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35조? '노란 메기' 카카오뱅크 논란에 가려진 것들 [김대훈의 뱅크앤뱅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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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뱅은 최대 25조원 짜리
카카오뱅크는 플랫폼 업체인 모회사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초고속으로 성장했다. 간편 신용대출은 '다른 은행원도 받아가는 대출'로 이름이 높아졌고, 비대면 전세대출 상품을 가장 먼저 내놓기도 했다. 기존 은행들도 비대면 위주의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카카오뱅크는 당초 금융당국이 기대한대로 중금리 대출을 다루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럼에도 기존 금융권에 준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충격 효과'는 상당했다는 평가다.IPO 흥행에 수익이 달린 증권가에선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를 최소 '10조원+α'로 보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익과 자산규모에 비하면 너무 높다는 기존 금융사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시장이 기존 은행의 미래는 어둡게 보는 반면, 인터넷 전문은행의 미래를 그만큼 밝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1위 금융지주 KB금융의 시총은 23조원이다. 자산규모는 지난해말 기준 596조원, 순이익은 3조5000억원으로 카카오뱅크(자산 26조5000억원, 순이익 1100억원)에 비할 바가 못된다. 덩치에 있어선 KB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우리금융(자산 384조원, 순이익 1조6000억원)의 시총은 이날 기준 약 8조원으로 카카오뱅크에 장외시총에 크게 못 미친다.
금융 지주사 주가 왜 낮나?
금융권에선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가 '부풀려졌다'는 논란 외에도 '4대 금융지주 주가가 너무도 저평가됐다'고 여긴다. KB, 신한, 하나,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는 '은행주'로 꼽힌다. 지주별로 차이가 있지만, 지주 순익에 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4대 금융지주 주가는 올들어 적지 않게 올랐지만, 아직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의 순이익을 올렸음에도(우리금융 제외) 금융주가 주도하는 상승장이 펼쳐진 미국 등 해외 증시와는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이제 거품 꺼질까
카카오뱅크 주요 주주는 카카오와 한국투자금융지주(한국투자밸류운용), 국민은행, 서울보증보험 등이다. TPG, 앵커에쿼티 등 글로벌 사모펀드도 주요 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초기 투자자들은 상장 시 막대한 차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증권업이 본업인 한국금융의 주가는 카카오뱅크의 성장세에 힘입어 고공행진하고 있다.금융당국이 고민하는 것도 이 지점에 있다. 개인을 대상으로 한 여수신만을 취급하는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지나치게 높고, 이는 인터넷 전문은행 라이선스를 줬던 정부의 후광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와 고객군이 일부 겹치는 '토스뱅크'의 출범이 눈앞에 다가온 가운데, 인터넷 은행 라이선스가 추가로 주어진다면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도 영향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은행계 인터넷 은행 성공 가능할까
은행들은 대형 은행 지주가 별도로 인터넷 은행을 만드는 안을 요구하는 배경에 대해 '최소한의 전략적 판단이 가능하도록 라이선스는 열어주는 게 맞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그러나 은행계 인터넷 전문은행이 성공할 것인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다른 고위 관계자는 "실험적 성격의 은행 비즈니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산관리 전문, 중금리 전문, 청년 전문 인터넷 전문은행 등의 실험이 가능하고 경쟁도 펼쳐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전국구 영업이 사실상 힘든 지방금융지주 중에서 '스타 인터넷 전문은행'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은행들은 핀테크 업체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라이선스를 열어주는 게 맞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4~5년간의 금융업 육성이 지나치게 '핀테크 업체' 위주로 흘러갔고, 토스 등 몇몇 사례를 제외하면 기존 대형 플랫폼 기업 들이 혜택을 보고 있다는 논리다. 단순하게 인터넷 전문은행만 열어줄 게 아니라 은산분리로 막혀있는 다양한 플랫폼 비즈니스를 금융사들도 영위할 수 있게 허용해줘야 경쟁과 실험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기존 금융사들의 주장이다.
실제 이런 '실험'도 현실화되고 있다. 신한은행의 혁신금융서비스를 받아 추진 중인 배달앱 서비스, 하나은행이 계획하고 있는 라이브 커머스 등이 그것이다. 정부의 핀테크 육성 정책과 카카오뱅크라는 메기가 금융업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