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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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된 후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손모(22)씨 사건과 관련 사건 당일 손씨와 함께 술을 마신 친구 A씨 측이 본격적인 여론전에 나선 모양새다.

A씨 측 양정근 변호사는 23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A군과 A군의 가족도 감히 말씀드리자면 큰 비극 안에 같은 피해자"라며 "A군과 A군 가족들에게 쏟아지는 악플과 비난들이, 입에 담을 수 없는 저주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런 부분들이 또 하나의 비극을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A씨 측은 지난 17일 입장문을 통해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을 내놓은 후 언론 인터뷰에 적극 응하고 있다.
JTBC 보도화면 갈무리.
JTBC 보도화면 갈무리.
그동안 침묵해왔던 이유에 대해서는 "A씨의 부모님은 아무리 만취했더라도 같이 술 마신 친구를 끝까지 챙기지 못한 아들에 대한 변명조차 하기 힘들었다"면서 "또 고인이 사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기되는 의혹이 억울하다고 해명하는 것은 유족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손씨 부친이 만취해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A씨가 슬리퍼를 신은 상태로 주머니에 손을 넣고 펜스를 넘어가는 영상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서는 "(A씨가)'만취한 상태였다'는 걸 입증할 객관적 증거는 많다"며 "22일도 추가 조사를 받는 등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최면조사 역시 소위 필름이 끊길 정도로 만취한 상태여서 기억이 안 돌아온 것"이라고 했다.

양정근 변호사는 "목격자들이 토하는 장면을 목격했고, (A씨가) 집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에도 여전히 만취 상태라서 차에서 내리자마자 주차장에서 토를 했다"고 설명했다.

양정근 변호사는 "영상이 짧고 단편적인 장면이라서 그것만 가지고 취했느냐 취하지 않았느냐를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며 "블랙아웃 상태에서 정상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도를 넘는 악의적인 루머에는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며 "(A씨가)일상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수사에 비협조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경찰의 모든 요청에 성실히 응했다"고 반박했다.

'목격자를 매수했다'는 루머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된다"며 일축했다.

양정근 변호사는 "저희는 목격자가 어떤 분인지도 모른다. 수사기관에서만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A씨 측은 앞서 입장문을 통해서도 가족 중 유력 인사가 있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A씨 측은 "A씨의 가족 또는 친척 중 수사기관, 법조계, 언론계, 정재계 등에 속한 소위 유력 인사는 일절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A씨의 아버지 직업도 유력 인사와 거리가 멀고, 어머니 또한 결혼 후 지금까지 전업주부"라고 밝혔다.

양정근 변호사는 A씨 측도 손씨와 함께한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루빨리 밝혀졌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라며 "내가 뭘 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경찰도 이날 친구 A씨가 손씨의 휴대전화를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면서 손씨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경찰이 손씨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결과 실종 당일인 오전 1시 9분 이후 사용 내역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당일 손씨의 휴대전화에서 발생한 데이터 사용 내역은 '백그라운드 데이터'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밤중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잠들었던 대학생 손 씨가 실종된 지 엿새째인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 손 씨를 찾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뉴스1
한밤중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잠들었던 대학생 손 씨가 실종된 지 엿새째인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 손 씨를 찾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뉴스1
앞서 손씨 부친은 지난 18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실종 당일 손씨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공개했다.

당시 손씨의 휴대전화에서 새벽 1시 22분부터 오전 11시 5분까지 총 27번의 데이터가 사용된 흔적이 발견됐다. 이 때문에 '친구 A씨가 손씨의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달 25일 오전 1시 9분쯤 마지막으로 인터넷을 검색한 이후에 인터넷 및 앱 사용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손씨 부친은 A씨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손씨 부친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A씨가 범인이 아니라면 너무 몰아가는 것이 A씨에게 위험하지 않겠는가'라고 묻자 "우리 아들은 죽었고 살아 있는 친구가 힘든 거 하곤 비교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저는 정황을 얘기할 뿐이지 모든 분들이 하는 건 상식적인 추측이다. 그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