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성공하고 누군가는 실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차이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 타인과 함께, 타인을 통해서 협력할 때, 비로소 위대한 것이 탄생한다.

'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사진톡톡]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우리는 유년기부터 스포츠를 배웁니다.

홀로 기량을 발휘하고 자신을 이겨내는 '극기(克己)'의 종목도 있지만, 함께 공을 차고, 공을 주고받고, 여럿이 약속된 위치에서 맡은 바 역할을 수행하면서 전술을 펼쳐야 하는 단체전, 구기 종목도 있습니다.

신체를 단련하고 체력을 기르거나 기술을 배우기도 하지만 '어떤 마음'을 배우기 위해 스포츠를 배웁니다.

함께 하는 법, 함께 목표를 달성하는 법, 함께 이겨내는 법…
[사진톡톡]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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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타는 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습니다.

스타의 탄생이 그 종목의 인기를 끌어올리고 대중의 관심을 높이기도 합니다.

MVP, 가장 가치 있는 선수, 최우수 선수… 그 선수들이 팀의 승리를 견인한다고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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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기량을 뽐내는 스타 선수들로 구성된 팀을 '드림팀'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뛰어난 선수들을 모아놓았다고 다 드림팀이 되는 건 아닙니다.

국가대표 경기만 보더라도 손발을 제대로 못 맞추고 참패의 결과를 낳는 경우를 종종 목도합니다.

분명 '위대한 선수'는 존재합니다.

위대한 선수의 필요충분조건에는 팀을 위한 헌신, 희생도 포함됩니다.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경기에서 뛰어난 기량을 펼치면서도 끝없이 노력하고 겸손하며 팀을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해 뛰어 본보기가 되는 선수를 우리는 '위대한 선수'라 칭합니다.

'명장'의 반열에 오른 감독도, '레전드' 선수도 하나같이 입을 모읍니다.

경기 전후 이뤄지는 감독, 수훈 선수들의 인터뷰를 듣다 보면 강조하는 지점은 늘 일치합니다.

언제나 개인의 목표보다 팀의 목표를 우선시합니다.

팀워크, 팀을 위해서, 팀의 승리를 위해, 팀의 우승을 위해… '위대한 팀'에 '위대한 선수'가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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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성기를 이끈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팀을 위해 희생할 각오가 안 된 선수들에게 특히 냉혹했습니다.

당대 최고의 미드필더 데이비드 베컴과 골잡이 루드 판니스텔루이 등 스타 선수들도 벤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다른 팀으로 이적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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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는 솔리스트가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일원, 한 명이라도 '난 특별하다'고 생각해 버리면 그걸로 끝인 거죠."

전 브라질 남자배구 대표팀 베르나르도 레젠데 감독이 한 말입니다.

2000년대 초반 세계 배구의 흐름을 바꿔놓은 '스피드 배구'를 창안한 명장이죠. 국내 마니아층을 가진 일본 배구 만화 '하이큐'에서도 인용됐는데, 자기중심적인 '제왕적 플레이'를 경계하고 약속된 전략과 전술로 선수들 간의 호흡을 강조할 때 자주 회자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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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는 '이타적인 플레이'를 얘기하곤 합니다.

11명이 하는 축구에서 시원시원한 패스가 오가고, 상대 전술의 빈틈을 노려 득점을 올리기 위해서는 넓은 시야를 가진 선수가 있어야 합니다.

넓은 시야가 이타적인 플레이로 발현됩니다.

활발한 득점으로 '골잡이' 본능을 보이는 손흥민도 '특급 도우미'로 변신해 이타적인 플레이에 집중할 때가 있습니다.

해결사만 있다고 승리할 수는 없습니다.

조력자가 필요합니다.

점수가 나야 이기는 스포츠 경기에서는 점수를 직접 만드는 선수 외에도 그 주변부에서 점수가 날 수 있도록 돕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득점왕, 타점왕, 홈런왕, 다승왕…그 화려함의 이면에 팀을 위대하게 만드는 '도움왕'들이 숨어 있습니다.

축구나 농구에서는 골과 함께 주요 기록으로 도움(어시스트)을 헤아립니다.

배구에서는 상대의 공격을 받아내는 수비 리시브를 별도로 '디그'로 기록합니다.

