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베르세르크', 작가는 갔지만 끝난 건 아니다 [김동욱의 하이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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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세르크'는 미완성으로 끝나는 것인가?"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답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베르세르크' 출판사인 일본 하쿠센샤(白泉社))
지난 20일, 32년간 중세 유럽을 떠올리는 가상 세계를 배경으로 한 장편 만화 '베르세르크'를 연재해온 만화가 미우라 겐타로(三浦建太郎)의 별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일본의 한 만화가가 54세의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떴다는 소식은 각국의 일본 만화 팬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줬습니다. 각종 성인물에 관대한 일본에서도 비록 '애들에게 보여주기 곤란한 작품'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잔인하고 선정적이며 기괴한 분위기가 넘치지만, 한 세대 넘게 세밀한 필치로 '작품'이라는 평가를 들어온 만화가 끝내 미완으로 막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압도적인 작화와 함께 완벽을 기하는 장인정신으로 유명했던 미우라 겐타로는 조수에게 작업을 맡기지 않고, 직접 거의 모든 그림을 책임져 온 것으로 유명합니다. 극사실주의 그림처럼 치밀한 그의 만화는 제작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때론 1회 연재분을 그리는 데 1년이 걸린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생전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어느 순간 '캉~'하는 (종)소리가 들리면 그림이 완성됐다고 판단한다"는 그는 디지털로 작업 방식이 변환된 이후에도 "끊임없이 (그림을) 크게 확대하는 게 가능해서 크게 보다 보면 작은 점 하나까지도 지적하고 고치게 된다"고 완벽주의자의 면모를 보였었습니다. 하지만 작가의 완벽주의 탓에 연재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었고, 많은 독자가 '베르세르크'가 언제 끝날 수 있을지 궁금해하던 차에 작가가 갑자기 사망했다는 비보가 전해진 것입니다.
이제 세간의 관심은 '베르세르크'가 과연 미완으로 막을 내릴지, 다른 누군가에 의해 완결될지에 쏠리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전자판을 포함 5000만 부 이상 판매된 '베르세르크'의 독자는 일본과 한국, 대만, 홍콩 등 아시아 지역 외에도 유럽과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세계 각국에 널리 퍼져있습니다.
주목되는 것은 출판사 측이 '베르세르크'의 미완을 단정 짓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베르세르크'가 미완성으로 남게 된다고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합니다. 작가가 생전에 구상한 작품의 플롯이 남아있고, 생전에 편집자나 조수에게 작품의 구상을 말했다면, 그리고 작가의 뜻을 이어갈 실력 있는 만화가가 나선다면 작품이 '대를 이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베르세르크'의 출판사인 하쿠센샤도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 정해진 것은 없다"며 '미완성'이나 '끝'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고 있습니다. 출판사로서도 베스트 셀러 상품에 대한 미련을 버리기 어려운 만큼, 작품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어 할 동기가 적지 않다는 시선입니다.
한편, 작품의 완간 여부와 관련 없이 미우라 겐타로의 사망은 일본 만화의 한 시대가 끝나는 것을 상징하는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만화 왕국’으로 불렸던 일본에서 세계 만화시장의 패권을 웹툰을 앞세운 한국에 빼앗기게 됐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 만화시장이 동인지와 단행본 중심의 작품 제작을 고수한 결과 디지털 사업 진출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 것입니다.
특히 일본의 만화 작법이 기존 단행본 컨셉트에 맞춰진 까닭에 독자의 시선을 초반에 사로잡지 못하고 다소 '지루한' 전개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온라인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베르세르크'와 같은 구성의 대작 장편 만화가 디지털 시대에는 나오기 힘들다는 시각입니다.
작품의 완간 여부와 관계없이, 일본 만화를 상징하는 한 시대가 끝난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답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베르세르크' 출판사인 일본 하쿠센샤(白泉社))
지난 20일, 32년간 중세 유럽을 떠올리는 가상 세계를 배경으로 한 장편 만화 '베르세르크'를 연재해온 만화가 미우라 겐타로(三浦建太郎)의 별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일본의 한 만화가가 54세의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떴다는 소식은 각국의 일본 만화 팬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줬습니다. 각종 성인물에 관대한 일본에서도 비록 '애들에게 보여주기 곤란한 작품'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잔인하고 선정적이며 기괴한 분위기가 넘치지만, 한 세대 넘게 세밀한 필치로 '작품'이라는 평가를 들어온 만화가 끝내 미완으로 막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압도적인 작화와 함께 완벽을 기하는 장인정신으로 유명했던 미우라 겐타로는 조수에게 작업을 맡기지 않고, 직접 거의 모든 그림을 책임져 온 것으로 유명합니다. 극사실주의 그림처럼 치밀한 그의 만화는 제작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때론 1회 연재분을 그리는 데 1년이 걸린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생전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어느 순간 '캉~'하는 (종)소리가 들리면 그림이 완성됐다고 판단한다"는 그는 디지털로 작업 방식이 변환된 이후에도 "끊임없이 (그림을) 크게 확대하는 게 가능해서 크게 보다 보면 작은 점 하나까지도 지적하고 고치게 된다"고 완벽주의자의 면모를 보였었습니다. 하지만 작가의 완벽주의 탓에 연재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었고, 많은 독자가 '베르세르크'가 언제 끝날 수 있을지 궁금해하던 차에 작가가 갑자기 사망했다는 비보가 전해진 것입니다.
이제 세간의 관심은 '베르세르크'가 과연 미완으로 막을 내릴지, 다른 누군가에 의해 완결될지에 쏠리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전자판을 포함 5000만 부 이상 판매된 '베르세르크'의 독자는 일본과 한국, 대만, 홍콩 등 아시아 지역 외에도 유럽과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세계 각국에 널리 퍼져있습니다.
주목되는 것은 출판사 측이 '베르세르크'의 미완을 단정 짓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베르세르크'가 미완성으로 남게 된다고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합니다. 작가가 생전에 구상한 작품의 플롯이 남아있고, 생전에 편집자나 조수에게 작품의 구상을 말했다면, 그리고 작가의 뜻을 이어갈 실력 있는 만화가가 나선다면 작품이 '대를 이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베르세르크'의 출판사인 하쿠센샤도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 정해진 것은 없다"며 '미완성'이나 '끝'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고 있습니다. 출판사로서도 베스트 셀러 상품에 대한 미련을 버리기 어려운 만큼, 작품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어 할 동기가 적지 않다는 시선입니다.
한편, 작품의 완간 여부와 관련 없이 미우라 겐타로의 사망은 일본 만화의 한 시대가 끝나는 것을 상징하는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만화 왕국’으로 불렸던 일본에서 세계 만화시장의 패권을 웹툰을 앞세운 한국에 빼앗기게 됐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 만화시장이 동인지와 단행본 중심의 작품 제작을 고수한 결과 디지털 사업 진출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 것입니다.
특히 일본의 만화 작법이 기존 단행본 컨셉트에 맞춰진 까닭에 독자의 시선을 초반에 사로잡지 못하고 다소 '지루한' 전개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온라인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베르세르크'와 같은 구성의 대작 장편 만화가 디지털 시대에는 나오기 힘들다는 시각입니다.
작품의 완간 여부와 관계없이, 일본 만화를 상징하는 한 시대가 끝난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