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검사와 고위 공직자의 비위를 확인한 뒤 이를 어느 시점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알려야 하는지를 두고 두 수사기관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법조계에선 “공수처법에 규정된 ‘혐의 발견’ ‘범죄 인지’ 등의 용어가 모호해 벌어진 일인 만큼 공수처법을 개정해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법 24조는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 공직자의 범죄를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25조에는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가 고위공직자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발견’한 경우 그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고위 공직자 범죄 ‘인지’ 시점을 검찰은 형제번호(사건번호)를 부여해 입건한 시점으로 보는 데 비해 공수처는 사건번호를 부여하기 전으로 해석하고 있다. 검사 혐의 ‘발견’ 시점과 관련해서는 검찰은 압수수색 등 수사까지 이뤄져야 혐의를 발견할 수 있으므로 그 이후에 사건을 공수처에 넘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수처는 사전에 알려지지 않은 범죄 혐의 자체를 알게 된 시점부터 바로 공수처에 넘겨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검찰은 더 늦게, 공수처는 더 빨리 사건을 넘기거나, 받으려고 하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두 기관의 마찰이 공수처법의 모호성 때문에 발생한 만큼 법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수처법 곳곳에 해석이 모호한 부분이 있고, 뭐가 문제인지는 공수처가 제일 잘 알 것”이라며 “공수처가 아니라 공수처법이 잘못됐다는 말도 나오는 만큼 법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조계는 당분간 두 수사기관의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공수처는 관련 기관 간 입장차를 좁히기 위해 공수처·검찰·경찰 등 기존 3자 협의체를 해양경찰·국방부 검찰단을 포함하는 5자 협의체로 확대하기로 했지만 서로 견해차가 커 성사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