'남을 돕는' 것이 아닌 '우리 팀을 돕는' 기록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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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K리그에서 역대 최다 도움을 기록한 선수는 수원 삼성의 염기훈입니다.

110개의 도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염기훈은 이번 시즌 80-80클럽(통산 80골 80도움) 가입에 도전합니다.

도움 부문 2위가 '라이언킹' 이동국입니다.

통산 도움 77개를 기록했습니다.

대개는 많은 골을 넣은 스트라이커로 그를 'K리그 레전드'라 칭합니다.

하지만 그가 얼마나 이타적인 플레이를 펼쳤는지 도움 기록이 여실히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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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남자 프로농구에서는 2017년까지 코트를 누비던 주희정의 기록이 눈에 들어옵니다.

통산 5천381개의 도움, 가로채기(스틸)도 1천505개나 됩니다.

득점으로 이어지는 패스뿐 아니라 상대의 공격을 끊어내는 센스까지 갖춘 그의 팀 공헌도를 생각해 본다면 달리 '레전드'라 칭하는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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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득점원인 윙스파이커나 미들블로커의 활약에 주로 초점이 맞춰지는 배구에서는 코트 바닥에 몸을 던져 팀의 승리를 도운 '숨은 조력자'의 기록이 눈에 들어옵니다.

지난해 은퇴를 선언했던 여자배구 국가대표 출신 리베로 김해란은 2021~2022시즌 V리그 현역에 복귀합니다.

김해란은 V리그에서 무려 아홉 시즌 동안 디그 1위를 기록한 선수입니다.

남녀 통틀어 통산 최다 수비 1만4천428개라는 기록을 보유하기도 했습니다.

[사진톡톡]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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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서는 팀을 위한 희생이 계량적 수치로 보상됩니다.

타자 자신은 아웃이 되면서도 주자를 득점권으로 진루시키는 '보내기 번트', 3루 주자가 홈에 들어와 득점할 수 있도록 타구를 외야로 보내 뜬공으로 타점을 올리는 '희생 플라이'는 타수에 포함이 되지 않습니다.

당연히 선수 개인의 타율은 안 떨어집니다.

점수 차가 얼마 나지 않는 세이브 상황에서 이렇게 만들어낸 1점이 얼마나 크게 다가오는지는 마음 졸이며 '내 팀'을 응원해 본 야구팬이라면 모두 아실 겁니다.

희생은 '범타'가 아닙니다.

승리의 발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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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의 승리를 위해 보탬이 되는 게 제 각오입니다.

" 얼마 전 2군에서 콜업돼 KBO리그 프로야구 1군 무대를 처음 밟은 신인 선수의 구단 인터뷰 내용입니다.

경기에 선발 출전하는 주전이 아니어도, 벤치와 코트, 더그아웃과 그라운드를 오가며 백업, 교체 선수로 활약해 팀의 승리에 기여하기도 합니다.

'화수분 야구'를 보여주는 '백업 아닌 백업' 선수들, 불펜에서 언제 등판할지 모르고 대기하며 몸을 푸는 중간 계투진 투수들, 농구의 '식스맨', 배구의 '원포인트 블로커와 서버', 이들은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묵묵히 감독의 작전을 수행하고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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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워크가 어느 순간이 되면 기량을 넘어서는 때가 있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다.

"

2020~2021시즌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을 넘어 컵대회부터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까지 V리그 여자배구 최초로 '트레블'을 달성한 GS칼텍스의 차상현 감독이 밝혔던 지도 철학은 함께 어떤 목표를 이뤄내려는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우승 DNA, 승리의 DNA가 있다고 말을 합니다.

그 DNA에는 '팀워크'도 포함됩니다.

모두가 맡은 바 역할이 있습니다.

팀원 모두의 손발이 맞아야 팀이 챔피언의 자리에 올라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습니다.

갈수록 우리 사회가 개인화되고 있다고 얘기합니다.

희생을 그저 '손해'로 보는 경향이 더 두드러지는 세상입니다.

서로가 살아가는데 상대에게 피해만 안 끼치면 다행이라는 인식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홀로 도전하고 부딪치고 싸우는 것은 고독하고 언제나 버겁습니다.

우리네 삶은 개인전인 듯하다가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다 보면 단체전이 되곤 합니다.

스포츠에서처럼 우리 일상에서도 서로 '이타적인' 모습을 추구하고, '팀워크'가 빛나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