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기피 현상이 날로 심각해지면서 정부 접종소마다 재고가 쌓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정부가 50세 이상은 AZ백신만 맞도록 하고 있는데, 혈액응고 부작용에 대한 불안으로 접종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서 AZ 백신 기피 '심각'…곳곳에 재고 쌓여
21일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는 광역 시드니와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지방에 있는 연방정부의 코로나19 백신 클리닉들에 접종 신청 부족으로 사용하지 않은 AZ 백신 수천개가 냉장 보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AZ백신 3천개를 보관하고 있는 시드니 남서부 라캠바의 클리닉은 하루 평균 접종 인원이 50명도 되지 않는다.

라켐바 클리닉의 타레크 살레 책임자는 "혈액응고 부작용에 대한 불안으로 접종 인원이 줄어 3주 넘게 새로운 AZ 백신을 주문하지 않았다"면서 "지난 3월에는 하루에 100명 정도 접종을 받았는데 최근에는 25명선까지 떨어졌다"고 밝혔다.

호주인들의 백신 접종 기피현상은 여론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공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호주 성인의 30% 가량은 백신 접종에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에서는 지금까지 AZ 백신 210만개가 접종됐으며 이 중 24명이 혈액응고 부작용을 보였다.

이들 중에서 1명은 사망하고 2명은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나머지는 자택에서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의 감염병 권위자인 샤론 르윈 박사는 혈액응고가 발생해도 증상이 경미한 경우가 많다며 AZ 백신 접종을 미루지 말 것을 당부했다.

르윈 박사는 "6주 전과는 달리 이제는 백신 부작용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서 "앞으로 이에 대한 더욱 개선된 치료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연방정부 클리닉과는 달리 AZ 백신을 접종하는 일반 병원들은 오히려 접종 수요가 증가해 추가 물량이 필요한 실정이다.

브루스 윌렛 호주일반의협회(RACGP) 부회장은 "백신 기피 심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자신들이 신뢰하는 의사와 이 문제를 두고 대화를 나누고 나면 접종을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윌렛 부회장은 호주 정부에 대해 접종률 제고를 위해 일반의 병원에 더많은 백신 물량을 할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