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모더나 백신 계약에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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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가 22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백신 개발사 모더나와 백신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이 또 해냈다" "역시 삼성이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차린 밥상에 정부가 숟가락을 얹었다"면서 삼성을 추켜올리는 분위기다.
삼바가 모더나의 파트너로 낙점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K바이오의 기술력으로 이뤄낸 쾌거라고 자화자찬하기엔 이르다. 삼바가 맺은 계약은 모더나의 mRNA 백신 원액을 들여와 송도 공장에서 병에 주입한 뒤 밀봉하는 완제의약품(DP, Drug Product) 공정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회사들은 대부분 의약품 원액을 벌크 형태로 수출한 뒤 현지에서 병입해 판매한다. 완제품으로 만들어 해외로 보내면 부피가 커져 배송비가 많이 들고 이동 과정에서 제품이 깨지거나 흔들리면서 안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다.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의 핵심인 원료의약품(DS, Drug Substance) 생산은 스위스 론자가 맡고 있다. 삼바는 경쟁사에 알맹이를 빼앗기고 껍데기인 포장만 담당하는 셈이다. 물론 DP 공정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더나 백신의 DP 생산은 미국 의약품 제조업체 카탈란트(Catalent), 스페인 로비(ROVI), 스웨덴 레시팜(Recipharm) 등이 맡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대 바이오 의약품 생산 기지를 갖춘 삼바가 소규모 설비만 가지고도 할 수 있는 DP만 담당한다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글로벌 제약바이오회사들 중 자체 개발 바이오시밀러를 가장 많이 보유한 회사다. 개발과 생산 능력으로 따지면 론자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그런데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지 않을 뿐더러 수익성이 낮은 DP 생산만 가지고 한국이 세계 최고의 백신 허브가 될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DP 생산을 시작으로 삼바가 DS 생산까지 맡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백신 공급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모더나가 결국 삼바에게도 백신 원액 생산을 의뢰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바이오 업계는 이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론자는 바이오의약품생산 규모로는 삼바에 이어 세계 2위 업체다. 생산 설비가 부족하지 않다는 얘기다.
론자는 모더나로부터 mRNA 제조법에 대한 기술이전(Technology tranfer)을 완료했고 이미 대량 생산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는 통상적으로 1년 이상이 소요된다. 연구개발자와 생산 담당자 수십명이 달라붙어 협업하면서 각종 조건에서 단백질 배양, 추출, 정제 실험을 해야 한다. 모더나는 펜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론자와 백신을 공동개발하다시피 하면서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켰다. 만약 생산 공장을 다변화할 계획이 있었다면 진작부터 기술이전 작업을 시작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모더나와 론자의 계약 조건도 걸림돌이다. 두 회사는 10년 간 생산 계약을 맺었다. 생산 노하우가 필요한 작업인데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DS 공정은 주로 장기 계약을 맺는다. 2030년 이전에는 특허 침해와 기술 유출 문제로 다른 기업과 위탁생산계약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론자가 경쟁사가 일감을 빼앗아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리 없다"며 "론자는 모더나 백신의 대량 생산 공정법을 자체적으로 구축해 mRNA 의약품 생산에서는 한 발 앞서가게 됐다"고 말했다.
모더나는 삼바 외에도 녹십자, 셀트리온 등 여러 제약바이오회사에도 완제 생산을 의뢰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바가 모더나의 손을 잡은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과 무관치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삼성이 코로나19라는 국가적 비상 상황에서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야한다는 조바심 때문에 수익성이 낮은 DP 계약을 맺은 것이란 분석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삼바는 국위선양기업 이미지를 굳히고 코로나19 수혜주로 주목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손해볼 것이 없다"며 "다만 최근 주가가 이 정도로 급등할 정도의 호재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삼바가 모더나의 파트너로 낙점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K바이오의 기술력으로 이뤄낸 쾌거라고 자화자찬하기엔 이르다. 삼바가 맺은 계약은 모더나의 mRNA 백신 원액을 들여와 송도 공장에서 병에 주입한 뒤 밀봉하는 완제의약품(DP, Drug Product) 공정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회사들은 대부분 의약품 원액을 벌크 형태로 수출한 뒤 현지에서 병입해 판매한다. 완제품으로 만들어 해외로 보내면 부피가 커져 배송비가 많이 들고 이동 과정에서 제품이 깨지거나 흔들리면서 안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다.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의 핵심인 원료의약품(DS, Drug Substance) 생산은 스위스 론자가 맡고 있다. 삼바는 경쟁사에 알맹이를 빼앗기고 껍데기인 포장만 담당하는 셈이다. 물론 DP 공정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더나 백신의 DP 생산은 미국 의약품 제조업체 카탈란트(Catalent), 스페인 로비(ROVI), 스웨덴 레시팜(Recipharm) 등이 맡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대 바이오 의약품 생산 기지를 갖춘 삼바가 소규모 설비만 가지고도 할 수 있는 DP만 담당한다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글로벌 제약바이오회사들 중 자체 개발 바이오시밀러를 가장 많이 보유한 회사다. 개발과 생산 능력으로 따지면 론자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그런데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지 않을 뿐더러 수익성이 낮은 DP 생산만 가지고 한국이 세계 최고의 백신 허브가 될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DP 생산을 시작으로 삼바가 DS 생산까지 맡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백신 공급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모더나가 결국 삼바에게도 백신 원액 생산을 의뢰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바이오 업계는 이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론자는 바이오의약품생산 규모로는 삼바에 이어 세계 2위 업체다. 생산 설비가 부족하지 않다는 얘기다.
론자는 모더나로부터 mRNA 제조법에 대한 기술이전(Technology tranfer)을 완료했고 이미 대량 생산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는 통상적으로 1년 이상이 소요된다. 연구개발자와 생산 담당자 수십명이 달라붙어 협업하면서 각종 조건에서 단백질 배양, 추출, 정제 실험을 해야 한다. 모더나는 펜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론자와 백신을 공동개발하다시피 하면서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켰다. 만약 생산 공장을 다변화할 계획이 있었다면 진작부터 기술이전 작업을 시작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모더나와 론자의 계약 조건도 걸림돌이다. 두 회사는 10년 간 생산 계약을 맺었다. 생산 노하우가 필요한 작업인데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DS 공정은 주로 장기 계약을 맺는다. 2030년 이전에는 특허 침해와 기술 유출 문제로 다른 기업과 위탁생산계약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론자가 경쟁사가 일감을 빼앗아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리 없다"며 "론자는 모더나 백신의 대량 생산 공정법을 자체적으로 구축해 mRNA 의약품 생산에서는 한 발 앞서가게 됐다"고 말했다.
모더나는 삼바 외에도 녹십자, 셀트리온 등 여러 제약바이오회사에도 완제 생산을 의뢰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바가 모더나의 손을 잡은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과 무관치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삼성이 코로나19라는 국가적 비상 상황에서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야한다는 조바심 때문에 수익성이 낮은 DP 계약을 맺은 것이란 분석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삼바는 국위선양기업 이미지를 굳히고 코로나19 수혜주로 주목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손해볼 것이 없다"며 "다만 최근 주가가 이 정도로 급등할 정도의 호재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