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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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김포에서 촉발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D 노선 변경 요구가 인천 검단과 영종·청라국제도시까지 번지고 있다. 자신의 지역에도 D노선이 지나가도록 노선을 변경해달라는 게 이들의 요구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표심 공략’을 위해 지역구 정치인까지 노선 변경을 요구하면서 광역교통망이 포퓰리즘으로 얼룩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종·청라국제도시 주민들로 이뤄진 ’GTX-D 인천시민추진단’은 23일 인천 청라동 청라호수공원 일대에서 D노선 변경을 촉구하는 행사를 열었다. 주민들은 호수공원 안에 1㎞ 간격으로 설치한 텐트에 ‘GTX-D 루원역·청라역·영종역·인천공항역’이라고 적힌 팻말을 붙였다. 이들은 "김포뿐 아니라 인천공항에서도 D노선이 출발해 경기 하남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 김포·인천 검단 시민 400명도 22일 인천 원당동 일대에서 D노선의 강남~하남 연결과 서울지하철 5호선의 검단·김포 연장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광역철도라는 이름이 무색한 김포~부천 노선이 아닌 강남으로 직결되는 노선을 확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된 GTX-D 노선은 지난달 22일 국토교통부가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안 연구용역 결과에서 밝힌 노선이다. 김포 장기와 부천종합운동장을 잇는 노선으로 경기 서남부의 교통 여건을 개선한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하지만 주민들의 기대와 달리 D노선이 주요 업무 지구인 강남을 오가지 않는 것으로 개발 계획이 발표되면서 지역 주민 반발이 폭발했다. 인천시에서는 인천공항과 김포 두 곳에서 출발하는 Y자형 D노선을 제안했지만, 정부는 공항철도와 이용 수요가 겹친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정치인들도 표심을 의식해 정부 압박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일 정하영 김포시장, 장덕천 부천시장, 이정훈 강동구청장, 김상호 하남시장은 공동 입장문을 내고 “축소 발표된 D노선은 공정성과 합리성이 결여된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17일에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출근길에 김포골드라인(김포 양촌~김포공항)에 탑승한 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이 문제를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민들의 반발과 정치권의 압박이 이어지자 국토부는 “D노선을 서울 여의도와 용산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는 "D노선은 수조원이 투입될 광역교통망 사업으로 국가 대계 사업"이라며 "가덕도 신공항 논란처럼 정치권 반발에 따라 개발 계획이 변경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