 채식주의자에서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

연구를 주도한 카를로스 셀리스 모랄레스 교수는 “채식주의자들은 세포 손상이나 만성 질환과 연관이 있는 질병 바이오마커의 수치가 매우 낮았다”며 “다만 이번 연구는 관찰에 기반한 만큼 채식이 이런 결과를 낳은 직접 원인인지에 대해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채소 위주로 먹어도 충분한 양의 근육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브라질 상파울루대학 연구진이 최근 국제학술지 ‘스포츠의학’에 올린 내용이다. 연구진은 채식주의자 19명, 일반식을 먹는 성인 19명 등 총 38명의 건강한 참여자를 모집했다. 연구진은 참여자들에게 3개월간 꾸준하게 운동을 시킨 뒤 근육의 양과 강도를 확인했다. 그 결과 두 집단 모두 비슷한 수준으로 근육의 양과 강도가 증가했다.

그동안 이런 연구는 단백질 섭취 직후 단백질이 합성되는 현상에만 초점을 맞춘 탓에 채식이 단백질 합성에 불리하다는 결론이 도출됐었다. 연구를 주도한 해밀턴 로셀 교수는 “식물성 단백질이든 동물성 단백질이든 근육을 만드는 데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채식주의자들도 충분한 양의 식물성 단백질만 섭취한다면 근육 생성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다만 두 연구 모두 ‘계획적인 식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랄레스 교수는 “대다수의 위험 질병 수치는 채식주의자가 낮았지만 비타민D와 칼슘은 약간 부족한 경향을 보였다”며 칼슘이 많이 함유된 식재료를 사용할 것을 추천했다. 로셀 교수는 “식물성 단백질에는 단백질 합성에 꼭 필요한 아미노산인 류신이 적은 편이기 때문에 양을 충분히 먹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콩, 메밀, 퀴노아, 근대 등이 류신이 풍부한 식재료로 꼽힌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