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디지털 금" vs "하루 30% 폭락하는 건 금 아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는 가운데 가상화폐를 '디지털 금'으로 볼 수 있을지 논쟁이 뜨겁다. '디지털 금'으로 인정받는다면 기관투자자 편입이 확대되면서 투자 저변이 넒어질 수 있다. 그렇지 못할 경우 투기 수단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가상화폐는 아직 거래수단으로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있어서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TV에서 "매일 각 국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무관하게 자산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가상화폐가 금의 대안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상화폐는 안전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자산을 보유하는 '합의된 형태'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추측하건대 가상화폐는 아마 일종의 디지털 금으로 유지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머스 장관은 가상화폐가 주요 결제 수단으로는 쓰이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도 "경제 위상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금의 대안 자산이 될 가능성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제임스 맥킨토시 선임칼럼니스트는 "지난 19일처럼 하루 몇 시간 만에 3분의 1씩 가격이 상승하거나 하락할 수 있는 건 본질적으로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금의 대안으로 제시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관 투자자는 변동성에 매우 민감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비트코인의 암호화 및 거래를 되돌릴 수 없는 특성 때문에 많은 양의 비트코인이 영구 손실되고 있는 점도 '디지털 금'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키를 잃어버리거나 잘못 쓰여 잠궈진 비트코인은 그동안 생성된 비트코인의 4분의 1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매년 더 많은 양이 그렇게 사라진다. 맥킨토시는 "키를 잃어 버리거나 도난당할 가능성은 기관 투자자가 비트코인을 편입하기 전에 신중해야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 새로운 코인의 지속적 등장은 비트코인 등 특정 가상화폐가 디지털 금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을 낮추며, 정부 등 당국의 규제가 강해지는 점도 투자 심리에 부정적이라고 강조했다. 맥킨토시는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 되기에는 길이 멀며, 그 가격은 아직 금이 하는 것처럼 가치 저장고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