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대량생산 설비 보유"
24일 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바이오기업 및 대학, 병원 등이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공동 개발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지난 19일에는 mRNA 백신의 공동 개발 및 생산을 위한 회의가 정부 주도로 개최됐다. 이 회의에 참석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국산 mRNA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협의체(콘소시엄) 구성이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두 가지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한 축인 CMO는 지난 22일 한미정상회담 직후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와 체결한 계약 등으로 세부적인 내용이 공개됐다.
다른 방향은 국산 백신의 개발이다. 정부는 백신 개발의 지원 대상을 mRNA 백신으로 국한하지는 않았다. 다만 mRNA 백신은 개발의 난이도가 높아 산·학·연·병의 협력이 필요하다. 때문에 콘소시엄 형태로 공동 개발이 이뤄질 전망이다.
한미약품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가 콘소시엄 구성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콘소시엄 출범 이후에도 주도적인 역할이 예상되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mRNA 백신 공동 개발 논의의 주체는 한미가 아닌 정부”라며 “한미약품이 대량 생산 설비를 보유하고 있어 콘소시엄의 주요 기업으로 언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택 바이오공장은 1만2500ℓ 규모의 배양기(바이오리액터)를 보유 중이다. 회사에 따르면 이 시설에서 mRNA 백신을 기준으로 일주일에 2000만회 접종분을 제조할 수 있다.
진원생명과학도 콘소시엄 참여를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진원생명과학은 2017년 RNA 기술을 미국 휴스턴 메소디스트 병원으로부터 이전받았다. 메소디스트 병원과 함께 개발한 코로나19 mRNA 백신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연구소 수준을 넘어선 규모의 생산공정도 구축했다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진원생명과학은 이달 초 mRNA 백신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의 대량 생산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한미약품의 평택 바이오공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에스티팜도 콘소시엄 참여 기업으로 언급되고 있다. 다만 관련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에스티팜은 mRNA 백신에 적용되는 약물전달체인 지질나노입자(LNP) 기술을 개발했다. mRNA를 나노입자로 감싸 체내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기술이다.
에스티팜은 자체 개발한 LNP 기술에 대해 지난 3월에 특허를 출원했다. 회사에 따르면 아직 국내에 LNP 특허를 등록한 기업은 없다. 에스티팜 관계자는 “LNP 기술 없이 완전한 의미의 mRNA 백신 국산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자체 기술 외에도 제네반트로부터 추가로 LNP 기술을 도입했다. 모더나와 화이자 mRNA 백신에 활용된 기술이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12개국에서 mRNA 코로나19 백신 개발 및 생산에 관한 권리다. 회사는 이미 안정성과 유효성이 담보된 기술인 만큼 개발기간을 최소 수개월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스티팜은 세 가지 방향으로 코로나19 백신 생산을 고려하고 있다. 첫째는 자체 보유 기술을 활용해 백신 위탁개발생산(CDMO)에 참여하는 것이다. 만약 국산 백신 공동 개발에 참여하게 된다면 이 경우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제네반트로 도입한 기술을 활용해 백신을 자체 개발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백신에 대한 위탁생산(CMO)을 수행하는 것이다.
에스티팜은 mRNA 생산 설비를 확장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8월에 비임상 연구 용도의 생산 설비를 완공했다. 이어 이달 말 완공을 목표로 1년에 60g의 mRNA 생산이 가능한 규모로 생산 설비를 확장하고 있다. 1도스 용량이 12㎍(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인 큐어벡 백신 연 480만 도스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명지의료재단도 콘소시엄 참여를 논의 중이다. 아직 참여 여부와 역할이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은 “콘소시엄은 1~2주 안에 윤곽이 확정될 듯하다”고 말했다.
콘소시엄 참여 기업으로 거론된 제넥신은 최근 콘소시엄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넥신은 디옥시리보핵산(DNA) 기반의 코로나19 백신을 만들고 있다. 여기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박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