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부동산 대책이 안 먹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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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욱진 건설부동산부장
![[데스크 칼럼] 부동산 대책이 안 먹히는 이유](https://img.hankyung.com/photo/202105/07.20436619.1.jpg)
'정책 뒤집기'로 신뢰 잃어
이번 정부의 20번 넘는 대책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는 것은 ‘공급 부족’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하지만 지난 ‘2·4 대책’을 기점으로 공급 늘리기에 정책의 방점이 찍혔다. 그런데도 여전히 시장이 불안한 것은 왜일까. 시장이 정부를 믿지 않기 때문이다.부동산 조세도 원칙이 없긴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크게 보면 보유세는 강화하고 거래세는 낮추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했다.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수 있게 보유세를 올리더라도 양도세는 내려줘야 한다는 게 정책 기조였다. 그러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7·10 대책’을 발표하면서 “취득·보유 및 양도의 모든 단계에서 세 부담을 크게 강화하겠다”고 했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올해 기록적인 공시가격 인상(서울 19.9%)으로 보유세는 급등하고 다음달부터 양도세율(최고 75%)도 크게 오른다. 집값을 못 잡은 분풀이라도 하자는 것인가. 집을 그냥 갖고 있든지, 아니면 팔든지 어떻게든 ‘세금 폭탄’을 피할 수 없다. 퇴로가 없는 다주택자들의 선택은 증여였다. 증여는 당장 집이 필요하지 않은 자식에게 주로 한다. 매물을 잠기게 해 공급 부족을 심화시킨다.
고위직 언행불일치도 한 몫
남양주 왕숙부터 서울역까지 15분이면 온다는 GTX를 앞세운 3기 신도시가 못 미더운 것은 2기 신도시의 참담한 현실 때문이다. 출근 시간에 김포 장기역에서 ‘지옥철’로 불리는 경전철(골드라인)을 한 번 타보자. GTX-D가 김포에서 부천까지만 가는 ‘김부선’이 된 것에 왜 분노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뒤늦게 선심 쓰듯이 용산이나 여의도까지 연장하는 걸 검토하겠다고 하니 복장이 터진다. 위례신도시, 양주 옥정신도시 등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정부는 “2기 신도시는 안타깝지만 3기는 제대로 할 테니 믿어달라”고 한다. 하지만 2기 신도시 교통망부터 챙기는 게 순리 아닌가. 3기 신도시가 과연 2기처럼 되지 않을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나. 그때는 “4기 신도시는 정말 다를 것”이라는 말을 듣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